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좀 보니? 이건 알고 있어야지

<보이스 오브 햄릿 : 더 콘서트>에 대해 내가 좀 알려줄게

by MLVine
글쓴이의 의도로 반말의 형식을 사용하여 글을 썼으니 감안하고 봐주시길 바랍니다.


우리 요새 나름 문화생활 한다고 공연도 가고 전시도 보고 그러는데, 형이 올해 본 것 중에 진짜 신선하고 괜찮았던 공연 하나 알려줄게.

한 달 남짓 공연하고 막 내린 작품이야. "뭐야, 그렇게 짧게 했으면 별로인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건 아니야. 워낙 실험적인 작품이라 대중적으로 롱런하기엔 어려웠던 거지. 그래서 오히려 너희한테 추천하는 거야. 이미 검증된 뻔한 작품보다는 새로운 거 찾는 사람들이잖아.




서론이 길었지? 작품 이름은 〈보이스 오브 햄릿 : 더 콘서트〉야. 우리가 다 아는 고전 〈햄릿〉을 콘서트 형식의 1인극으로 재해석한 록뮤지컬인데, 놀랍게도 한국 창작 뮤지컬이야. 제작사가 'The Voice Series'라는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는데, 그 첫 번째 작품이지.


캐스팅된 배우가 누구냐면—옥주현, 신성록, 민우혁, 김려원. 뮤지컬 좀 보는 사람이면 이 라인업만 봐도 알지? 최정상급이야. 이 정도 배우들이 소극장 1인 뮤지컬에 출연했다는 건, 본인들 커리어에 남길 만한 작품이라고 판단했다는 뜻이거든.


그런데 캐스팅에서 더 주목할 점이 있어. 유명세 말고. 햄릿인데 여성 2명, 남성 2명이 균등하게 캐스팅됐어. 흔한 일 절대 아니지. 이른바 젠더프리 캐스팅이야. 성별의 틀을 깨고 배우의 역량만으로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지를 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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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작품은 여성 배우 버전, 남성 배우 버전 둘 다 보면 가장 좋아. 원작의 남성 캐릭터를 여성 배우가 해석하는 방식에서 완전히 새로운 관점이 나오거든. 메시지 자체가 달라지기도 하고. 사실 햄릿의 불확실하고, 수동적이고, 결단력 부족한 면을 여성이 더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해석은 서양에서는 이미 오래된 시도야. 우리나라에서도 젠더프리 캐스팅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닌데, 주로 성 구분이 필요 없는 역할이나 조연에 한정됐거든. 그런데 이 작품은 1인극의 주인공 햄릿에 과감하게 적용한 거지.


원종원 교수 말을 빌리면, "젠더프리 캐스팅은 사회의 선입견을 바꾸겠다는 예술적 실험의 연장선"이래. 단순히 성별을 바꾸는 게 아니라, 성 정체성에 대한 편견을 넘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공연 좀 본 사람들이라면 이런 시도가 담긴 작품, 메모해 놓고 기회 왔을 때 꼭 봤으면 해.




젠더프리 캐스팅만큼이나 눈에 띄는 게 또 있어. 이 작품, 세계 최초로 극작과 작곡 과정에서 AI 기술을 적극 활용한 뮤지컬이야. 더 놀라운 건 제작사가 자체 개발한 AI 모델로 대본과 음악의 뼈대를 만들었다는 거지.

요즘 AI 창작물 논쟁 많잖아. AI가 만든 걸 예술로 볼 수 있는지, 인류가 가져온 예술 가치 평가 기준이 바뀌어야 하는지. 물론 형이 여기서 뭐라 단정 짓기는 어렵겠지만, 우리가 우리 자신을 문화인이라고 본다면 이 작품의 시도는 높이 사지 않을 수 없어.


최근 읽은 국내 논문에서 흥미로운 관점을 봤어. "예술은 사회화된 인간의 신체 구조가 가지는 감각과 감정을 정교하고 섬세하게 활용하는 고차원적 전달 방식"이라면서, 인공지능 센서가 인간 감각을 기능적으로 모방했다고 해서 같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 결론은 아직 AI 결과물을 예술로 인정하기 어렵지만, 사회적 합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본격적으로 논의해 보자는 거야. 이런 화두를 머릿속에 두고 〈보이스 오브 햄릿〉을 보면 더 재밌어.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음악이야. 이 작품은 록 음악 기반이거든. 록 음악 특유의 저항 정신으로 진실과 운명을 직시하는 햄릿의 묘한 감정을 표현해. 글램록, 하드록, 일렉트로닉까지 다양한 록 스타일로 햄릿의 내면을 전달하는데, 강렬한 사운드와 고뇌가 어우러지는 맛이 있어.


록 음악 좋아하면 음원이라도 한번 들어봐. 공연장 음향은 소극장 특성상 아쉬운 부분이 있었는데, 음원으로 들으면 그 매력이 확실하게 느껴지거든. '악몽의 서막', '가까이 좀 더 가까이', '결투'—이 세 넘버는 꼭 추천하고 싶어. 지금 공연을 직접 볼 수 없으니, 각 배우가 부른 같은 넘버를 비교해서 들어보면 좋겠지. 다 구하기는 어려울 수 있는데, 오히려 모든 넘버를 모른 채 기대감을 안고 다음 재공연에 가보는 것도 방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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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보이스 오브 햄릿〉은 우리가 알던 〈햄릿〉의 무거운 정서에서 벗어나, 현대적이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햄릿의 내면세계를 표현한 실험적인 작품이야. 젠더프리 캐스팅, AI 창작, 록 음악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한 작품에 다 들어가 있거든. 솔직히 이 중 하나만 있어도 화제가 될 법한데, 셋 다 담았다는 게 대단한 거지. 그만큼 제작진이 뭔가 새로운 걸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확실했던 것 같아.

물론 실험적인 작품이 다 성공하는 건 아니야. 근데 이런 시도가 있어야 공연계도 발전하는 거 아닐까? 안전하게 검증된 것만 하면 재미없고. 다시 공연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재공연 소식 들리면 형이 또 알려줄게. 그때는 놓치지 말고 가봐. 후회 안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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