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햇살

by 낭만천사 유광영

4월의 햇살

유광영



4월의 햇살은 싱싱하고 영양이 풍부한 제철 음식이다.

암을 예방하는 비타민 D도 만들어 주고 우울증을 없애 주는 세로토닌과 밤에 잠이 잘 오게 하는 멜라토닌의 생성을 촉진한다.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낮춰 주니 굳이 식단을 조절하며 다이어트할 필요도 없다. 어느 영양 식품에 비할 수 없이 신선하고 값진 자연의 식단이다.


4월의 햇살은 부드럽고 따스한 여인의 손길이다.

온기가 아쉬운 3월의 부족함도 아니고, 뜨거운 열기로 지치게 하는 6·7월의 강렬함도 아니다. 생명의 물레방아를 돌리는 길고 깊은 원적외선의 흐름이다. 이마에서 발끝까지 스치는 곳마다 세포의 감각을 일으켜 세운다. 걸음을 가볍게 하고 가슴은 물결치게 한다. 기대와 환상을 불어넣는 사랑스러운 여인의 손길이다.


4월의 햇살은 잡념과 불안을 쫓아내는 거룩한 성수(聖水)이다.

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빛의 파장은 피부를 뚫고 가슴속 걱정까지 일광소독 한다. 똑바로 바라봐도 부담스럽지 않고, 오래 쬐어도 해가 없는 무공해 천연 우울증 백신이다. 실바람에 묻어 온 풀내음은 성수와 함께 피우는 거룩한 향이다. 나는 살갗 아래 4월의 햇살을 풍성히 쟁여 놓고 행여나 올지도 모를 우울한 시간의 예방 주사를 맞으련다.


4월의 햇살은 사춘기 소녀처럼 수줍은 화가이다.

누가 볼까 봐 몰래몰래 살짝살짝 붓질을 한다. 쉬지 않고 꾸준히 칠한다. 우리는 며칠이 지나서야 초록이 한결 짙어진 걸 눈치챈다. 초록빛 사이사이 하양, 분홍, 노랑, 보라…. 색상의 대비와 강조를 놓치지 않는 센스있는 화가이다. 진하지 않고, 강렬하지 않지만 은근히 힘이 느껴지는 화풍이다. 그래서 4월의 산야는 어느 화가의 작품보다도 마주하기가 편안하다.


4월의 햇살은 유능한 이야기꾼이다.

반짝이는 햇살에 마음은 부푼다. 너와 나, 그와 그녀, 저 사람과 이 사람 사이에 설렘을 던져 넣는다. 살아 있는 이들의 마음을 꿈틀거리게 한다. 새로운 이야기가 솟아난다. 그래서 4월의 첫날은 만우절로 시작된다. 어떤 이야기이든 제한이 없는 특권이다. 4월의 햇살은 이렇게 두근거리는 이야기를 교묘하게 끌어낸다. 그러나 이야기의 결말을 책임지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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