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 개어 넣는다.

by 문주성

오늘은 쉼의 마지막 날

햇살은 책장 위로 미끄러지고

가족의 웃음은 벽에 희미하게 남았다


나는 옷을 개듯

하루를 접는다

겹겹이 개어 넣는

사소한 기쁨들 ―

어제의 산책, 저녁의 웃음,

묵묵히 다듬은 침묵 하나까지


문득 생각한다

삶의 마지막 날엔

나는 무엇을 싸고 있을까


가져갈 수 없는 것들 사이에서

무엇을 가장 오래 만지작거릴까

비워낸 서랍 속에서

끝내 놓지 못한 사랑 하나

말하지 못한 말들 몇 줄


그날도 나는

짐을 싸듯

하루를 정리할 수 있을까


남은 따뜻함만

주머니 속에 접어 넣고

지는 햇살을 따라

조용히 문을 나설 수 있을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날,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