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출산을 열흘정도 앞두고 소아 뇌전문의를 만나게 되었다. 병원도 계속 다니다 보니 긴장을 조금씩 덜하게 되었다. 처음엔 아니길 바라서 더욱 긴장이 심했는데 의사 선생님들과 얘기를 하며 점차 받아들여지니 어쩌지 하는 생각보단 해결법이 없을까 하는 거에 더 꽂혀가고 있었다. 그렇게 또 조금은 단단 해진 것 같다 착각하며 들어간 진료실에서 로하의 검사일정을 잡아야겠다 하시며 열흘뒤로 물어봤는데 둘째 출산이 있어 좀 더 지나고 해야겠다고 했더니 첫째가 이럴 경우 둘째도 같은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였다.
두둥
정말 모든 생각을 첫째에게만 하고 있었는데 둘째 출산을 코앞에 두고 이런 말을 들으니 다시 머리가 멍해지는 듯했다. 난 놀라서 선생님한테 고장 난 것처럼 계속 되물었다. 선생님도 아차 싶으셨는지 그럴 수도 있다는 거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계획된 임신이 아니라 첫째가 이런 줄 모르고 바로 임신하게 돼서 충격이 더 컸던듯했다.
진료실을 나와 남편과 얘기하니 내색은 안 했지만 남편도 충격이 커서 잠시 고장 난 상태인 듯했다.
난 이날부터 새로운 걱정을 하게 됐다.
처음엔 왜 하필 출산 직전에 알게 됐을까 했지만 그나마 그전에 몰라서 이 날까지 둘째에 대해선 아무 걱정 없이 지내서 다행인 듯싶었다가도 오락가락이 시작되었다.
산부인과 담당선생님은 출산 직전까지 내 혈압이 걱정되셔서 날 한 번 더 내과로 보내셨다.
내과 선생님은 다행히 날 기억하고 있어서 낼모레 출산인 산모를 왜 자꾸 오라 가라 하시는 거야 하시며 걱정 말고 순산하라고 해주었다.
나는 의사 선생님의 둘째에 대한 말을 듣기 전까지 둘째 출산을 위해 또 병원에 입원해서 수술방에 들어가고 시간마다 혈압을 재는걸 이번엔 남편 없이 혼자 다하고 와야 한다는 걱정이 있었다. 남편이 첫째를 봐야 하기에 함께 있을 수 없기에..
하지만 둘째에 대한 걱정이 더해지자 이전 걱정은 날아갔다. 입원하며 수술방에 들어가 하반신 마취만 해야 돼서 의식이 또렷한 시간 속에서 내 혈압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4박 5일의 일정동안 괜찮은 혈압측정 결과가 나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비슷한 시기에 제왕절개를 한 친구들도 수술 전에 너무 긴장이 돼서 수면마취를 했다고 했다.
수술직전에 알게 된 걱정거리가 수술을 잘 마치고 나올 수 있도록 도움을 주리라곤 생각 못했다.
그렇게 둘째가 무사히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