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꿈이 뭐세요?”
어느 날, 젊은 누군가가 물었습니다.
‘무엇이었냐’가 아니라,
‘지금의 꿈이 뭐냐’고 말이지요.
그 짧은 질문 앞에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습니다.
꿈이라…
나는 과연, 꿈이라는 걸 제대로 가져본 적이 있었던가요?
어릴 적 품은 꿈을 이뤄내고 살아가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납니다.
그 기준이라면, 나는 아마 성공한 인생은 아닐 겁니다.
나는 캐나다에서의 용접사를 꿈꾸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내 삶을 실패라 말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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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만 담아두었던 꿈
한때 나는 여행상품기획자를 꿈꿨습니다.
직접 낯선 땅을 밟고, 숙소와 식사, 관광지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사람들의 설렘을 설계하는 일.
고객의 취향과 시대의 흐름을 읽어 매력적인 코스를 기획하는 일.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뛰던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꿈은 생각으로만 머물렀습니다.
IMF라는 거센 바람이 불면서
수많은 여행사가 문을 닫았고, 그보다 혹독한 팬데믹의 시간을 잘벼텼을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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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도전했던 길
그 후 나는 일본어 교수가 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습니다.
학교의 추천으로 일본 유학을 결심했고,
장학생으로 선발되는 행운까지 따랐습니다.
기숙사비도 면제됐지만,
만약 진학한다면 이후의 모든 비용은 스스로 책임져야 했습니다.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2년간 200만 엔을 모았습니다.
삶과 학업이 빽빽하게 엉킨 시간 속에서,
나는 정말 간절하게 그 꿈을 향해 걷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음 한구석에서 두려움이 올라왔습니다.
“이대로 계속 갈 수 있을까?”
오랜 망설임 끝에, 나는 결국 포기를 택했습니다.
그 선택이 부끄럽지는 않습니다.
정말 해봤기에, 멈출 줄 아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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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쉰을 넘기고
삶은 언제나 직선이 아니었습니다.
굴곡진 길 위에서, 때론 돌다리 앞에 멈춰 서기도 하며
나는 어느덧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제 누군가 “꿈이 뭐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버킷리스트’를 떠올리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조용히,
내 삶의 두 번째 꿈들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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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 세 권 내기
이제는 돈보다 생각을 남기고 싶습니다.
아버지로서, 한 인간으로서 살아온 마음을
에세이와 시에 담아 올해 말 첫 책을 낼 예정입니다.
아이들에게 물려줄 재산은 많지 않지만,
‘아빠의 문장’을 유산으로 남겨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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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림 배우기
5년 전, 우연히 유화를 그려본 적이 있습니다.
서툰 그림이었지만 뜻밖의 칭찬에 힘입어
몇몇은 선물로도 드렸지요.
그중 몇 개의 그림이 지금도 지인들의 현관에 걸려 있습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허술한 그림을 여전히 걸어두었다는 사실이
그 사람의 따뜻함이자, 나에 대한 믿음처럼 느껴지니까요.
이번에는 제대로 배워서,
다시 선물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 집 거실에도
내가 자신 있게 내민 그림 한 점을
당당히 걸어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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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해외 한 달 살기
내년이면 아들과 딸이 대학을 졸업합니다.
부모로서의 큰 숙제를 마치고 나면
나에게도 조금은 자유로운 시간이 올 것입니다.
아내가 새로운 일에 적응하느라 바쁘겠지만 휴가를 낼 수 있게 되겠지요.
여행이 아니라, 머무는 삶.
어딘가에서 한 달쯤 살아보며
아침 햇살을 천천히 맞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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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록키산맥 50봉 오르기
앨버타에 이민 온 지도 어느덧 10여 년이 흘렀습니다.
바쁜 일상에 쫓기느라
눈앞에 두고도 외면했던 록키산이
이제는 그리워졌습니다.
숨이 차고 다리가 떨릴지라도
하나씩 오르며
내 안의 무게를 조금씩 내려놓고 싶습니다.
봉우리마다, 내 삶의 문장을 한 줄씩 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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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민 가장 취업 돕기
이민자의 삶은 누구에게나 낯설고 외롭습니다.
특히 가장이 일자리를 얻지 못하면
그 가정 전체가 흔들립니다.
나는 이민 선배로서
후배 가장들에게 실질적인 정보를 나누고,
그들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들도
다른 이의 손을 잡아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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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직 다 적지 못한 꿈들
이제 와 돌아보니,
이 모든 것도 결국 ‘꿈’이었습니다.
“선생님, 꿈이 뭐세요?”
다시 그 질문을 받는다면
이제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꿈을 좇다가,
어느덧 나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비록 처음 그리던 길은 아니었지만
돌아온 길마다 의미가 있었고,
지금도 나만의 속도로
내 리스트를 하나씩 채워가고 있다고.
그것이 내 인생의 두 번째 꿈입니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