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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드 패밀리

집 앞 공원

by 로로

마카롱이 태어났을 때도 코로나가 다시 재확산될 때라 아기 둘이 있는 우리 가족이 양가 어머님들을 만나는 일을 제외하곤 외출을 하지 않았다. 딱히 집 근처에 갈만한 곳도 없었다. 날씨가 좋을 때는 조금 더 나가 공원이라도 가지만 한겨울에는 이마저도 애매했었다. 쉽게 갈 수 있었던 커피숍도 아기가 둘일 때

거기다 코로나 재확산시기이기에 그곳에서 여유 있게 있을 수 있다는 것이 꿈같은 것이 됐다.


하지만 코로나기간 내내 연년생으로 때론 집에서 독박육아를 하기도 하고 병원만 다니는 것이 일과였던 일상은 나의 마음을 꽤나 사막처럼 만들기도 했다. 남편은 주로 집에서 자는 시간을 아껴 만화를 보거나 영화를 보는 걸로 해방감을 느끼는 타입이라면 나는 어느정도는 밖을 나가야 해방감을 느끼는 타입이다.



그렇게 외출도 못하고 좀비처럼 지내고 있던 어느 날 단팥빵이 동네를 돌며 운동을 하다 매일 다니던 길로 가지 않고 다른 길을 돌다 멋진 공원을 발견했다고 했다. 산으로 되어있고 경관이 꽤나 좋아서 위로 올라가 아래를 바라보니 가슴이 탁 트여 운동할 맛이 난다 했다. 난 단팥빵의 이 말을 듣자마자 당장 집 근처 그곳으로 가자고 했다.



더 이상 듣고 있을 필요도 없이 무조건 가자고 하며 슈크림빵과 마카롱의 옷을 입히고 차에 태웠다. 아기를 데리고 외출할 때는 짐이 많아지는데 집 근처니 딱히 다른 건 준비할 것도 없이 물만 챙겨 떠났다. 차로 오분정도 달려 남편이 말한 그 공원에 도착하고 할 말을 잠시 잃었다.



거긴 산 하나를 전부 쓰고 있는 공원묘지였다. 집으로 오고 가는 길에 멀찌감치 도로에서 잠깐씩 보긴 했지만 기가 막혔다. 지구상에 꽤나 드물다는 INFJ 거기다 ab형 다운 선택이었다. 내 표정을 보며 잠시 웃더니 아까는 걸어와서 추워서 중턱정도밖에 못 올라가 봤는데 차로 왔으니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겠다며 위에 경관이 꽤 멋지다고 했다. 이미 내가 바라던 공원이 아니었던 나는 딱히 기대감 없이 올라가 보자고 했다.



남들은 명절에 성묘하러 오는 곳에 우린 동네 마실 나오듯이 왔다는 것도 어이가 없었는데 꼭대기까지 올라가 차에서 바라본 석양이 꽤나 멋있었던 것도 잠시 고소공포증 있는 단팥빵이 올라가던 길과 달리 내려가는 길이 너무 경사가 가팔라서 무서워하니 우리까지 오싹하게 내려왔다.


그렇게 철학적으로 쉬고싶을때 오면 괜찮겠다고 말했지만 집 앞 공원묘지는 다시는 오지말자며 남편에게 조용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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