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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공원으로 나들이 가다

준이와 즐기는 휴가(서천군)

by 바다나무

준이가 낮잠 잘 시간에 맞추어 길을 나섰다. 한 시간 정도 잘 것 같다. 어린이 집에서도 이 시간에 낮잠을 자니 생체리듬이 아마 신호를 보낼 것이다. 차를 타자마자 좋아하는 동화를 들려주었다. 잠시 후 자장가 모드로 바뀌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준이 몸이 반응했다. 지금 자지 않으면 다음 일정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 잠투정이나 졸림 현상으로 인해. 오늘 가는 곳은 서천에 있는 국립생태원이다. 언젠가 다녀와 본 곳으로 준이와 가도 무리가 없는 곳이다. 실내외가 모두 볼거리다. 아마 자는 동안 도착하리라.


어른만 입장료를 내고 유아차를 타고 들어갔다. 전기차가 다음코스까지 무료로 이동시켜 주었다. 물론 멀지 않은 거리라 여기저기 구경하며 걸어도 되겠지만 전기차를 타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탑승하였다. 역시 색다른 차를 타니 신나고 즐거워 한다. 뛰뛰빵빵 노래가 절로 나온다. 조금 걷다 보니 하다람 놀이터가 있었다. 숲 놀이터, 꼬마친구 놀이터, 물 놀이터등 다양한 테마로 구성된 아이들 전용놀이터이다. 준이가 좋아하는 무당벌레를 보자 반가워하며 올라가 본다. 역시 아이들에겐 놀이터가 최고다.


멀리 하얀 건물이 보여 가보니 오늘의 주인공 에코리움이 있다. 중간에 대나무 숲길과 사슴생태원이 있었으나 실외라 혹여 더울까 봐 그냥 지나쳤다. 준이가 사슴을 못 보고 온 것이 못내 아쉬워 기회가 된다면 가을쯤 다시 한번 와봐야겠다. 입구에 들어서니 박물관이나 전시장 같은 느낌도 들었다. 천장에는 커다란 곤충들의 구조물로 입장객의 시선을 끌며 환영하여 준다. 중앙에는 생태 관련 도서가 있는 어린이 생태글방이라는 도서관이 있다. 준이의 발걸음이 멈췄다. 책을 좋아하는 준이가 오로지 얌전하게 주의집중하는 시간이다. 에코-E북 영상도 몰입감 있게 시청하였다. 준이는 가끔 핸드폰으로 동화를 보기는 하지만 아직 티브이를 보지 않았다. 물론 준이가 오면 우리도 티브이는 보지 않는다.


기후에 따라 서식하는 식물들이 열대관, 지중해관, 온대관, 극지관, 사막관 등 5개의 기후관으로 나뉘어 있다. 다양한 동식물들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관이다. 해설사가 있었으나 준이는 보면서 즐기는 것으로 만족했다. 책을 많이 보고 여러 곳을 다녀서인지 동물과 물고기 이름을 제법 많이 알고 있었다. 니모를 찾아내 아빠가 좋아하는 물고기라고 한다. 긴 설명도 필요 없다. 학생들이나 어른들은 설명을 들으며 관람하면 환경이나 탄소중립등 생태보전에 대한 새로운 의식전환이 될 것도 같다.


식물과 파충류, 열대어. 동물들을 보고 에코라운지에 와서 동물그림에 색칠하기를 하였다. 색칠한 그림을 스캔하여 화면에 띄우면 준이가 제가 그린 그림을 따라다니며 잡으려고 하였다. 화면 속 물고기와 준이가 하나가 된다. 꽤나 즐거운가 보다. 국립생태원에서 제법 오랜 시간 머렀다. 걷고, 쉬고, 보고, 들으면서. 이제 맛볼 차례다. 이곳에서 군산이 가깝다. 동백대교 하나만 건너면 된다. 딸은 언젠가 선유도 갈 때 맛본 간장게장이 먹고 싶다고 했다. 사위가 갑각류 음식을 안 먹는 터라 딸도 덩달아 먹어 본 지 오래되었나 보다. 결혼하기 전 추억의 음식을 먹어 보는 것도 친정에 왔을 때의 자유스러움으로 한몫한다.


제법 맛집으로 알려진 간장게장집이다. 국립생태원에서 5분 거리다. 그 옛날 왔을 때는 꽤 멀게 느껴졌는데. 다리가 참 많은 시간을 단축시켜 주었다. 멀리 바다가 보이고 갯벌이 보인다. 준이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바다에 갔었다고 차창밖으로 손가락질 한다. 지난 호캉스 때 솔비치호텔의 동해바다가 생각나는것 같다. 어린아이들 기억의 끈은 의외로 단단하다. 이제 서해 바다까지 왔으니 다음엔 남해 바다도 한번 같이 가야겠다. 어느 날 준이의 기억에서 추억처럼 살아나리라는 믿음으로.


다행히 붐비는 점심시간이 지난 후라 식당이 한적하다. 게장음식을 먹을 때는 밥 한 공기로는 부족하다. 준이도 배가 고팠는지 구운 박대 생선 한 마리를 다 먹었다. 비린내가 안 나서 먹기 좋았던 모양이다. 오는 길에 카페에 들러 잠깐 입가심을 했다. 그리 멋진 카페는 아니었지만 통유리 너머의 자연을 잠시 감상한다는 정도의 쉼이었다. 많은 동. 식물을 준이가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오늘 나의 이 기록들도 먼 훗날 준이와의 이야깃거리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본다.


*서천 국립생태원. 군산 한주옥. 서천 카페 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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