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지 못한 채로도 가벼워지는 법

by 문주성

​1. ‘혹시’라는 이름의 짐들


​우리는 너무 쉽게 더 많은 것을 곁에 둡니다. 언젠가 쓸지도 모를 물건, 버리기엔 아까운 옷, 그리고 비워두기엔 왠지 불안한 일정들까지. 우리는 저마다의 ‘혹시’를 겹겹이 쌓아두며 살아갑니다. 삶이 무거워진다는 걸 느끼면서도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는, 그 물건들이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나의 불안을 붙잡아두는 닻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2. 삶은 저장고가 아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 삶은 무언가를 계속 채워 넣어야 하는 저장고가 아니라는 사실을요. 채워질수록 무거워지고, 무거워질수록 내일로 향하는 한 걸음은 더뎌집니다. 하지만 막상 비우려 하면 손이 멈춥니다. 익숙한 것들을 떼어내는 일은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하더군요.

​그래서 요즘 저는 실천 대신 질문부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내가 이걸 정말 원했나?”

“이건 내 필요인가, 아니면 남들만큼은 가져야 한다는 체면인가?”

​물건 하나하나에 이 질문을 투영해 보면, 그동안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아온 시간들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욕심이라 생각했던 것들은 사실 불안이었고, 필요라 믿었던 것들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껍데기였음을 깨닫습니다.



​3. 미니멀라이프, 결핍이 아닌 선명함


​저는 아직 미니멀리스트가 아닙니다. 여전히 망설이고, 여전히 비우지 못한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며 문 앞에 서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비우지 못한 채로도 이 고민이 주는 힘을 믿습니다. 미니멀라이프는 우리에게 정답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묵직한 질문을 던질 뿐입니다.

​가끔은 상상해 봅니다. 공간이 조금 더 고요해진 집과 생각이 덜 복잡해진 하루를요. 그 안에서 비로소 선명해질 것들을 떠올려 봅니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온기, 창밖으로 스며드는 빛의 결, 가족과 나누는 짧은 대화의 밀도 같은 것들 말입니다.



​4. 나를 기억하게 하는 것들


​우리는 결국 무엇을 가졌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았는지로 기억될 것입니다. 미니멀라이프는 가난한 삶이 아니라, 덜 가졌기에 본질을 더 잘 느낄 수 있는 '선명한 삶'입니다.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 물건이, 이 일정이, 그리고 이 관계가 지금 나의 삶에 정말 필요한가. 이 질문만으로도 나의 하루는 어제보다 아주 조금, 가벼워진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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