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드 패밀리

무면허 관리사

by 로로

그렇게 우리 집 둘째 마카롱이 무사히 건강하게 이 세상과 만났다. 4박 5일 동안 첫째 슈크림빵이 엄마와 헤어진 첫 경험을 하며 무난히 넘어갔다. 슈크림빵을 위해 조리원은 포기했지만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산후도우미 관리사님을 신청해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단팥빵은 자신이 아이 둘과 나의 산후조리까지 책임질 수 있을 것 같다 하여 일단 보류한 상태로 난 집으로 귀가했다. 평소 살림을 잘하는 것 같아 반신반의하며 덜 회복된 몸을 이끌고 집에 오자마자 단팥빵은 앞치마를 입고 친절히 집안일을 하기 시작했다.


슈크림빵에게 마카롱을 처음 보여 주었을 때 마카롱이 인형인 줄 알고 씩 하고 웃다가 마구 움직이며 울기시작하자 깜짝 놀라하던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단팥빵은 산모는 미역국을 많이 먹어야 한다며 자신 있게 미역국을 한솥 끓였는데 굉장히 짰다. 반찬들도 건강식으로 해주었지만 평소 싱거운 걸 좋아하는 나에게 굉장히 짜게 느껴졌다. 결국 나는 저염식 반찬을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먹기로 했다.


그리고 무난하게 아이 둘을 돌보는 낮시간이 지나가고 저녁시간이 되자 신생아 돌보기의 하이라이트 밤수유가 시작되었다. 숙면을 위해

나와 슈크림빵이 함께 자고 마카롱과 단팥빵이 함께 자는 걸로 하고 잠이 들었다. 새벽시간이 되자 마카롱이 깨서 울기 시작했고 단팥빵이 즉시 움직이지 못해선지 울음소리가 길어지자 익숙하지 않은 새벽 울음소리에 슈크림빵도 자다가 놀라 동시에 울기시작했다. 단팥빵은 나름 둘 다 자신이 케어해 본다고 슈크림빵도 마카롱옆에 데려다 놓고 나에게 와서 말했다.


단팥빵 : 여보 어서 자요~애들은 내가 돌볼 테니까

마카롱 으앵~~

슈크림빵 앙~~~~


결국 나는 아직 슈크림빵을 안아서 달래기엔 회복이 덜 되었지만 아기띠를 차고 달래기 시작했고 단팥빵이 허겁지겁 분유를 타서 먹이고서야 마카롱도 진정이 됐다. 슈크림빵이 마카롱의 울음소리에 적응이 될 때까지 우린 새벽시간마다 이 일을 반복했던 기억이 난다. 이주정도 앞치마를 입고 하루하루를 버티던 단팥빵은 이주가 끝나는 마지막날 앞치마를 벗고 몸살이 났다.


본인은 2주를 잘 마무리했다고 뿌듯해했다.

스스로 만족하는 단팥빵을 보며 무면허의 무서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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