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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야경에 취하다

준이와 즐기는 휴가(세종시)

by 바다나무

비가 온다. 이번주에는 계속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다. 다행이다. 준이(손자)가 가고 나서 비가 와서. 지난번 준이와 호캉스를 할 때도 그랬다. 유독 우리가 여행하는 곳을 비가 비켜갔다. 이번에도 감사하다. 일주일 동안 준이가 휴가를 다녀갔다. 살고 있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가 노후되어 공사기간을 피해 이곳으로 이른 휴가를 온 것이다. 고층의 아파트를 더운 여름날 계단으로 오르내리기는 무리였다.


우리는 일주일 동안의 휴가 스케줄을 짰다. 활동량이 많은 27개월의 준이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준이가 잘 방의 모든 짐을 잠시 어디론가 대피시키고 매트리스를 깔아놓았다. 이곳저곳 모서리 보호대를 설치하였다. 무엇보다 바다(고양이)를 좋아하지만 가끔 귀찮게 하기에 혹여 안전에 위험이 있어 잠시 작은 딸 방으로 바다의 안식처를 옮겼다. 그리고 그곳은 통제구역이 되었다. 젠가 이모침대에 부딪쳐 다친 기억이 모두에게 트라우마처럼 있던 터라 일단 그 방은 봉쇄다. 물론 그 방에는 방송장비들과 잡다한 짐이 많기도 하다.


첫날은 세종시 투어에 나섰다. 세종시의 랜드마크인 보행교는 LED조명으로 야경이 아름답다. 다리는 중앙이 원의 형태를 그리고 있어 "이응다리"라고도 한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1446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둘레를 1446미터로 복층으로 만들었다. 하층은 자전거 전용도로이고, 상층은 보행전용 도로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긴 보행다리이다. 보통의 성인 걸음으로는 40-50분 정도 소요된다. 저녁 산책코스로는 안성맞춤이다.


반짝이는 다리와 금강에 비친 반영이 아름답다. 상층에 있는 보행교에는 눈꽃 정원, 한글나무, 숲 속 작은 연주회, 봄빛정원, 뿌리 깊은 나무, 빛의 시소와 해먹등 힐링스폿들이 많아 구경하면서 직접 체험을 하거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또 다른 지상 세계의 반짝이는 야경에 준이가 너무 신나 한다. 하지만 준이가 그 다리를 걸어서 완주하기는 무리라 우리는 아래층에 있는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돌기로 하였다.


언젠가 둘이서 놀이 삼아 탈까 하다가 6인용 자전거가 있기에 준이 오면 타려고 남겨둔 이벤트다. 작은딸과 우리 내외, 준이가족이 타기에 딱 안성맞춤이다. 덥던 날씨도 위층이 그늘을 만들어 주고, 달리는 자전거 바람으로 시원하다. 맨 앞자리에 앉은 준이가 "출발!"을 외친다. 가족 나들이에 신이 난 모양이다. 한 바퀴를 즐기고 나서 조금 걷다 보니 공연을 한다. 준이가 걸음을 멈추고 있다가 음악이 끝나자 크게 박수를 쳤다. 연주가 끝나면 잘했다고 박수를 치는 거라면서. 책에서 본 모양이다. 다행이다. 준이와 함께 즐길거리가 많아서 .


다음날은 내가 문학회 임시총회가 있어 잠깐 외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할아버지와 실내 동물원에 다녀오기로 하였다. 동물뿐만 아니라 장난감도 있고, 키즈카페도 있어 오전동안 즐겁게 놀 수 있을 것 같다. 동물원이 실내에 있다는 게 다소 의외였지만 아이와 안전하게 놀기에는 좋겠다. 거북이, 물고기, 양, 미어캣, 토끼 등이 있어 먹이도 주었나 보다. 다녀온 준이 엄마는 냄새가 나서 환경적으로 동물원이 실내에 있는 건 무리라고 한다. 왠지 갇혀 있는 동물들이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외출을 했던 터라 식사는 가까이 있는 코스트코에서 음식을 사 와서 먹었다. 회초밥, 통닭, 과일 등 입맛에 맞는 걸로 한 끼 요기를 했다. 가능한 준이가 유아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시원한 장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대형마트도 준이의 놀이터 중 하나이다. 식사를 하고 가까이에 있는 공주로 드라이브 삼아 카페로 향했다. 성경 속 '부르짖는 자의 샘'이라는 의미의 카페는 저수지를 가운데 두고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풍광 좋은 카페이다.


야외에서 주스를 마시던 준이가 손님이 데리고 온 앵무새를 보고는 즐거워한다. 앵무새가 따라 하는 말을 준이도 따라 해 본다. 자연 속에서 돌멩이도, 나뭇가지도, 예쁜 새도 3살 준이에겐 재밌고 즐거운 놀잇감이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 주는 것이 아이의 성장과정에 좋다고 하니 가족 모두 최선을 다해 여건을 만들어 준다. 아니 어쩌면 어른인 우리가 더 즐거운지도 모른다. 준이 덕분에.


*세종시 보행교(이응다리). 코스트코. 쥬라리움 실내동물원. 공주 엔학고레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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