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활동, 운동, 노동

행복의 발화(發花) 조건

by 낭만천사 유광영

‘행동’은 생물체의 내적·외적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서의 움직임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즉, 몸을 움직여 동작을 취하거나 어떤 일을 함을 뜻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행동은 모든 동물의 기본적인 움직임이다. 행동이 없다면 동물이라 할 수 없다. 식물이 ‘행동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있어서의 행동은 분명한 목적이나 동기를 가지고 생각과 선택, 결심을 거쳐 의식적으로 행하는 언행으로 윤리적인 판단의 대상이 된다(네이버 사전). 자극에 대한 단순 반응의 동물적 움직임을 넘어서 목적 의지가 반영된 동작으로 받아들여진다.


비슷한 어휘로 ‘활동’이 있는데 동물이나 식물이 생명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작용을 활발히 하는 것을 말한다. 행동과 활동이 사라지면 그 생명체는 이미 죽은 상태이다. ‘활동’의 의미를 인간에게 적용할 때는 어떤 일의 성과를 거두기 위하여 힘쓰는 행동을 가리킨다(네이버 사전). 행동보다는 좀 더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움직임을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행동’, ‘활동은 생명체의 생존과 번식을 위한 유기체의 포괄적인 움직임을 뜻한다. 때로는 세포 단위의 작용이나 '포물선 운동'과 같이 물리적인 법칙에 대해서 '운동'이라는 용어도 비유적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운동’, ‘노동’은 목적이 더욱 뚜렷하고 의도적이며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는 인간의 행동을 나타낼 때 주로 쓰인다. 일반적으로 동물의 행동을 ‘운동’이나 ‘노동’이라는 말로 표현하지 않는다. 의도적 연습이 필요한 동작이 동물에게는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운동은 사람이 몸을 단련하거나 건강을 위하여 몸을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파생되어 ‘노동 운동’, ‘학생 운동’과 같이 사회적으로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힘쓰는 일을 뜻할 때도 있다. 그리고 ‘노동’은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로 정의된다. 경제적 가치 창출을 위한 행동과 활동이다. 우리가 조화롭고, 건강하며, 가치 있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황에 맞는 행동, 멈추지 않는 활동, 적절한 운동, 신성한 노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나는 요즘 운동으로서 댄스스포츠의 모던 스탠다드 종목인 왈츠와 탱고를 연습하고 있다. 월요일 아침부터 토요일 아침까지 매일 복지관과 주민센터 단체 반 수업에 참여한다. 퇴직 전에 학원에 잠시 다닌 적이 있었는데 은퇴 후에는 복지관의 클래스 수업과 동아리 활동으로 주 2회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제 더 잘해보려는 욕심이 생겨서 주민센터 세 곳을 더 다니며 일주일에 열다섯 시간으로 늘려 운동하고 있다.


같이 운동하는 복지관 회원들은 나보다 연상이 많고 주민센터에서는 보다 젊은 층이 많다. 나는 젊은 편도 아니지만 크게 늦은 나이도 아니다. 적당한 때 다시 시작한 것 같다. 시간이 흘러 조금씩 댄스 동작에 익숙해지면서 운동의 즐거움과 함께 성취감이 느껴진다. 리듬을 타는 것이 서툴렀던 몸놀림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동작을 다스리기 위해 주의를 집중하니까 마음이 좀 더 차분해진다.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유튜브에서 댄스 스포츠 영상을 시청하는 시간도 늘었다. 음악에 맞춰 꽃이 피어나듯 파트너와 멋진 피겨를 연출하는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댄서의 몸짓을 통해 천국의 숨결이 실려 오는 듯하다. 물 흐르듯 유려한 몸동작은 한 편의 시(詩)처럼 울림을 준다. 부럽다. 저렇게 춤추고 나면 모든 스트레스와 잡념이 홍수처럼 쓸려가 몸과 마음이 정화될 것 같다. 욕심이 생긴다. 선수처럼 되기는 어렵겠지만 기분 내킬 때 한 곡 정도는 모든 것 잊은 채 자연스럽게 춤을 추고 싶다.


그래서 왈츠 클래스 수강 시간을 더하고 라틴 종목인 룸바까지 합하여 일주일에 모두 열다섯 시간 댄스스포츠로 운동하게 되었다. 전문가에게 맞춤으로 개인레슨을 받는 것이 아니고 단체 반에서 다른 회원들과 함께 참여하는 수업이라 빠르게 실력향상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수업이 있는 날에는 늘 즐거운 마음으로 아침 8시 20분에 집을 나선다.


