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젊을 때 다녀라!라는 명제 앞에서.

서유럽여행

by 바다나무

비몽사몽 정신없이 이틀을 보냈다.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아프고 허리가 끊어질 듯하다. 여행에서 돌아와 시차적응이 안 된 탓이다. 긴 비행기 탑승으로 허리에도 무리가 갔나 보다. 사계절을 지나고 오면서 마지막날 세느강 밤바람에 감기가 걸린 듯하다. 몸의 이구석 저구석이 요동친다. 역시 몸은 나이를 저버리지 않는다. 유럽여행 며칠 갔다 왔다고 이렇게 요란스럽게 발병이 되다니. 어르신들의 말씀이 맞다. 여행은 젊을 때 다니라는.


서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평소 허리가 안 좋아 비행기를 오래 타는 것이 겁이 나서 장거리 여행은 하지 않았다. 결국 그런 이유로 4-5시간 정도 소요되는 동남아위주로 여행을 많이 다. 먼 거리는 직장생활로 인한 미주연수가 전부일뿐. 그때도 무척 고생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둘째 아이를 임신한 줄 모르고 가서 입덧으로 고생한 기억이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하다. 다행히 나이아가라의 웅장한 폭포 아름다움으로 내 기억에 남아 있어 당시의 나를 위로하고 있다. 30년 전의 시간들이라 아득하기만 하다.


퇴직을 하고 나니 이제 더 이상 뒤로 물러날 시간이 없을 것만 같았다. 국내여행은 짬짬이 하고 있는터라 10년의 해외여행 장기계획을 세워보았다. 브런치글을 쓰기 시작할 때쯤 드라이브길에 만났던 옥천의 고래마을 저수지 데크에 설치해 놓은 피아노를 보면서 스위스를 제일 먼저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 나온 젤발트지역의 호수와 융프라우요흐부터 보고 싶었다. 래서 번 여행은 탈리아, 스위스, 파리를 여행하는 로 잡았다.


당초 8월 말에 예약했던 여행을 혹서로 인해 연기했다.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서유럽은 이곳보다 10도 정도 더 더웠다는 소식에 우리는 10월로 보류했다. 막상 출발 날짜가 되니 새로운 곳을 관광한다는 설렘보다는 14시간 정도를 비행할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영화 세편 보고 오디오북으로 책 한 권 읽다 보니 생각보다 지루하진 않았다. 단지 장시간 앉아있었기에 허리는 아프고 무릎이 쑤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중간중간 화장실 가면서 스트레칭하는 수밖에. 젊은 날 먼 곳부터 여행을 다녀왔어야 했는데. 또 한 번 아쉬움의 후회는 남지만 어쩌랴. 지난 간 시간인걸.


막상 이탈리아에 도착해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찌뿌둥한 몸도 개운해지고 하루하루가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패키지여행이라 다소 일정이 빡빡하긴 했지만 하나라도 더 볼 수 있다는 마음에 즐겁게 관광할 수 있었다. 배수비우스 화산폭발로 묻혀버린 비운의 도시 폼페이 유적지를 돌아보고 그들의 최후를 기억했다. 발길을 돌려 바다가 아름다운 고급 휴양지 쏘렌토로 이동하여 나폴리 항구의 이름다움을 조망하였다. 너무나 아름답고 평온한 항구였다. 유람하는 배에서 듣는 "돌아오라 소렌토로"라는 가곡의 노랫말처럼 아름다운 바다와 빛난 햇빛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한국에서 들을 때와 현지에서 들을 때의 음악감상은 느낌이 달랐다.


가톨릭의 총본산이며 세계에서 가장 작은 도시국가 바티칸 박물관과 미켈란 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으로 유명한 시스티나 예배당. 도시자체가 거대한 하나의 박물관인 로마의 르네상스 발상지인 피렌체. 수상도시 베니스의 산마르코 성당을 관람하고, 패션의 도시 밀라노를 돌아보며 4일 동안 이탈리아 여행을 마쳤다. 문화유적지에 절로 감탄사가 나는 아름다운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밀라노에서 스위스의 인터라켄까지는 기차를 타고 넘어왔다. 융프라우요흐까지는 아이거 익스플레스 곤돌라를 타고 이동했다. 수많은 얼음조각과 통로로 이어진 얼음궁전, 아이거 북벽 조망대를 통해 보는 알프스산은 감히 범접하지 못할 신의 영역 같았다. 정상에 펼쳐진 만년설은 장관이었다. 거센 바람 때문에 한 발짝도 발을 떼어 놓을 수가 없었다. 고지가 높이 올라감에 가슴이 답답하고 어지러운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산악인들은 어떻게 저 산을 등정했을까? 보기만 해도 아찔한데. 이 멎을 것만 같다. 아름다운 청정호수의 도시 루체른의 카펠교의 우아함을 맛보며 목조다리를 건너보았다. 아름다운 도시만 관광한 것은 아니다. 가난했던 시절의 스위스 용병들의 넋을 위로하는 빈사의 사자상이 슬펐던 과거의 역사를 증명하고 있도 했다.


이틀 동안의 스위스 여행을 마치고 낭만이 가득한 로맨틱한 파리로 왔다, 평화를 향한 바람을 담고 있는 에펠탑과 프랑스 역사의 영광인 나폴레옹 개선문등은 웅장했다. 에펠탑에서 바라본 파리의 야경이나 세느강 유람선에서 바라보는 에펠탑의 야경은 너무 아름다웠다. 파리의 화려함을 상징하는 샹젤리제 거리에는 벌써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조명이 전시되어 있었다. 곧 화려함이 더해질 듯싶다.


세계문화유산이 모인 보물창고이자 세계 3대 박물관인 루브르 박물관에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특히 레오나르도다빈치의 "모나리자" 작품을 보러 온 사람들로 그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루브르 박물관은 워낙 공간이 넓고 방대하여 모든 그림을 감상하려면 며칠은 걸려야 할 듯싶었다. 상상을 초월한 규모와 사람들에 또 다른 세상을 보는 것만 같았다. 아니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유명한 화가들의 명작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는 기쁨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보고 배우고 즐긴다는 개념에서의 여행은 무척 의미 있었다. 단지 패키지여행이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우린 선택관광을 두어 개는 하지 않아서 이탈리아의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카페에서 핫쵸코를 한잔 즐기는 여유나 젤라토를 맛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보다 자유롭게 즐기기 위해서는 자유여행을 가야 하지만 아직 해외여행에 대한 노하우가 많지 않아 여행사에 나를 맡기다 보니 몸이 은 일정을 소화해 내느라 고생을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봄, 스위스에서는 겨울, 프랑스에서 늦가을을 보내며 열흘동안 사계를 경험하고 돌아왔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에 새삼 공감하며 그래도 가기 전 서양사나 미술사를 조금 공부를 하고 간 것이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모르는 게 더 많지만. 여독이 풀릴 때쯤 사진첩을 보며 다시 기억을 촘촘히 되살려 보리라. 서유럽 여행기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글로 옮겨보리라. 다시 한번 공부하는 마음으로.


역시 장거리 해외여행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다녀야 한다는 것을 새록새록 느끼게 해주는 여행이었다. 앞으로의 여행에서도 체력이 제일 관건일 듯싶다. 우선 영양주사 한 대를 맞고 또 다른 다음 여행을 계획해 보아야겠다. 남들은 가기 전에 맞는다고 하는데. 다소 순서는 바뀌었지만 힘들다고 여기서 주저 물러 앉을 순 없지 않은가. 다음 여행은 오로지 휴식을 목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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