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가 나를 잊지 않았다.

브런치 독촉글이 나를 깨우다.

by 바다나무

마음 한편이 늘 불편하였다. 책상 위에 수북이 쌓인 책들도. 여기저기 행사에 참여하고 여행 다니며 가져온 팸플릿도. 일상의 평범함뿐만 아니라 특별함 조차도 글쓰기를 외면했다.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면서 게으름의 극치를 달렸다. 왜일까? 감정의 기복이 있어 우울했던 것도 아닌데. 그저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끄적거리다 다 채우지 못한 글들이 서랍 속에서 미진한 채로 머물고 있을 뿐이다.


29세에 명을 달리 한 춘천의 "김유정 문학관"을 다녀온 소회의 글도, "서울의 봄" 영화를 보고 난 뜨거운 분노의 영화감상문도,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이라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을 읽고 쓴 독서감상문도, 문학행사 진행을 하면서 쓴 시나리오도. 연수후기 공모전 입상글도 모두 서랍 안을 벗어나지 못한 채 꼬리 잘린 상태로 미완성의 허점을 드러내며 여기저기 산만하게 나뒹굴고 있다.


처음부터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을 안 했기에 그 부족함을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곁눈질해 가며 듬더듬 배우고 있었다. 그러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며 어제와는 다른 한 꼭지를 기억주머니에 넣으며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갈무리하는 게 행복했었다. 그런데, 근 한 달 동안 메모 정도에 지나지 않은 끄적거림만 글장안에서 고개 숙인 채 쪼그리고 앉아 있을 뿐이다. 때론 시의성을 놓친 글들로, 때론 마지막 감정리가 되지 않은 글들 날개를 달지 못하고 숨죽이고 있을 뿐이다.


퇴직 후 의 일상에는 많은 루틴들이 있었다. 글쓰기도 그중 중요한 하나였다. 매일 발행은 하지 못해도 적어도 그 맥은 끊지 않으려 했다. 어느 날부턴가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글쓰기는 결국 백수의 노는 순서에 밀려 후순위가 되어 버렸다. 오늘 브런치로부터 두 번째 독촉장을 받았다. 아직은 브런치가 나를 잊지 않았나 보다. 처음에는 근육을 키우라는 말로 나를 채찍 하더니 이번에는 내 구독자들에게 친근감을 주라는 말로 회유하고 있다.


많지 않은 나의 구독자 들이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할 듯싶다. 더 이상 배짱을 부리거나 뺀질거려서는 안 될 것 같다. 처음에는 내가 이유 없이 외면했지만 이제 또다시 외면해 버리면 브런치도 나에게 등을 돌릴 것 같다. 오늘은 나태함으로 동굴 속에 갇힌 나를 브런치가 력한 펀치로 백기 들게 했다. 듬거리며 일단 나태함의 동굴 밖으로 나왔다. 말이 되는지 글이 되는지도 모르는 채 자판을 두드면서.


글을 잘 쓰고 못쓰고는 차치하고라도 일단 쓰고 나니 맘이 편하다. 해야 할 일을 한 것 같아서. 누가 쓰라고 한 것도 아니고, 쓴다고 돈을 주는 것도 아닌 글쓰기가(최근 브런치 정책의 변화로 "응원하기"로 수입이 된다고는 하지만...) 어느새 내 삶을, 내 마음을 좌지우지한다. 국 글쓰기를 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잘 살고 싶다는 깊은 염원을 담고 는지도 모른다. 가끔씩 브런치의 지난 글들을 읽다 보면 내 삶이 보인다. 나를 대변하기도 한다. 어쩌면 브런치 글들은 내 삶의 역사서지도 모른다.


새해부터 글쓰기를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새로운 각오보다는 아직은 남아있는 시간들에 대해 감사함을 가져다. 이해인 시인님의 "12월의 기도"문을 사하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본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들이지만 남은 12월을 옹골차게 살아내고 다가오는 새해도 환호 속에 맞이해 보련다. 오늘은 그저 두서없는 글들로 부와 감사를 브런치에 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