왈츠의 휘겨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근육을 단련하고 몸을 만들어야 한다. 균형이 무너지지 않으면서 중력으로부터 자유롭게 동작하기 위해서 발목, 무릎 허벅지에 충분한 근력이 필요하다. 춤추는 동안 계속 탄탄하게 홀드를 유지하려면 상체를 곧게 뻗고, 양팔의 높이가 떨어지지 않게 등 근육이 받쳐주어야 한다. 엄지발가락 끝으로 바닥을 누르는 힘으로 스텝을 길게 뻗으면서 진행하여야 한다.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그래서 평소 걸을 때 댄스 동작을 의식해서 뒷발로 밀어서 힘차게 걷는다. 전철 안에서도 발뒤꿈치를 들고 발가락에 의지하여 서있는다. 엘리베이터 대신 자주 계단을 이용한다. 집에서도 양팔을 쭉 뻗고 척추를 바로 세워 홀드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잠깐씩 틈새를 이용한 동작 연습이지만 그래도 댄스 향상에 도움이 되리라 기대하면서 계속하고 있다. 건강을 위해서도 좋은 습관이다.


커플 댄스이기 때문에 순서를 지켜 파트너가 움직이는 시간과 공간을 배려하여야 한다. 파트너를 존중하는 예의와 양보의 미덕이 필요하다. 물결처럼 몸을 늘렸다 낮추었다 하려면 발목, 무릎, 고관절을 계속 굽히고 펴는 동작이 요구된다. 상당한 체력이 필요한 운동이다. 댄스를 마치고 나면 이마와 등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고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고정 파트너가 있으면 댄스 향상에 도움이 되겠지만 아직은 그렇지 못하고 한 곡 연주될 때마다 파트너를 순차적으로 바꾼다. 어쩌다가 호흡이 잘 맞는 파트너와 매끄럽게 리듬을 타면서 왈츠를 추는 날에는 몸과 마음이 가뿐하고 활력이 생긴다. 고요히 명상을 하고 난 기분이다. 다시 그 파트너를 만나기를 마음속으로 기대한다. 즐겁게 땀 흘리는 운동으로서 왈츠만큼 재미있는 것도 드물다. 댄스 연습은 이제 내게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 되었다.


나는 반평생을 공직자로 근무하면서 문서를 기안하고 기획하고 점검하는 일을 주로 했다. 은퇴 후에는 대학에서 강의도 하였고, 아마추어 연극배우로 무대에 여러 차례 오른 경험이 있다. 서울시립시설의 시설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이제 머리 써가며 사무적인 일을 하기보다는 적당히 운동이 되는 육체노동을 하고 싶다. 창의적인 뇌의 활동을 위해서도 활발한 신체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한다. 신체를 통한 생산적인 일을 해보고 싶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베이커리에서 빵을 굽는 일이다. 육체노동이다. 일주일에 이틀, 아침 6시 20분에 출근하여 정오까지 5시간 일한다. 생산장의 한쪽 벽면을 거의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오븐에는 온도조절기 타이머가 달려있고 내부의 천장과 바닥에 열선이 들어있다. 빵의 종류별로 위와 아래의 가열 온도가 다르다. 오븐에 들어간 빵의 위치를 적당한 때 바꿔주어야 골고루 열이 가해진다.


먼저 밀가루 반죽을 위해 큰 그릇에 물을 받아 얼음을 띄워 제빵사 자리에 갖다 놓는다. 제빵사가 가늘게 눈을 뜨고 들여다보는 레시피에는 버터, 우유, 계란, 설탕을 포함하여 견과류, 햄, 야채 등의 비율과 섞는 방법 등의 제빵 공정이 빼곡히 적혀 있다. 빵은 단순히 밀가루 반죽으로 굽기만 한다고 생각하는 얼마나 단순한 고정관념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제빵사는 여러 가지 재료를 밀가루와 섞어 두 개의 큼직한 반죽기에 넣고 돌리는데 이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매우 요란하다. 반죽기 돌아가는 동안 사람들은 야채와 과일을 씻어서 썰고, 재료를 운반하고, 계란을 삶고, 소스를 섞고, 전날 구워 놓은 식빵으로 샌드위치를 만들고, 에그 타르트도 굽느다….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우리는 제빵사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반죽에 다양한 재료를 투입하고 모양내기를 거쳐서 일정한 시간 발효시킨 후 식빵과 카스테라 종류는 빵틀에 넣어 오븐에 굽고 다른 빵들은 기름종이를 얹은 트레이 올려서 오븐에 굽는다. 타이머가 울리면 오븐 안의 빵 위치를 바꾸어 주고 위와 아래의 온도를 조절한다. 강렬한 남국의 햇볕에 그을린 피부처럼 보기 좋은 갈색 빵이 되기 위해서는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나는 반죽 통을 옮기고, 버터크림을 준비하고, 계란 물을 만들고, 식빵의 모양을 잡는 틀에 기름을 칠한다. 보통 밤식빵 20개, 우유식빵과 샌드위치 식빵은 각각 35개씩 모두 90개에서 100개 정도의 빵틀에 기름을 칠한다. 주문이 많을 때는 100개를 넘기는 경우도 있다. 한 시간 정도 정신없이 기름칠을 끝내면 아침 식사 시간이다. 메뉴는 샌드위치 몇 조각, 삶은 계란 2개, 토마토와 피망 조각, 오이 피클이다. 음료로 호두 율무차와 마차를 섞어서 마신다. 간단한 것 같아도 먹고 나면 꽤 든든하다.


