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주민 Nov 10. 2022

기술력이냐 영업력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B2B 영업/세일즈 컬럼 기업영업교육전문가 박주민 대표

기술력 기반위에 성장한 회사들은 대체적으로 R&D 부서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런 회사들이 시장의 우위를 선점하면 대체적으로 공급자의 시각을 형성한다. 영업대표들 역시 자신감 있게  자사의 제품을 소개하며 시장과 고객을 리드해 갈 수 있다. 매출 걱정을 할 일이 거의 없고 영업과 R&D간의 관계도 좋다. 반면에 기술력이 밀리면서 경쟁사가 시장과 고객을 선도하는 회사들의 경우에는 영업대표들이 다소 위축되어 있고 매출 달성에 늘 어려움을 느낀다. 영업과 R&D간의 관계도 별로 좋지 않을뿐더러 상시적인 갈등이 유지되는 곳도 많다. 공교롭게도 필자는 이와 같이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영업활동을 연이어 경험해 보았다. 마치 온탕에서 냉탕으로 옮겨간 느낌이었는데 전자는 삼성전자내 주력 사업부 중 하나로써 모니터를 생산하는 디스플레이 영업부였고, 후자는 서버와 스토리지를 주력으로 하는 서버 영업부였다.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경험을 해보신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2천년대 초반 필자의 디스플레이 영업부 시절의 이야기다. 국내에서 한창 PC방 열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전국적으로 수만개의 PC방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었다. 브랜드를 중시하는 PC방 업주는 삼성 매직스테이션과 같은 완제품을 선호했지만 예산효율성을 중시하는 PC방 업주는 용산 전자상가와 같은 전국의 집단상가를 통해 PC본체와 주변기기를 따로따로 구매했다. 


PC본체를 제외한 주변기기 즉, 모니터, ODD, HDD, 프린터 등을 정보기기라고 불렀는데 필자는 40여명 남짓 된 삼성전자내 정보기기팀 디스플레이 영업부 소속으로 수년간 그칠 줄 모르는 매출의 상향곡선을 경험한다. 이 자그마한 단일 조직에서만 년간 1조 2천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데 그 중 가장 많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이 싱크마스터, 샘트론과 같은 모니터였다. 어찌나 물건이 잘 팔렸던지 아침에는 수북하게 쌓인 견적서를 정리해 품의서를 작성하기 바빴고 오후가 되면 수원 공장에 내려가 물량을 챙기는 게 일이었다. 나중에는 수원 모니터 공장이 중국 텐진으로 이전을 하면서 우리회사 공장임에도 불구하고 텐진까지 날아가 HP, IBM 등의 글로벌 OEM 벤더들과 물량확보 경쟁을 벌여야만 했던 일까지 발생했다. 수요를 공급이 못 따라가는 행복한 영업을 했던 것이었는데 이때에는 고객을 만나는 일보다 고객을 위해 물량을 챙겨주는 것이 필자의 가장 중요한 업무였다. 방금 전 이야기가 훈훈한 온탕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지금부터는 냉탕에 관한 이야기다. 서버는 간단히 말해 개별 네트워크들을 하나로 묶어 감시하거나 제어하는 컴퓨터 하드웨어 시스템의 총칭이다. 보통 IT업계에서 솔루션 영업을 말할 때 서버나 스토리지등을 언급하는 이유는 사업의 특성 자체가 고객의 환경에 맞게 커스터마이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쪽 사업 영역에서 삼성전자의 시장지위는 하위 그룹에 속해 있었다. 

참고로 이 시장에서의 리딩 그룹은 IBM, HP, EMC 등이었는데 우선, 기술력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어 삼성의 경우 대형 규모 이상의 하이엔드(high-end) 제품에서의 기술력이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작은 규모의 로우앤드 (low-end) 제품을 위주로 영업을 할 수밖에 없어 커스터마이징 영업을 하는 데 있어 한계가 있었다. 컴퓨터를 잘 만드는 회사였기에 서버 사업에서도 기대가 컸었지만 시장은 녹록하지 않았다. 새로운 직판 시장을 뚫어보기 위해 신규 고객에게 만남을 청하기라도 하면 삼성전자라는 브랜드 때문에 필자를 만나주는 것이었지 제품이나 서비스 측면에선 썩 달가와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장 위치에서 영업대표들은 어떻게 영업을 해야 할까? 솔루션 영업의 장점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설사 자사가 보유하고 잊지 못하더라도 아웃소싱(outsourcing)이라는 방법을 통해 어느정도는 커버가 가능하다. 가령, 고객이 필요로 하는 혹은 생각하지 못하는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공급업체를 외부에서 찾아 새롭게 구성해 공급하는 형태다. 필요하다면 특정 업체와의 MOU를 통해 오퍼링 프로그램을 구성한 다음 제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가 아니면 잇몸이라는 말이 있듯이 영업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부족한 부분만을 탓하기기보단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다. 이때에는 공장에 가서 물량을 챙길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무조건 신규고객을 찾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만 하는 게 필자의 가장 중요한 업무였다. 

