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아이가 태어나고 지극히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아이가 잠들어 아기침대에 있으면 단팥빵과 나는 잠시 쉬는 시간을 갖다 잠든 모습을 보기 위해 한 번씩 방문을 열고 빼꼼히 보고나선 이렇게 대화했다.
단팥빵 : 여보 웬 아기가 침대에 잠들어있어요.
소보루 : 어디서 온 걸까요~
자신의 삶엔 아기가 없을 것 같다 생각하며 살아온 나이만큼 슈크림빵의 존재가 보고도 믿기지 않는 상태인 것 같았다. 나도 비슷했다. 보면서도 신기했다. Tv에서처럼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모성애가 끌어 오르거나 그러진 않고 신기한 감정이 컸다. 오히려 우리 부모님의 사랑을 이제야 알아가는 시간이 컸던 것 같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며 조금씩 나도 엄마가 돼 가는 것 같았다. 슈크림빵이 5개월이 됐을 무렵 덜컥 계획에 없던 둘째가 생겼고 워낙 순하고 잘 먹어서 발달이 느린 걸 꺼야 하던 걱정이 영유아검진을 하며 대학병원으로 가봐야 하는 결과가 나게 되었다. 정말 놀라운 소식 두 개가 한꺼번에 터졌을 때 우린 기뻐할 수도 슬퍼할 수도 없는 딱 중간 상태였다.
배 속에 아기가 있으니 너무 절망하면 내 감정이라도 전달되어 안 좋을까 봐 조심해야 하면서도 둘째가 생긴 게 그 와중에 신기하고..
인생을 여행에 비유해서 우린 신혼 초에 여행길에 수도원을 세웠었고 허물며 계속해서 걸어왔는데 앞으로 꽃길만 있을 것 같은 착각 속에서 뜻하지 않게 순례길이 펼쳐지는 것 같은 때였다.
그냥 앞만 보고 계속 걸을 수밖에 없을 것 같은.. 내가 생각한 유명관광지나 사람들이 많이 찾는 그런 길이 아닌 이게 여행인 것인지 수련을 하는 것인지 하는 순례길 같은 코스가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조금 걷다 보니 이 길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과 일들에 또 수긍하며 앞으로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스페인하숙을 보며 산티아고 순례길을 사색과 자기 성찰의 기회로 가는 이유라면 나는 저기까지 갈 필요 없겠다란 생각을 했다.
이미 공짜로 순례길에 들어섰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