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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cha Mar 14. 2022

 내 인생도 소설이다

2화-종로의 연인

ㅎㅎ

“민지야” 하고 장난기 많은 목소리로 옥선이를 불렀다.

“너 왜 갑자기 옥선이라고 안 하고 민지라고 부르냐..

여기 버스 안에서는 괜찮아.. 청량리에서만 그렇게 안 부르면 되는데..

나도 민지라고 불리는 게 항상 어색하니까 내 이름 그냥 불러줘.. 다만 청량리에서는 말고.. “

나는 민지든 옥선이든 상관없지만 그래도 예전의 내가 사랑했던 기억.. 물론 복수심 등 애증의 이름으로 기억하는 “옥선”의 이름이 나에게는 큰 의미라서 옥선이라 부르는 게 좋았다.

나는 돌고래 마냥 민들 거리며 “ 그래 옥선 씨.. 우리 이거 첫 데이트 맞는 거다” 나는 오늘 날자 적어놓고 안 잊어버릴 거야.. 그러니까 너도 오늘 날자 기억할 거지?

난 뭔가 거창한 의미를 이번 데이트에 부여하려고 안간힘을 쓰며 그녀를 내 인생의 뭔가 극적인 인물로 만들려고 안달이 난 모태솔로처럼 계속 물어보았다.

“야 대답해~ 맞아 틀려.. 우리 이거 공식적인 첫 데이트다”

나의 그런 말을 그냥 듣던 옥선이가 나를 웃기는 짬뽕 같은 자식으로 보는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영혼 없이 말을 해준다.

“까짓것.. 그래 내친김에 너.. 내 남자 친구까지 하지 그러냐”

“그냥 이 길로 데이트 겸 결혼까지 하자..” 마치 옥선이의 표정은 속으로 “됐냐 이 병신아” 뭐 그냥 밥 먹고 술 먹고 춤추고 친구끼리 할 수 있는 걸 가지고 호들갑을 떠는 내가 연애에 굶주린 놈같이 구는 게 희한해 보였나 보다.

사실 청량리 588에서 일하는 그녀이다.

웬만한 남자 싸대기 때리는 건 장난으로도 할 수 있는 거친 삶을 살아가는 그녀이고 상상하지 못하는 욕도 아무렇지도 않게 막 해대는 588 밤거리의 아가씨 중 하나인 것이다.

난 갑자기 이런 생각에 빠져들어서 멍한 표정으로 그녀가 말하는 걸 놓치고 있었다.

“야 명진아.. 너 내 얘기 듣는 거니?”

내가 멍하게 그런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옥선이는 내게 말을 계속하는 중이었다.. “우리 이따 버스에서 내리면 뭐부터 할 거냐고?  밥 먹는 것 생략하고, 술부터 풀까.. 안주는 뭘로 할까.. 생맥주에 노가리.. 아니면 골뱅이도 괜찮고.. 등등 그 녀는 뭐 먹을지 나에게 계속 물어보는 중인데 난 갑자기 그 생각에 빠져서 그녀를 마치 조폭에 반열에 올려놓은 채 그녀한테 아서 멍하니 듣는 중이었다.

“야.. 너 뭔 생각에 빠져서 내 말 개무시하는 중이냐? 너 뭐해?”

옥선이는 뭔가 내가 이상해 보였는지 내 머리를 쥐어박으며 약간 화난 목소리로 말을 한다.

“아 씨바 고삐리 아니랄까 봐.. 뭔 생각이 그렇게 많냐.. 좀 단순하게 골라 이 병신아..” 한 편으로는 옥선이는 내가 어느 술집에 갈까 고민하는 중이라 생각했는지.. 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내게 말한 것이다.

“어.. 아냐” 난 옥선이의 말에 다시 제자리로 정신이 돌아왔는지 급히 대답을 한다. “옥선아 난 두부김치에 막걸리 콜!” 그리고 “너랑 결혼도 콜!”

뭐냐 이건 뭐야?? 갑자기 내 입에서 별 그지 같은 멘트가 나와버렸다.

