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인 줄 알았다.
희미한 두드림 소리.
하지만 곧, 여인의 떨리는 목소리가 또렷해졌다.
“살려주세요… 제발…”
의식이 순식간에 깨어났다. 시계는 새벽 2시.
다시 이불을 덮으려던 찰나,
쾅쾅쾅—
이번엔 더 거칠고 절박한 노크.
“옷도 입지 않았어요… 제발 문 좀 열어주세요… 살려주세요…”
나는 인디언밴드 지역의 한 주유소 겸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었다.
1층은 매장, 2층은 직원 숙소.
이 외딴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집도 500미터는 떨어져 있었다.
새벽의 고요를 가르며 들리는 울부짖음은 현실이었다.
현관 앞에 섰다.
문 하나 사이.
여인의 울음은 뼛속까지 떨리게 했다.
하지만 문고리는 쉽게 돌아가지 않았다.
세상은 때로, 도움을 주는 순간 나를 삼키는 괴물이 된다.
“경찰에 연락해 보세요.”
“했어요… 아무도 오지 않았어요… 너무 추워요…”
믿음과 의심, 동정과 두려움 사이에서 나는 머뭇거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연기가 아닌 진심이었다.
하지만 나는, 문을 열 수 없었다.
긴 침묵.
그리고 멀리서 들려온 사이렌.
퍼스트네이션 마을에서 신고했나 보다.
붉은 불빛이 창문을 스치고 지나갔다.
결국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녀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싸늘한 공기.
그리고 가슴 깊이 박힌 무거운 죄책감.
도와주고 싶었다. 정말로.
하지만 나는 두려웠다.
용기가 아니라, 잃을 것이 많다는 현실이 나를 가뒀다.
그날 이후, 마음은 점점 가라앉았다.
며칠 뒤, 직원 전용 주차장에 낯선 차가 들어섰다.
한 남자가 허락도 없이 2층 숙소로 올라왔다.
한국인이었다.
본사에 확인하니, 그는 내 전임자였다.
두 달 전, 애인의 이별 통보에 갑자기 떠났던 사람.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내가 이력서를 내자마자 채용된 이유.
3일 만에 혼자 근무하게 된 배경.
그 자리는 ‘갑자기 비워진’ 자리였던 것이다.
그는 돌아왔지만 거처가 없었다.
외진 이곳에서 의지할 곳은 숙소뿐이었다.
어쩌면 이제, 내가 그의 자리를 가로막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땅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질 불청객일지도 몰랐다.
마침내 본사에서 연락이 왔다.
“발령이 났습니다. 근무처를 옮기셔야 합니다.”
담담했다.
그들은 나를 잘 알지 못했다.
나는 그저, 몇 달 버틴 신입일 뿐이었다.
나는 그만두기로 했다.
세상이 나를 밀어내는 듯했지만,
그 밀어냄에 나를 맡기기로 했다.
더 머무는 것보다 떠나는 것이, 나다운 선택 같았다.
마지막 근무를 마친 밤 11시.
나는 에드먼턴을 향해 떠났다.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두운 도로, 적막한 공기.
그러던 중,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숨이 멎었다.
오로라.
하늘 가득 펼쳐진 빛의 축제.
그날따라 공기는 차고, 하늘은 투명하게 맑았다.
나는 차를 세우고,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
마치 하늘이 말했다.
“수고했어. 또 다른 삶이 너를 기다리고 있어.”
그 밤, 나는 오롯이 나 자신으로 존재했다.
두려움도, 아쉬움도
이젠 다 지나간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