전세금반환소송에 대해 세입자가 알아야 할 것들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는데 집주인에게서 연락이 없다. 새 세입자를 구하고 있다던 말은 어디로 갔을까. 불안한 마음에 먼저 전화를 걸어본다. 신호음만 길게 울린다.
요즘 이런 상황에 놓인 세입자가 부쩍 늘었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새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졌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기존 세입자에게 돌아온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발이 묶이는 것이다.
더 심각한 건 전세사기 피해다. 처음부터 돌려줄 생각 없이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계약 전에,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미리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전셋집을 구할 때 몇 가지 위험 신호가 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걸 모르고 계약했다가 낭패를 보는 분들이 많아서 안타깝다.
전세가와 매매가가 비슷한 집은 애초에 들어가면 안 된다. 이런 구조에서는 집값이 조금만 떨어져도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여력이 없어진다. 계약 후 몇 달 지나 압류 통지서가 날아오는 건 시간문제다.
입주 직후 집주인이 바뀌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매매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재산이 없는 사람이나 법인에게 명의만 넘긴 뒤 원래 임대인은 사라져버리는 패턴이다.
입주 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가압류가 설정되었다면, 그 집주인이 여러 채를 갭투자로 굴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단기간에 수백 채를 사들여 보증금만 챙기고 나중에 돌려줄 생각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등기부등본을 떼서 확인해야 한다. 내 전입신고일과 확정일자보다 앞서 설정된 압류, 가압류, 근저당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전입신고일 기준으로 그 이전에 선순위 권리가 없다면 대항력 있는 세입자로 인정받는다. 확정일자는 우선변제권과 직결되니 가능하면 입주 당일 바로 받아두는 게 좋다.
이 두 가지가 확보되어 있어야 나중에 경매가 진행되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다.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결국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만기가 6개월 이상 남았다면 먼저 계약을 해지해야 소송이 가능하다. 집주인과 합의로 해지하거나, 하자 보수 불이행 같은 사유로 해지할 수 있다. 이때 쌍방 합의서를 작성해두면 나중에 증거로 쓸 수 있다.
만기가 6개월 이내로 다가왔다면 굳이 해지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바로 전세금반환소송을 준비하는 편이 낫다. 어차피 만기가 되면 청구할 수 있으니, 미리 준비해서 판결을 빨리 받아내는 게 유리하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차인은 만기 2개월 전까지 갱신거절 의사를 통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같은 조건으로 계약이 자동 연장된 것으로 간주된다.
통지 방법은 문자나 카카오톡도 가능하지만, 나중에 다툼이 생길 수 있으니 내용증명우편으로 보내는 것이 깔끔하다. 다만 만기가 코앞이라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내용증명보다 문자로 빨리 보내고 캡처해두는 게 현실적이다.
중요한 건 증거를 남기는 것이다. 구두로만 말하면 나중에 "그런 적 없다"고 발뺌당할 수 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 있다. 이때 그냥 전입을 빼면 대항력을 잃는다. 반드시 임차권등기를 먼저 신청해야 한다.
임차권등기를 해두면 이사를 간 후에도 기존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있다. 등기가 완료된 걸 확인한 다음에 전입을 빼고 이사하는 순서를 지켜야 한다.
반대로 보증금을 받기 전까지 이사를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임차권등기는 필수가 아니다. 은행 대출 연장 같은 부수적인 이유로 해두는 경우는 있다.
승소하면 보증금 외에도 몇 가지를 더 청구할 수 있다.
지연이자는 보증금 반환이 지연된 기간 동안 연 12%가 적용된다. 보증금이 크면 이 금액도 상당하다. 그리고 소송비용 일부도 법정 한도 내에서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
문제는 임대인에게 재산이 없는 경우다. 판결을 받아도 받아낼 게 없으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소송은 가능한 한 빨리 시작하는 게 좋다. 시간이 지날수록 임대인의 재산은 줄어든다. 다른 채권자들도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전세금 문제는 소송에서 이기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로 돈을 받아내는 집행 절차까지 가야 비로소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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