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섹시한 4월이 좋다.

by 낭만천사 유광영

단추는 3월에 풀었지만, 살짝 드러났을 뿐이다. 5월에는 이미 노골적이라 신비감이 떨어진다. 그러나 4월에는 과감하게 보여주고 몰래몰래 짙어진다. 많이 노출되었지만 다 나타나지는 않았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자태로 호기심이 스펙트럼을 이룬다. 나날이 새로운 계절의 속살에 뛰는 가슴. 그래서 4월은 섹시하다.


연초록 사이사이 하양, 분홍, 파랑, 노랑, 보라…. 무지개를 곱게 빻아 뿌려 놓은 파스텔톤 산야(山野). 그러나 5월보다 강렬하지 않고, 6월처럼 단조롭지 않다. 5월의 몫을 남겨 놓아도 풍성함은 넘친다. 인상파 작품보다 인상적인 빛깔, 패션모델보다 수려한 자태. 일년 중 가장 다채로운 색의 향연. 그래서 4월은 섹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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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시선에는 풋풋한 관심이 서려 있고, 5월의 시선에는 농익은 느끼함이 배어있다. 그러나 4월의 눈길에는 남몰래 두근거리는 설렘이 함께 한다. 유채밭에 서 있으면 신혼부부, 떨어지는 벚꽃 아래 로맨틱 연인. 이화(梨花)에 월백(月白)은 사무치는 그리움이다. 눈감으면 떠오르는 인연. 그래서 4월은 섹시하다.


4월 햇살은 연인의 손길. 몸을 스치며 감각을 불러세운다. 꿈과 기대가 솟는 도파민이다. 두려움은 털어내고 용기는 채운다. 발걸음은 가볍고 가슴은 두근거린다. 4월 아지랑이는 연인의 입김. 허공에 그리는 달콤한 추상화. 장미빛 내일이 눈앞에서 손짓한다. 멀리서 미소짓는 무지개빛 사연. 그래서 4월은 섹시하다.


셰에라자드가 죽지 않고 왕비가 된 것은 고혹적인 몸매 덕이 아니다. 천 일간의 새로운 이야기가 진짜 매력이다. 일일신 우일신(日日新 又日新)이야말로 거부할 수 없는 섹시함이다. 제비 앞세운 4월의 남풍(南風)에 아침마다 새로운 꽃봉오리. 오늘은 조팝, 내일은 라일락. 그래서 4월은 섹시하다.


섹시한 4월은 건강하다.

섹시한 4월은 행복하다.


피천득 시인의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의 5월도 좋지만

나는 날마다 새로와지는 섹시한 4월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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