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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드 패밀리

아빠와 슈크림빵

by 로로

슈크림빵을 보고 있으면 유난히 우리 아빠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아빠가 나를 보며 미소 짓던 특유의 표정이 있으신데 그런 것까지 닮은 거 같아 때론 소름이 돋을 때가 있다.

그래서 슈크림빵을 보면 아빠생각이 더 많이 나기도 한다.



아빠는 돌아기시기 전 급성 뇌수막염으로 지병인 당뇨병의 합병증까지 더해져 돌아가시게 됐다. 뇌 쪽에 이상이 생기게 되니 점차 인지나 신체의 모든 기능이 잘 움직여지지 않게 되셨었다.



슈크림빵이 더 아기였을 땐 아기라서 잘 못 움직이는 부분이 큰차이가 없었지만 조금씩 성장하고 몸이 자라면서 운동기능이 따라주지 않으니 우리 아빠의 그때 당시의 모습과 비슷했다. 슈크림빵을 보면 아빠가 보이니 때론 나와 빨리 헤어진 아빠가 다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엄마가 장사를 하시고 아빠가 하시는 사업마다 안되셔서 뜻하지 않게 아기 때부터 주양육자가 아빠였는데 요즘 들어 돌아가신 아빠에게 아기 키우는 방법에 대한 걸 묻고 싶을 때가 있다. 언니랑 오빠를 키우시던 경험이 있어 그래도 엄마 말론 꽤 육아를 잘하셨다고 했다.


분명 나도 아기 시절이 있었지만 전혀 기억이 없다. 근데 신기한 게 내가 느끼는 모든 감정들과 하루하루가 아빠나 엄마가 보내는 메시지인 것 같을 때가 있다. 아이들이 열이 나고 아플 때면 나도 긴장하기도 하고 빨리 나았으면 하는 생각들이 우리 아빠도 이렇게 나를 걱정하셨다고 알려준다.

어느 날 문득 열어본 메일함에 38년 전부터 나에게 온 메일이 가득했었던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싶다.

더욱 놀라운 건 엄마는 지금도 매일 메시지를 보내고 있으시기 때문에 내가 살아생전 이 메시지를 모두 읽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것 같다.


마카롱과 슈크림빵이 이 메일함의 존재를 알려준것도 지금이라도 알게되어서 다행이란 생각을 하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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