그럼 이제부터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니 잘 들어 보시기 바란다. 필자가 언급한 두 개의 스토리는 기술력과 영업력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었다. 모든 영역에서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기술력이 평준화가 된 시장에서 경기가 위축될 때 R&D와 영업 간에는 불화가 생기기 마련이다. 간단히 말해 제품이 시원찮아서 팔기가 힘들다는 의견과 영업이 시원찮아서 제품이 빛을 못 본다는 의견의 대립이다. 누구의 말이 맞고 틀리고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가진 기술력과 영업력에 대해 시장과 고객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 장의 그림을 그려보았다.  

어떠한 회사이든지 R&D 조직은 뭐 하나라도 자사의 기술력이 가장 우수하다고 말하고 싶어한다. 그렇게 믿고 있는 경우도 많으며 그러한 믿음이 꼭 나쁜 것만도 아니다. 설사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아니더라도 자사의 기술력을 폄하하는 경우를 보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여기서 냉정하게 구분해 보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적어도 기술력은 시장과 고객이 원하는 제품력으로 인정을 받을 때만이 빛이 난다는 점이다. 세상에는 뛰어난 기술로 만들어졌으나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제품이 많음을 항상 유념할 필요가 있다. 영업조직에서 올라오는 시장과 고객의 정보에 귀 기울이지 않는 R&D는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력에 대해 좀 더 시장지향적일 필요가 있다. 

다음은 영업력에 관한 것인데 여기서 질문을 하나 드려보겠다. 필자가 디스플레이 영업부 시절 그 엄청난 매출달성에 기여할 수 있었던 것은 필자의 영업력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판매력 때문이었을까? 그렇다. 여기서는 판매력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다. 요약하면 판매력은 고객의 구매가 일어나는 바로 그 시점의 대응력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때에는 오직 적기의 주문과 납품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를 영업에서는 오더 테이커의(order-taker) 역량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영업력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영업력이란 판매가 일어나는 시점을 포함한 판매 전후의 모든 영업활동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를 전문가 영업 영역에서는 컨설턴트(consultant)적 역량이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필자의 디스플레이 영업시절의 에피소드는 필자가 영업을 잘해서가 아닌 기술과 시장이 만들어 준 판매력이었던 반면, 서버 영업부에서 부족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아웃소싱 능력을 통해 시장 및 고객과 소통하려했던 시도들은 판매력이 아닌 영업력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구조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제품력과 영업력이 조화를 이룬 형태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의외로 많은 기업들이 또 해당 조직들이 이 한 장의 그림을 머리속에 그려 놓치 않은 채 자신들의 모습을 잘 객관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시장과 고객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으며 경쟁사는 차고 넘친다는 것을 항상 잊으면 안된다. 필자가 경험한 두 영업조직도 불과 몇 년 후 얼마간의 시차를 두고 각각 축소 통폐합이 되고 아예 없어져 버린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제는 과거의 기술 중심적 사고만 가지고서는 빠르게 변해가는 시장과 고객을 만족시키기가 매우 어려운 환경이 되어 버렸다. 물론 시장을 파괴하는 혁신적 제품이 나와준다면 영업하는 입장에서야 정말 좋겠지만 기술의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진 지금의 시장환경에서는 초격차를 유지하기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웬만한 기술력이 아니고서는 경쟁자들에 의해 너무나 빠르게 복제(copy)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실제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애써 만든 신제품이 불과 6개월도 안되어 경쟁사의 것과 비슷한 제품으로 취급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전문가 영업조직의 구축과 실행이 시급한 이유다. 결론적으로 기업은 자가당착과 착시에 빠진 기술력과 판매력으로부터 벗어나 시장과 고객이 원하는 제품력, 시장과 고객을 리드하는 영업력으로 조화를 이룰 때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고객이의존하게만드는슈퍼을의영업

I pray for peace in Ukraine!!!

#기업영업교육전문가

#국내1호콜드콜링전문가

#대한민국명강사제229호선정

#삼성전자100인의영업인상수상

#26년차전문가영업전략적판매의노하우

작가의 이전글 중소기업, ‘전문가 영업 경영’이 절실한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