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이제 그만하면 안 될까
내 나이 이제 55살, 도대체 이게 뭐냐고
전혀 예상 밖이다. 내 나이 55살에 내 머릿속과 내 육체를 들여다볼 때마다 적응하지 못하고 헤매는 내 방황하는 감정에 매일 초등학생처럼 허우적댄다.
누가 오십 대가 되면 원숙미에다가 중후한 매력을 주니까 좋다고 했는가, 웃기고 있다 정말.
그리고 그 나름대로의 안정적인 편안함을 즐길 수 있다고 했는가?
다 부질없다, 안정도 편안함도 다 필요 없으니 돌려줘라, 내 열정과 내가 사랑했던 미묘한 퇴폐를.
늙는다는 단어, 혹은 "아버님"이라는 단어가 남 이야기 같은 이 감정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아무튼 내 나이 55살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가 없다.
흰머리도 없고 머리숱도 아직 많은데 더구나 엉덩이가 아직 탱탱하다 자부하는 나이지만 그놈의 나이와 태어난 연도만 나오면 그냥 화가 치민다.
그래서인지 나이 먹어 중후한 것도 안정감도 다 필요 없으니 나이 세는 것을 그만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려받지 못할 내 이번 생은 나이도 이렇게 먹었고 사는 것도 구질구질하게 이렇게 망했으니 그냥 불평은 이것으로 끝내고 순응하며 살 때까지 살아보려 한다. 혹시라도 내가 사는 게 나아진다 하더라도 늙어가는 것만큼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아무튼 내 나이 55살이지만 나는 아직도 인생이라는 이런 시공간의 흐름에 적응이 안 된다.
빌어먹게도 인간으로 태어난 탓에 이렇게 개개인이 모두가 복잡하게도 살게 되는 구조안에 갇혀있는 이 기분이 때로는 원망스럽다.
노화를 느끼는 이 더러운 기분에 빠질 때면 사는 게 버겁고 그냥 무의미해진다.
이 빌어먹을 인생은 겪어보지 못한 감정들을 매년 새롭게 만들어낸다. 그래서 방황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면서 새로운 감정에 적응하려고 고군분투한다. 살려고 바둥대는 것이 바로 그 탓이라고 치부하면 다른 능력에 비해 가장 형편없었던 돈 버는 능력 부족으로 돈을 못 벌어 비루해진 내 인생이 덜 불쌍할지도 모르겠다.
그 흔한 가난에 동참하게 되고 혼자가 돼 보고 나니 비로소 그 돈이 가진 엄청난 위력을 실감했다. 그러면서 겪은 많은 경험을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돈의 위력이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도 깨우쳤으니 사실 이제 가난도 일종의 멋으로 승화시킬 수 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죽을 때까지 반복되는 이 빌어먹을 인생의 circle을 그나마 버텨내려면 예측되지 않는 금발미녀와의 로맨스나 복권 당첨 같은 사건들이 터져주어 내 안의 감정 찌꺼기가 모두 쏟아져 나오게 될 수 있다면 그나마 늙어가는 내 감정에 위로의 영양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난 사실 지금 이 순간은 매우 불행하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견뎌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지내고 있는 중이다.
숨이 안 쉬어지는 고통까지도 느낄 때가 있다.
이런 병적인 증세는 워낙 내가 예민해서 그런 거지 딱히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화도 너무 잘 내는 성격인 데다 자존심도 세다, 그런데 자존감은 바닥이 된 지 오래다. 마치 20년 가까이 덫에 걸려서 발부 둥치다 지친 55살 먹은 불쌍한 중년 아저씨가 현재의 내 모습이다.
현실을 인식할 때는 마치 못으로 온몸이 찔리는 느낌일만큼 괴롭고 그럴 때면 그냥 잠을 자다 내일을 보지 못하게 눈이 안 떠지기를 바란다.
내 나이 55살 나는 아직도 내 평온을 가져보지를 못했다. 그냥 그게 뭔지도 모르고 어느 날 죽음을 마주치게 될 것 같다. 뭐 대부분의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지만..
20년을 고민한 내 삶의 방향이 반드시 죽기 전에 내가 웃을 수 있는 길로 정해질 것이라 위안하며 나는 오늘도 똑같은 하루를 보낸다,
내게 너무나 익숙한 그 빌어먹을 오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