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번 먹자는 말 속에 담긴 따뜻한 철학

by 김정겸

안녕하세요. 연천의 고요한 자연 속에서 삶과 사람을 연구하는 김정겸입니다.우리나라 사람들은 참으로 독특한 인사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만난 사이라도 헤어질 때면 으레 "언제 밥 한번 드시죠"라는 말을 건네곤 합니다. 외국인의 눈에는 밥에 목숨을 건 사람들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하지만 이 말은 단순히 배고픔을 달래자는 뜻이 아닙니다. 뱃속에 거지가 들어서가 아니라, 상대방과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깊은 뜻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우리가 무심코 건네는 '밥'이라는 단어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함께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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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를 '함께 먹는다(食)'는 행위는 아무하고나 하지 않습니다. 식구(食口)라는 말처럼 한 집에서 살며 끼니를 함께하는 사이, 혹은 정말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건네는 말입니다.한자를 들여다보면 그 의미가 더욱 명확해집니다. 먹을 식(食)을 파자해 보면 사람에게 '좋은 것(良)'을 주는 행위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먹을 것이 넉넉하든 부족하든, 함께 나누어 먹으며 정을 쌓아가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식구의 모습일 것입니다.영어에서도 식사를 표현할 때 단순히 'eat'만 쓰는 것이 아니라 'have'를 사용하곤 합니다. 여기에는 밥을 먹는 행위가 단순히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을 넘어, 당신과 함께 좋은 시간을 '가지고(have)' 싶다는 철학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나 혼자가 아닌 너를 포함하는 배려와 돌봄이 밥상 머리에 깃들어 있는 것입니다.


가을, 특히 추석이 되면 이러한 마음은 더욱 풍성해집니다. 가을(秋)은 벼(禾)가 익어가는 계절이고, 추석에는 햅쌀로 빚은 송편을 불(火)에 쪄내어 온 가족이 나누어 먹습니다.낮 동안 각자의 일터에서 치열하게 전투를 치르고 돌아온 식구들이, 저녁(夕)이 되면 한자리에 둘러앉습니다. 옛날 호롱불 아래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그 시절을 떠올려 보십시오. 형광등처럼 밝지만 차가운 빛이 아니라, 어둡지만 따뜻한 호롱불 아래서 우리는 서로의 숨소리와 그림자마저 사랑하며 마음을 나누었습니다.하지만 현대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밥 한번 먹자'는 말이 때로는 타산적이고 공리적인 '청탁'의 의미로 변질되기도 했습니다. '식사'라는 단어가 예의를 갖춘 듯하지만 오히려 딱딱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투박하지만 정감 있는 '밥'이라는 단어가 더 좋습니다. 굳이 윗어른에게 '진지'라 하지 않아도, 어려운 사람에게 차마 건네지 못하는 말이라 해도, 친한 이에게 건네는 "밥 먹자"는 말에는 사람 냄새가 납니다.평화롭다는 뜻의 '화(和)'라는 글자를 보십시오. 벼(禾)를 입(口)에 넣는 모습입니다. 결국 평화란 함께 밥을 나누어 먹는 데서 시작됩니다. 달덩이처럼 둥근 마음으로, 서로 모나지 않게 어우러져 밥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화쟁(和諍)이자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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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곧 사랑이자 평화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건네는 "밥 한번 먹자"는 말은, 사실 "나는 당신을 아끼고 사랑하며 보듬어 주고 싶습니다"라는 고백과도 같습니다.오늘, 소중한 사람에게 따뜻한 마음을 담아 밥 한 끼를 제안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둥근 밥상 위에서 비로소 우리의 마음도 둥글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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