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드 패밀리

형아가 처음으로 동생에게 해준일

by 로로

첫째 때는 예방접종을 맞으러 가는 것도 긴장이 되고 호들갑이 곤 했는데 뭐든 처음이 어려워서인지 둘째는 후딱 맞고 오자는 생각으로 병원을 가게 된다. 많은 예방접종이 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그중에서도 손에 꼽는 주사는 일명 불주사라고 불리는 bcg이다. 결핵예방주사라고 보면 된다. 요 주사는

팔에 자국을 남긴다. 주사 맞은 자리가 조금 부어있다 고름이 찬다. 둘째가 불주사를 잘 맞고 어느 정도 시간이 가서 고름이 한참 차있을 무렵이었다. 슈크림빵 주변에 잠든 마카롱을 눕혀 놓고 설거지를 하며 지켜보고 있었는데 평소 멀리서 주로 지켜보던 슈크림빵이 웬일로 마카롱바로 앞까지 굴러가서 팔뚝을 살짝 잡았다 놨다. 난 슈크림빵이 귀여워 그냥 호기심에 그러나 보다 하고 무심히 설거지를 하고 있다 문득 슈크림빵이 잡았던 팔이 주사 맞은쪽이었던 게 생각나 잠든 마카롱에게 다가가봤다.


마카롱의 팔뚝 부분에 살짝 핏자국이 내 생각이 맞았다고 말해줬다. 한참 곪아있던 부분이 터진듯했다. 가만히 있는 형아가 태어난 동생에게 처음 해준일이라 생각하니 참 작고 소중하게 기특했다. 고름을 일부러 짜내면 안 된다고 주의사항으로 들었던 터라 잘못돼서 더 곰 기라도 하면 바로 병원에 다시 가볼 생각이었지만 자연스레 터지며 나아졌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마카롱이 울기시작하면 따라서 우는 슈크림빵을 보며 아주 오래전에 차인표 씨가 힐링캠프에 나와서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본인이 네 살인가 다섯 살 때 집에 지하실로 통하는 쪽창문이 있었다고 한다. 갑자기 거기에 머리를 넣었는데 빠지지 않아서 엉거주춤 매달려있었고 시선은 깜깜한 암흑만 보였다고 한다. 형이 그걸 보고 달려왔는데 형도 나이가 어려서 도와줄 수가 없자 함께 동네가 떠나갈 듯이 크게 울기시작했다고 한다. 그 소리를 듣고 어머니가 달려오셔서 빼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당시 이 이야기의 요점은 탈북자 북송 반대운동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난 이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동생이 집에 온 첫날 몸조리 하는 나 대신 단팥빵이 깊이 잠들어 새벽 수유를 제때 못주자 크게 울기 시작하던 마카롱과 처음 듣는 아기 울음소리에 자다가 놀라 울기 시작하던 슈크림빵이 떠오르며 형아가 제일 먼저 해준 일은 함께 울어 준일인 것 같았다. 형아가 앞으로도 무언가를 해주지 못해도 살면서 옆에서 함께 크게 울어주길 기대하며 슈크림빵과 마카롱은 매일매일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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