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일일까. 하지만 이민자의 삶을 살아본 사람은 안다. 그것이 얼마나 자주, 또 얼마나 쓰라리게 반복되는지.
청명한 하늘이 유난히 드높았던 5월의 어느 날, 우리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공원으로 야유회를 나섰다. 형식은 야유회였지만, 실은 한 동료의 송별을 겸한 자리였다.
5월의 공원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했다. 세상의 모든 꽃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로 피어났고, 그 아래로 펼쳐진 잔디는 싱그러움을 온몸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하늘은 투명했고, 바람은 기분 좋게 얼굴을 스쳤다. 그런 완벽한 날에 우리는 조용히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처음 회사에 왔을 때부터 마지막까지, 언제나 진심인 사람이었다. 차분하고 성실했고, 사람을 대할 때 진정성이 느껴지는 동료였다. 그가 더 좋은 기회를 찾아 떠나는 것임을 알면서도, 쉽게 “축하한다”는 말이 입에 맺혔다가 사라졌다. 왜일까. 아마도,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그 단순하지만 서글픈 이치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리라.
그래서였을까. 아무도 이별을 말하지 않았다. 누군가 먼저 말을 꺼내는 순간, 그동안 애써 담담히 쌓아 올린 감정의 둑이 무너질까 두려웠다.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이별이 현실이 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웃으며 고기를 굽고,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이 마지막 시간을 평소처럼 흘려보내고 싶었을 뿐이다.
잔잔하던 시간이 흘러 오후 3시, 갑작스레 날씨가 변했다. 천둥이 울리고, 번개가 번쩍이며, 맑던 하늘이 순식간에 회색으로 물들었다. 우리는 서둘러 돗자리를 걷고 짐을 정리해 각자의 차로 돌아갔다. 예정되어 있었지만, 예상하지 못한 작별이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그 순간, 우리는 마지막으로 그와 포옹을 나누었다. 짧지만 깊었던 이별. 차창 너머로 내리치는 빗방울이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짓말처럼 다시 파란 하늘이 드리워졌다. 잠시 더 달리니 또다시 비구름이 나타났고, 그 구간을 지나자 이번엔 말끔한 청명함이 나를 맞이했다.
이별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폭우처럼 들이닥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스쳐 지나가고, 그 자리에 다시 햇살이 깃든다. 우리는 그렇게 또 하나의 이별을 끝냈다.
마음 한편이 알싸하게 저리지만, 소주 첫 잔처럼 쓰고도 따뜻한 감정이 남는다. 보내는 마음은 아프지만, 그가 걸어갈 새로운 길에 부디 푸른 하늘이 펼쳐지길, 마음 깊이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