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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드 패밀리

장인어른의 길

by 로로

아빠의 나이 47에 막둥이로 내가 태어났다.

거기에 아빠는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시는 얼굴이셨다. 완전히 어렸을 때는 자각하지 못했지만 초등학교1학년이 됐을 무렵, 학교에 우산을 챙겨 오지 못했던 날 아빠가 학교 앞에 오셨다. 우리 집은 주로 엄마가 일하셔서 아빠가 날 돌보는 편이었는데 학교 앞에 젊은 엄마들이 우산을 갖고 온 사이로 우리 아빠가 칙칙한 추리닝을 입으시고 멋쩍게 서계신 게 바로 포착됐다.



순간 고민하다 비를 맞고 그냥 집으로 향했다.

아빠는 길이 엇갈린 줄 아셨지만 내가 집에 가서 엄마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말하며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되시곤 며칠 속상해하셨던 듯하다.

그 후로는 학원이든 어디든 모르고 선생님들께서 할아버지 오셨다고 하거나 하면 우리 아빠예요 하고 말했지만 단팥빵은 나에게 이 얘기를 듣고 남일이 아니라며 많은 준비를 해야겠다고 했다.



결혼 전에는 아기 용품은 무조건 새것으로 사는 건지 알았지만 막상 주변이나 언니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얼마 못쓰고 버려야 될 때가 많아서 중고샵도 이용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린 당근마켓을 종종 이용했는데 나 대신 남편이 거래를 하러 주로 갔다.

채팅을 할 때만 하더라도 아기가 어리니 대부분 30~40대 초반으로 생각하며 채팅을 했는데 내 남편이 나타나면 대부분 조금 당황하는 것 같다고 했다. 조금씩 체감을 하게 된 듯했다.



남편이 다가올 가까운 미래를 대비해서 염색도 운동도 능력도 키워야겠다며 생각이 많아졌다. 내가 보기엔 생각만 많아진 듯 하지만..



내가 지금 생각하기에 돌아가신 우리 아빠가 제일 잘해주신 건 그래도 내가 이십 대는 조금 넘어서까지 곁에 계시며 살아가는 지혜를 주셨던 거였다.

그래서 난 단팥빵에게 무엇보다 우선순위는 장수라고 했다. 일단 건강히 아이들과 오래 사는 목표로 다른 일들을 해나가라고 했다.



단팥빵의 장수를 위해 내가 딱히 도와줄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우연히 만화 브레드이발소를 보다 주인공 윌크가 독감에 걸린듯한 사장님이 회복이 안되자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감기약이라며 먹이고 사장님이 오래 살수 있도록 욕해드린다는 말을 했다. 윌크의 말을 듣고 내가 도울 수 있는 것들 중에 하나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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