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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드 패밀리

남의 남편이니까 웃는다

by 로로

단팥빵은 평소에는 적당히 말하지만 한번 수다가 시작되면 끊임없이 말한다. 물론 본인만 신나 있는 편이다. 참 다행히도

나는 상대방의 말을 듣다 재미가 없거나 심각한 이야기가 아니면 금세 집중력이 떨어지며 흘려듣기 시작하는 편이다. 우린 이 사이클이 어느 정도 잘 맞는 것 같다. 가끔 아가씨를 만나면 우리 오빠이야기를 어떻게 끝까지 듣고 있냐며 나에게 묻곤 하는데 난 그때마다 한 귀로 듣고 흘리고 있다고 하면 둘이 참 인연이라며 얘기하곤 했다.



단팥빵은 운전을 10년 만에 다시 하게 되어 운전 중에 부쩍 말이 많아지는 편인데 주로 자신의 운전 상황을 게임 생중계하듯이 계속 이야기한다.

난 면허가 없고 운전하는데 관심이 없어 평소 결혼 전에 조수석에 앉게 되면 주로 친구가 운전을 신나게 할 수 있도록 재밌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그리고 주로 운전하는 친구들은 들어주는 편이었다. 단팥빵옆에 앉을 때는 흘려듣느라 정신이 없어졌다.


단팥빵이 10년 만에 다시 운전을 하게 된 계기가 내가 임신을 하며 시작하게 됐는데 본인도 운전을 오랜만에 하기에 말이 많아진 듯했다.



단팥빵 어~이렇게 우리 차에 가까이 오면 안 되는데..

소보로 거리를 좀 둬

단팥빵 우리 차를 다 앞질러 가기 시작하는군~ 하하

소보로 그래도 속도 내지 말고 가요.

단팥빵 갑자기 껴드네.. 터널에선 차선변경하면 안 되는데~~


난 단팥빵이 정말 아는 게 많아서 그런지 알았다.

차라리 내가 운전연수중인 상황이라면 나을지 모르지만 그냥 임신 중에 편하게 차를 타고 싶은데 운전상황을 실시간으로 들으니 불안했다.

조수석에 앉아서 또는 다른 사람의 차를 타고 불안감을 느끼긴 처음이었다. 그냥 난 차만 타고 달리면 마냥 신나는 스타일인데 이건 내가 마치 운전연수 중인 듯 불안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단팥빵과 병원을 들렀다 귀가하는 중 첫 접촉사고가 났다. 뒤차가 우리 차 범퍼를 살짝 박았다. 난 평상시 나에게 말했던

위풍당당하던 수다쟁이 단팥빵이 어떻게 이 사고를 처리할지 몹시 궁금했다. 차를 갓길로 데고 내려 뒤차의 차주분과 이야기를 한참 하더니 차문을 열고

나에게 물었다.


단팥빵 여보 우리 보험회사 이름이 뭐지?


단팥빵도 당황해서 보험회사 전화번호도 이름도 다 까먹은듯했다. 그 뒤로 난 알게 됐다. 슈크림빵과 마카롱을 임신 중이었던 나를 태우고 운전을 오랜만에 하는 것에 대해 겁이 나서 그렇게 생중계로 운전상황을 말하는 것 같았다.

나도 운전면허를 따야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나의 임신동지 친구에게 이런 우리집 일상 이야기를 하고 나면 꼭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있다.


친구 : 남의 남편이니까 웃는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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