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에게 보내는 82편
가을이라는 옷은
인간의 마음을 다채롭게 합니다.
저마다 혼자서 기분 좋아
벌겋게 달구어진 몸으로
요리조리 살랑살랑 거리며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 옷에 쓸쓸함을 묻히고 맙니다.
괜히 바바리코트 깃을 올리고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를...”를 읊조리며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고 싶어 집니다.
그 쓸쓸함에 갑자기 인생무상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의 마음에
봄을 입혀드리고 싶습니다.
가을의 떨어지는 나뭇잎이 절망이라면
봄에 피어나는 파릇함은 희망이 아니겠는지요?
그늘진 마음이라면,
그래서 쓸쓸함과 외로움을 더 크게 느낀다면,
그렇다면
희망을 기다리는 봄을 담고 살아가는 것은 어떤지요?
당신의 마음은 봄날의 따스한 햇볕을 닮았으니
이제 그 쓸쓸함의 바바리코트를 벗어버리고
뜨거운 사랑으로
몸을 감싸는 것은 어떠한지요?
당신을 많이 사랑하기 때문에
저는 이미 사랑의 옷으로 무장하여 당신을 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