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을 걷다

by 문주성


희망은 얇은 얼음 위를 걸었다.

발밑에서 서서히 금이 갔다.

길었던 겨울은 끝날 줄 몰랐고,

손에 쥔 희망조차 차가웠다.


불안은 눈송이처럼 쌓였고,

걸을수록 길은 멀어졌다.

내가 남긴 발자국들은

어느새 바람에 지워졌고,

나는 사라질 듯 흔들렸다.


그러나 멈출 수 없었다.

입김처럼 흐릿한 다짐이

얼음 아래로 스며들고,

그 순간—

바람이 방향을 틀었다.


서서히, 아주 서서히

눈이 녹아내렸다.

희미했던 길이

조금씩 선명해졌다.


그렇게 열두 번의 겨울이 지났다.

나는 여전히 걷고 있다.

그러나 더는 얼음이 아니다.

이제 내 발자국이

눈길 위에 깊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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