아까는 옥선이를 조폭에 반열에 올려놓더니.. 그리고 혹시 사귀다가 내가 빙신짓거리하면 옥선이한테 칼 맞든 지.. 아니면 그 삼촌이라는 작자들한테 끌려가 디지게 쳐맞던지해서..아..옥선이를 여친으로 만들어도 큰 문제구나 옥선이가 여느 여자들하고 다른 배경에 있다는 것을 진지하게 인지하자, 봇물터지듯이 그녀에대한..뭐랄까 두려움은 아니고 골치아픈일..문제점..아니 다른 세상에서 사는 환경에서 과연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하는..그런 상황을 떠올리면서 소설 쓰던 중에 갑자기 터져 나온 말 “결혼도 콜” 아...씨바 나 지랄 염병하는구나.. 조폭이고 창녀고 나발이고 간에.. 나는...난...옥선이라면 이미 오래전부터 환장을 하는 놈이었는걸..

옥선이가 상어나 사자였어도 아마 “콜!” 했을 놈인 내가 영양가 없는 이 쓸데없는 3류 조폭 소설을 쓰고... 아 병신아.. 명진아... 이 빙신아..

내가 “결혼도 콜!” 하고 말하는 순간 옥선의 표정은 희한하게 변했다.

이 애도 마찬가지로 이건 뭥미?하는 그런 표정에..잠시 스쳐 지나가는 진지함.. 아무튼 지금 이 어색한 시추에이션을 벗어나려고 난 옥선에게 다급하게 말하며 그녀의 팔을 잡았다.. “야 지금 내려야 돼” 이 말과 동시에 난 옥선이의 팔목을 잡고 버스에서 급하게 내리며 아까 한 말을 저만치 날려 보내는듯했다... 우리가 첫 데이트를 끝내고 헤어지기 전까지는...

“야 우리 저기 학사주점이라는 곳에 가서 막걸리에다가 두부김치 먹자.. 어때 콜?” 그곳은 내가 친구들과 나이트 가기 전에 단골로 들리던 가게로 가게에서 직접 만드는 동동주가 일품인 곳이었다.

배가 약간 출출하던 때라 나는 그곳으로 가서 한잔 크... 그런데 옥선이는 막걸리가 별로였던지 나한테 말한다.. 야.. 명진아, 미안한데 청량리에서 지겹게 소주하고 막걸리 처먹는 놈들하고 상대하다 보니 내가 막걸리 하면 이가 갈린다. 아.. 씨발 막걸리 꽐라 돼서 냄새 좆나게나는 놈들이 손님으로 오면 그날은 정말... 씨발.. 손님인데 안 받을 수 도 없고..(왜 그런 손님을 받아야 하는지 나는 그 당시에는 몰랐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가게 영업상 손님을 거부하면 삼촌이라 불리는 건달이나 이모라 불리는 포주들에게 겁나게 작살나는 게 룰이라 것을 나중에서야 이해했다)


이게 뭐냐.. 갑자기 막걸리 이야기 꺼내었다가 우리 이쁜 옥선이 입에서 거친 욕설과... 그리고 아픈 기억을  그것도 욕설과 함께.. 일리는 있는 말이라 갑자기 욕설과 함께 시작된 그녀의 직업 이야기를 어리벙벙 듣다.. 갑자기 그녀의 말하는 표정을 어리벙벙하게 듣고 보던 내게서 뭔가 슬픔이... 그것도 크고 진지한 어떤 욕망이 발생되는 것을 느낀다.

동정심.. 슬픔.. 그리고 내 사랑.. 이것을 모두 합친 욕망이라서, 일상적인 어린 고삐리가 느끼는 사랑타령이 아닌 인생에 대한 뭔가 강렬한 진지함이..