일차 작업 도구와 그릇 등을 설거지하고 나서 본격적인 제빵 작업에 들어간다. 밀가루 반죽을 자르고, 굴려서 모양을 만든후 재료를 가미해서 섭씨 30도의 발효기에서 발효시킨 후 오븐으로 옮겨 구워낸다. 오븐에서 빵을 뺄 때는 면장갑을 두 개씩 끼고 팔목에 토씨를 해도 뜨거운 빵틀과 트레이에 손과 팔을 데기 일쑤다. 오븐에서 꺼낸 빵을 식히고 낱개씩 포장해서 매장에 내놓을 때까지 숨돌릴 새 없이 작업이 돌아간다. 화장실에 갈 때도 잠시 틈을 봐서 얼른 다녀와야 한다.


모양 틀이 필요한 식빵 종류를 포함해서 대략 칠백 개 이상의 빵을 구워낸다. 주문이 밀리는 날에는 약 천 개까지 그 수량이 늘어날 때가 있다. 그 외에 쿠키와 케익을 별도로 구워낸다. 베이커리가 오픈하는 오전 열 시까지 샌드위치와 모닝빵, 단팥빵, 완두 앙금빵, 소금빵, 소보로빵, 크림치즈 빵 등을 일차로 구워서 매장에 내놓는다. 그 후 각종 식빵류, 호두파이, 케익, 쿠키 등 모두 30여 종의 빵과 쿠키를 굽는다.


빵틀과 트레이를 닦아내고 최종 설거지와 청소를 마치고 나면 12시 전후. 정말 기막히게 시간에 맞춰 일이 끝난다. 손을 씻고 위생복을 갈아입은 후 작업장을 나설 때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발걸음이 가볍다. 내 손을 거쳐 나온 빵이 진열된 쇼케이스를 지날 때 마음이 흐뭇하다. 이 세상을 위해 큰일을 해낸 존재로 느껴진다. 댄스 왈츠로 운동을 마쳤을 때와는 또 다른 기분 좋은 쾌감과 보람으로 가슴이 뿌듯하다. 노동의 신성한 가치는 경제성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행동, 활동, 운동, 노동 모두 우리 삶을 건강하고 가치 있게 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하루에 두 시간 이상 달리기를 하고 나서 글을 썼다고 한다. 그의 명함에는 ‘작가’라는 타이틀 보다는 ‘러너’라는 타이틀이 먼저 표기되어 있다.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이 활발하게 활동해야 이들을 조절하고 연결하는 대뇌피질도 발달한다고 한다. 건강한 육체 활동이 바탕이 되어야 정신세계의 풍요로움과 창조성이 나타난다는 것은 뇌과학자뿐 아니라 옛 성현들이 모두 강조한 바이다. 행동, 활동, 운동, 노동의 조화로움이 행복의 중요한 조건인 이유를 알 것 같다.


나이가 들어 새로운 운동을 해야 한다면 나는 왈츠 같은 댄스스포츠를 권하고 싶다. 체육성, 사교성, 예술성을 모두 갖춘 운동으로 이성과 매너를 지키면서 소통하게 한다. 서로 활력이 생긴다. 정기적인 동아리 활동은 꾸준하게 운동을 계속하는 동기를 부여한다. 실력도 향상되고 친목도 다진다. 또한 땀을 흘리는 규칙적인 육체노동은 몸과 마음의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세상을 보는 시각과 가치가 깊어진다. 사람을 이해하는 현장이 된다. 인간에게 행동, 활동, 운동, 노동 모두 필요한 움직임이다. 상황에 맞는 행동, 멈추지 않는 활동, 적절한 운동, 신성한 노동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발화(發花)를 위한 필요 조건이다.


- 낭만천사 유광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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