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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드 패밀리

마녀를 잡아라

by 로로

단팥빵이 아이들 낮잠 자는 동안 틀어놓은 tv에서 나름 특선영화인 마녀를 잡아라라는 영화가 시작하고 있었다. 틀어놓고 본인도 잠들었다.

나도 집안일하느라 왔다 갔다 하며 드문드문 내용을 보게 됐다. 처음엔 관심이 없었지만 인지도가 꽤 있는 배우 앤해서웨이가 대머리 마녀로 나오길래 곁눈질하듯 지나다니며 본듯하다. 유치한걸 좋아하는 나에게 괜찮은 듯했다.



영화 내용이라기보다 내가 본 드문 드문의 장면들은 이렇다.

주인공 소년이 부모님을 여의고 할머니와 살게 된다. 시골마을에서 지내던 어느 날 마녀를 만난다. 소년의 할머니는 어린 시절 친한 친구가 마녀를 만나 저주에 걸려 닭이 돼버린 일을 또렷이 기억해 내며 손자를 지키기 위해 그 마을을 떠나 호텔에 묵기시작한다.

오히려 그곳에서 전 세계 마녀들의 모임이 열렸고 우연히 호텔 강당에 있다 숨어서 마녀들이 아이들을 해칠 계획을 세우고 있음을 알게 된다.

시험 삼아 부모님을 따라 호텔에 왔던 식욕이 좋은 남자아이를 강당으로 불러내어 맛있는 초콜릿을 주어 쥐로 만들어버린다. 쥐로 변한 아이가 숨을 곳을 찾다 주인공 남자아이와 만나며 주인공 남자아이도 결국 발각되어 쥐로 변한다.

앤해서웨이의 분장과 얼굴을 신기하게 보다가 빠져들게 됐다.



그렇게 생각 없이 보다 난 이 영화의 결말이 인상 깊었다. 난 어찌 보면 뻔한 이 영화의 결말이 당연히 마녀와 싸우며 저주가 풀리겠지 하고 봤다. 그런데 아니었다. 이 소년은 쥐로 변한 자신의 모습에 적응하며 새로운 꿈을 꾸고 비슷한 친구들을 모아 끝까지 마녀와의 싸움을 준비하며 신나게 영화가 끝난다.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한 영화도 아니고 소설이 원작이긴 하지만 평점이 높은 영화도 아니었다.

그런데 나에겐 굉장한 의미로 다가왔다.



누구나 살면서 마녀 같은 사람이나 일 같은 거대한 사건을 마주한다. 감당하기 벅찰 것 같은 슬픔이나 그밖에 거대한 어떤 일들.. 나도 꼭 마녀처럼 나를 잡아먹을 것 같은 일을 만나고 처음엔 도망도 다니고 다시 사람이 되기 위해 몸부림을 쳤던 때가 있다. 하지만 그 소년처럼 다시 사람으로 돌아갈 수 없지만 새로 시작된 삶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찾고 끝까지 싸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왕이면 신나게.


때로는 꼬이고 꼬인 인생의 해답이 아이들 맘속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녀를 잡아라에서 할머니와 소년의 대화


소년 : 할머니, 생쥐로 사는 거 너무 좋아요.

하지만 이상한 게 뭐냐면요. 여전히 제 자신이 소년처럼 느껴져요.


할머니 : 삶은 우리 모두를 바꿔놓지. 이 할머니를 좀 보렴.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아직 소녀 같은 기분이란다. 내면의 진정한 너 자신을 절대 포기하지 말렴.

널 볼 때 할머니가 보는 건 수염도 분홍색 코도 아니란다. 네 눈뿐이지. 아름답게 빛나는 네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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