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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에서

손주와 호캉스를 3.(평창)

by 바다나무

손주와 여행을 하는 3일 내내 날씨가 좋았다. 햇살도 따뜻하고 연휴가 지나 한가하기도 했다. 일부터는 어린이날 연휴 날씨도 흐리고, 사람도 많을것 같은데 우리 가족으로선 너무나 다행이었다. 여행은 날씨가 한 몫한다. 오늘은 평창 쪽에 숙소가 예정되어 있다. 이곳이야 말고 '키즈호텔'이라고 별칭이 붙어 있을 만큼 어린이 관련시설이 잘 되어 있는 호텔이다.


방을 배정받아 들어가는 호텔의 복도부터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그림으로 장식되었다. 가든, 산책로, 놀이터, 애니멀 팜, 수영장 등이 넓은 부지에 프랑스 풍으로 꾸며져 있다. 아이들이 놀기엔 더할 수 없는 자연경관이다. 여행을 하면서 이곳을 지나며 덩그러니 호텔건물만 하나 막하게 있는 줄 알았다. 뒤에 이렇게 광활한 정원이 있을 줄이야. 세상 모든 것을 만 보고 판단할 일은 아니다.


도착하니 조금 이른 시간이라 2층에 있는 키즈카페로 갔다. 놀이터에는 연휴가 끝난 터라 조용하여 준이 혼자 독차지하며 놀 수 있었다. 다양한 장난감들이 안전한 시설에서 갖추어져 있다. 우리는 차를 한잔씩 마시며 놀고 있는 준이를 바라볼 수 있었다. 혼자서 편백나무 놀이터에서 자동차를 가지고 즐겁게 잘 놀고 있다.


잠시 후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갔다. 키즈천막으로 아가들이 잘 수 있는 룸이 만들어진 아기자기한 온돌방이었다. 아이들에게 특화된 호텔임을 말해주고 있는 듯했다. 준이가 제방이라며 들어가서 얼른 누워본다. 앙징맞은 잠자리다.


짐을 푸는 동안 할아버지는 벌써 주변을 탐색하고 오셨다. 너무 넓어 유아차를 타고 산책하기로 했다. 조그만 개울가에는 오리가족이 따스한 햇살에 물놀이하고 넓은 초원엔 노란색 민들레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준이가 어디선가 찾은 민들레씨를 입에 대고 날려본다. 넓은 대지위에 민들레 홀씨가 준이의 꿈을 싣고 날아간다,


한참을 걷다 보니 동물농장이 나온다. 사슴, 양, 토끼 등이 우리에 갇혀 먹이 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자동판매기에서 건초먹이를 하나 사서 동울 들에게 나누어 준다. 다소 굶주렸던 동물들이라 그런지 과격해 준이가 움찔 놀란다. 전거리를 확보하고 유독 애처로운 아기동물들에게 먹이를 주었다.


돌아 나오니 분수가 활기차게 뿜어져 나온다. 밤에는 별이 총총 뜬다고 한다. 최소한의 조명으로 별관찰하기 좋은 여건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긴 가로수 터널길을 지나면 람의 정성이 더해진 멋진 꽃밭이 나온다. 아니 채소밭도 된다. 자수정원이다. 마치 미로 같은 정원사이에 예쁜 꽃과 채소들을 심어 놓았다. 푸르름과 함께 예쁘게 어우러질 것이다. 지금은 씨를 뿌리고 객토를 해놓은 상태라 푸르름만이 가득 차 있었다.


구석구석 나름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 나들이 할 수 있는 최적화된 아이디어로 꾸며놓은 호텔이다. 사실 오기 전에는 일반 호텔 정도로 생각했었다. 넓은 유럽식 정원은 성인에게는 산책로가 있는 넓은 숲이 되어 여유를 준다면, 아이들에게는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정원은 아름다운 감성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아이들을 겨냥한 가족호텔이 놀이공원이 아닌 일반호텔에 특화되어 있다는 것도 오랜 기간 유아교육에 종사했던 내게도 이색적인 경험였다. 어쩌면 편협한 생을 가지고 있는 나만의 호텔문화에 대한 고정관념인지도 모르겠다. 앞으로의 호텔은 가족문화의 중심에서 하나의 놀이공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한적한 카페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며 마음껏 자연에서 힐링을 한 3박 4일의 호캉스를 마무리했다. 준이에게는 다소 긴 느낌의 여행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포커스를 준이에게 맞추었던 터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이 되리라 생각한다.


퇴직을 하고, 손주라는 기쁨을 맞이하고, 자유로움이라는 시간적 여유를 갖고 주변을 돌아보니 세상은 신기한 것이 참 많았다. 아니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것들이었는데 나만 모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 그릇의 크기가 옹색해 채워지지 못함을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다소 부끄러워진다. 여행을 하면서 요즘은, 날마다 배우고. 새로운 세상을 느고, 내 부족함도 채워간다.


* 켄싱턴 호텔. 엘림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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