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내는 행동에 당위성을 더하는 말
사랑하는 사람을 밀어내고 말았던 경험이 있다. ‘방어기제‘라고 들어 봤을까? 상처받았던 일에 반사적으로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나오는 행동들을 뜻한다. 하지만, 나를 정말 보호하는 게 맞을까?
가족과 다툴 때는 왜인지 내가 모든 것이 옳았다고 착각할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사랑을 할 때는 나의 좋은 면보다 꽤나 구린 면을 알게 될 때가 많았다. 20대 초반 연애에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털었음에도 서로의 마음이 결코 닿지 않는 게 다 상대방의 문제라는 착각에 빠지곤 했다. 그렇지만, 사회를 나오면서 알게 된 것은 내가 놓치고 있는 내 모습이 많다는 것이었다.
대학생 때 원예학을 배우면서 기억에 남는 것은 식물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지치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모두에게 나무용 가위를 주시면서 교내 나무의 가지들을 잘라내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나는 ‘이 나무들이 지금의 가지가 성장을 막는 걸 알고는 있을까? 어쩌면 지금 가지를 자르는 나를 온 마음을 다해 싫어할지도 몰라‘ 라는 생각도 하곤 했다.
여기서 생긴 의문이 나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 아니, 변하지 못한 내 태도가 나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 사실상 ‘방어기제‘라는 아름다운 포장지에 감싸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게 아닐까? ‘방어기제 때문에 나는 지금 이게 힘들어 ‘,라고 말하는 내가 상대방에게 강제성을 더하는 것 같아 입에서 신물이 올라왔다. 나를 지켜주는 방어기제는 사실상 미래의 나의 행복과 맞바꾸어 익숙함을 안겨주었다.
가지를 잘라내면 많이 아플 수 있지만, 그래도 과거에 있던 내 상처를 조금 내려놓고 싶어졌다. 그러면 그 자리에 새로운 가지를 뻗어내는 새싹이 돋아나기도 하겠지? 이 글을 쓰고도 나는 방어기제 뒤에 숨을 것이다. 그럼에도 조금씩 가지치기를 하고자 한다. 방어기제가 정말 나를 보호하는 것으로만 작동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