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는 몰랐다.
아버지의 무뚝뚝함이
사랑의 반대말인 줄 알았다.
식탁 너머
말 없는 얼굴,
묵은 주름 하나에
하루가 눌려 있었다.
웃음도, 칭찬도,
쉽게 비워내지 않던 잔.
나는 그 잔이
비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아버지는 계영배였다.
넘치면
고스란히 흘러내릴까
사랑도 조심조심 따르던 사람.
말 한마디, 손길 하나
허투루 붓지 않던 그 마음.
차갑다 믿었던 손등엔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던 삶이
가만히 식어 있었다.
그 손이 들었던 쇠망치,
그 손이 건넨 약봉지,
그 손이 닦아준 어린 내 이마.
모두가 절제였고, 모두가 사랑이었다.
나는 이제야
그 절제를
사랑으로 읽는다.
아버지는 말이 없었지만
그 말 없음 속엔
폭우보다 많은 사랑이
잠잠히 머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