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에서 배우는 인생

가마솥뚜껑 요리

by 바다나무

며칠 비웠던 집안 정리를 하다 보니 배가 출출했다. 시골에서 채취한 푸성귀로 샐러드만 먹었더니 속은 편한데 비릿한 음식이 생각났다. 몸이 단백질을 필요로 하는가 보다. 나는 주로 따뜻한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다. 언젠가 TV에서 방영된 맛집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기에 맛 따라 길을 나섰다. 햇볕은 따가웠지만 입안의 열기는 그리웠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되는 시간인데 벌써 주차장에는 차가 가득하다. 도대체 평일에 무슨 일인가. 하긴 나 같은 사람이 전국에 얼마나 많을 것인가. 밥 하기를 거부하면서 놀고 있는 게으른 주부가.


식당을 들어서자 즐비하게 걸린 가마솥뚜껑이 무슨 줄다리기라도 할 듯이 줄을 이어 준비되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한쪽에는 이미 예약된 자리들로 꽈 차 있어 예약자수만큼의 매운탕이 세팅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이 식당의 하이라이트는 즉석에서 수제비를 떠준다는 것이다. 이 또한 이곳의 경영전략인지도 모른다. 눈앞에서 즐길 수 있는 즉석이벤트. 어쩌면 그것은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신뢰감이 전제어 있는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조금 후부터는 자리가 없어 손님들이 대기표를 받고 기다린다. 불과 짧은 시간에 식당 안은 손님들로 꽉 찼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며 가마솥뚜껑에 있는 매운탕을 맛보았다. 민물 매기에 새우를 넣어 시원하면서 맛이 백하다. 양도 많고 밥은 먹고 싶은 대로 가져다 먹는 자율서비스다. 요즘 식당에 기면 많은 곳들이 셀프서비스에 로봇이 음식을 테이블까지 배달한다. 물론 주문도 키오스크나 태블릿으로 하여 여기요!, 이모! 하고 출처도 없는 소리지름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없 혼자 들어가서 먹고 혼자 계산하고 나오면 된다. 계산도 앉은자리에서 하니까. 자는 요즘 식당문화를 싱글족들이 많아져가는 사회현상에 맞추어 혼밥 하기 편리한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도 한다.


언젠가 딸이 인기 있는 식당이나 요리시간이 걸리는 음식점을 갈 때는 줄서기앱을 사용하라고 한다. 먼저 예약을 하고 시간을 맞추어 가는 원격예약 시스템이다. 식당이 바쁜 시간에는 전화예약도 받지 않는다고 하니 이젠 편리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활용해야 할 것 같다. 참 좋은 세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하나이지만 아직도 서툴다. 기계치라서. 래도 이제 많이 익숙해졌다. 하도 여기저기 기웃거려서. 시골의 어르신들이나 부모님 세대의 연세 많으신 분들은 내 돈 있어도 맛난 것 못 먹겠다고 불편함을 토로하셨다. 나도 곧 느낄 격세지감이다.


세상은 속하게 변해가는데 미처 못 따라가고 있는 듯한 느낌도 가끔 든다. 가장 빠르게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백화점이라고 한다. 한 계절을 앞서가니까. 입는 것도 그런데 먹는 것도 만만치 않다. 물건이야 사도, 안 사도 상관없지만 먹는 건 건너뛸 수 없지 않은가? 한동안 마라탕집을 열심히 갔다. 작은딸이 좋아해서. 처음에는 입맛에 맞지 않아 무슨 이런 음식을 먹느냐고 타박을 했다. 차츰 나도 마라 훠궈니. 샹궈니 하는 음식에 길들여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 한동안 먹지 않으면 그 맛이 생각나 내가 먼저 가자고 하는 나를 발견했다. 내 입도 지조가 없었다. 변하는 세상에 앞서 아부하는 듯하다.


요즘 가마솥뚜껑에다 하는 요리가 인기가 많다. 뚜껑 삼겹살부터. 며칠 전에도 시골에서 가마솥뚜껑으로 요리하는 닭볶음탕집을 갔다. 지인들이 방문해서 뭔가 별다른 음식을 맛 보이고 싶었다. 늦은 점심시간이었는데도 자리가 꽉 찼다. 풍성한 닭볶음요리에 하트모양의 볶음밥이 인기다. 모두들 자기들만의 식당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같은 요리기구를 가지고 연출해 내는게 다르다. 나는 가마솥뚜껑에서 우러나오는 음식들의 은근한 풍미가 내 입맛을 당긴다. 요리다 그건 공통점이다. 나는 사람도 그런 사람이 좋다. 가볍지 않고 여일한 사람.


무쇠로 만든 가마솥 열전도율이 낮아 강한 열을 받아도 쉽게 전달되지 않는다. 뜨거워지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달구어지면 쉽게 식지 않는다. 한 번 요리된 음식들도 오랫동안 식지 않게 만들어 주어 음식을 다 먹을 때까지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준다. 편한 인스턴트 세상처럼 느껴지는 가벼움보다는 다소 투박해 보이하지만 묵직한 그리움 같은 맛을 선보이기에 가끔 가마솥뚜껑 요리가 생각난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도 그 느낌을 맛보러 오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자동으로 변해가는 세상,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듬직한 맛, 난 지금 어떤 맛을 내는 사람일까?, 디쯤 서서 세상과 동화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잠시 사람들 속에 멈추어 나를 돌아본다. 인스턴트 세상에서 가마솥뚜껑 같은 은근함을 풍기고 싶다. 나는 오늘도 맛집으로 간다. 곳에서 인생을 배운다.



매거진의 이전글내 발길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