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드 패밀리

연구대상입니다만

by 로로

슈크림빵의 염색체검사결과가 나오기까지 6개월 정도가 걸렸다. 염색체 및 다른 혈액검사를 위해 꽤 채혈을 많이 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채혈실을 갔는데 베테랑 선생님께서도 슈크림빵의 혈관을 찾지 못해 주삿바늘을 여기저기 찌르셨고 슈크림빵의 울음소리가 커지자 난 더 이상 못 참고 내일로 미뤘다. 선생님께서도 죄송하다고 하시며 소아전문 채혈샘이 계시는데 내일 낮 두시 이후에 오시라고 팁을 알려주셨다.



우린 감사하다고 하며 서둘러 도망치듯 귀가했던 기억이 난다. 다음날 전문샘께서는 전날의 트라우마로 시작도 전부터 울기시작한 슈크림빵을 위해 한번에 순식간에 채혈을 해주셨다. 그렇게 검사를 끝내고 6개월의 시간을 재활도 하고 다른 검사도 하며 지냈다. 검색해 보니 염색체이상이어도 큰 문제없이 살게 되는 케이스부터 심각해지는 케이스까지 다양한 사례를 찾아보며 슈크림빵도 많이 느리지만 건강하게 자라나길 기도했다.



검사결과를 듣는 날 오류가 생긴 염색체이름을 적어주시며 최근에 밝혀진 희귀병이라 선례를 찾을 수도 없고 전 세계에 30 명뿐이라 앞으로 계속해서 연구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나는 선례가 없다는 말에 오히려 희망? 이 생겼다. 우리 슈크림빵이 앞으로 잘살면 선례가 되겠군 하는 생각을 하며 진료실을 나왔다. 선생님께서 구글에서 관련자료를 찾는 걸 잠깐 보고 기억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차에서 나도 똑같이 검색해 봤다. 선생님은 원문채로 읽으셨지만 난 구글번역기를 돌려 읽었는데 관련 염색체 오류는 아기의 근육 긴장도가 매우 낮은 게 특징인데 태어나자마자 지나치게 낮은 증상을 보일 경우 6개월 안에 사망하기도 한다는 내용을 보았다. 논문의 내용이 많아 굉장히 많은 내용이 있었지만 기억에 남는 부분이 저 부분이었다. 어쩌면 아주 어쩌면 슈크림빵이 지금 내 옆에 없었을 수도 있었겠구나 생각하니 지금 상태만으로도 너무 다행이고 감사하단 생각이 들었다. 읽어본 내용을 궁금해하는 단팥빵에게는 일반적인 이야기만 해주었다.



슈크림빵을 채혈하던 날 우리 부부먼저 지하에 있는 희귀 질환연구센터로 갔다. 철문에 연구실이라고 쓰여 있었다. 아주 작은 비밀기지 같았다. 병원에 이런 곳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노크를 하고 들어가니 흰가운을 입은 선생님 두 분이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비밀정보 관련? 문서에 그리고 우리 가족 염색체에 대한 향후 정보 공개 관련 동의 및 여러 장에 서명을 했다.

서명을 한 뒤 남편먼저 채혈을 하고 나도 채혈을 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연구대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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