“야.. 그래 씨발 나도 막걸리 냄새나고 술 깰 때 머리도 아프고 무엇보다 너랑 키스할 때 냄새도 날 거고.. 아 휴.. 딴 데 가자.. 이건 또 뭥미? 키스?? 이런 씨바..김칫국물 들이마시는 소리 하고 자빠진 날 보고, 다시 옥선이가 아까보다 더 황당한 표정으로 희한하게 날 쳐다본다.

“뭐라고 명진아?” 키스.. 너 나하고 오늘 키스까지 하려고.. 너 웃긴다 처음 만날 날은 나 홀딱 벗고 있을 때도 내 몸에 손가락 하나 안 건드리더니 오늘은 이것저것 잔뜩 다 하고 싶냐? 너 내가 쉬워보이냐? “

너 혹시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냐 “뭐 돈 주면 너랑 잘 수 도 있으니까... 만약 네가 이런 생각하고 있었다면 꿈깨라.. 너 근데 그거 아니? 명진아”

“업소에서도 키스는 돈 아무리 많이 줘도 안 하는 것 모르지?

사랑하는 남친이 아니면 우리 밑에는 대줘도 키스는 절대 안 하는 거..

근데 넌 나하고 그런 키스를 하려는 거고 그게 쉽다고 생각하는 거지? “

갑자기 옥선이가 날카롭게 내게 말을 하는데 난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둘러대느라 진땀을 빼면서 말했다.

“아니.. 내가 너하고 술도 마시고 나이트도 가고 하면 자연스럽게 애인처럼 키스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기대감을 말한 거지 결코 널 만만하게 생각해서 말했던 게 아니니까 화내지 마... 진짜야 옥선아.. 남자들이 뭐 데이트하면 다 그런 생각하는 거지 나만 그런 게 아니잖아.. 그리고 네가 좀 이쁘냐.. 솔직히 키스가 아니라 더한 것도 하고 싶다,.. 뭐.. 내가 너 기분 나쁘게 하려고 한 거 아니니까 오해는 하지 말아 줘.. 응 옥선아~”

이런 내가 벌써부터 꽉 잡혀서 이게 뭔.. 씨바..ㅠ


그렇게 말하는 와 중에 우린 종로의 번화한 거리를 지나 먹자골목에 다다르었다. 대낮인데도 많은 손님들로 북적대고, 벌써 취해서 비틀거리는 취객들도 간간히 눈에 띄는 걸 보니 경제가 어렵다 어렵다 맨날 방송에서는 노래를 불러대는데.. 이건 뭐 딴 나라에 온 듯.. 이런 좋을 수 가 있나 하면서 가끔 생각이 불손하고 어쩌면 변태 성향이 있는 나로서는 물 만난 고기를 만난 것처럼 이 거리가 마치 내 나와바리인양 으쓱거리며 옥선에게 말을 하는데...이런 씨바 말같지도 않은 내 꼬락서니에 쪽 팔려 디지는 순간이였다.. 아..오늘 나 완존 왜이런거냐고...


“옥선아 나 여기 완전 내 나와바리 잖아..그니까 아무 데나 골라봐, 이 오빠가 다 아는대니까 오늘 내가 다 쏜다.. 종로는 내가 꽉 잡았지..”ㅎㅎ

이런 나의 빙신같은 말에 옥선이는 어이가 없는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툭 한마디 던진다.. “야 이고삐리야, 나와바리가 뭐 어쩌구 어째..아주 똥폼잡는게 귀엽다 귀여워. 부모님 고생시키지 말고 정신차리셔..네가 뭔 말 하는지 알고 있는데, 너 그런 말투와 그런 행동 마음에 안 든다.. 명진아..”

갑자기 옥선이는 진지하게 나를 쏘아보며 내게 충고를 하는데, 그 순간 난 또 멍해지면서 그 애가 말하는 의미를 헤아리기 위해서 연신 눈을 껌뻑이며 그녀 눈을 애써 피하면서 생각에 빠져들었다.

“과연 옥선이가 현재 어떤 사람일까?” 지나온 세월 동안 그 애가 느꼈을 생각들은 무엇일까?.. 지금 하고 있는 일로 보면 그 애는 완전 바닥이고 더 나아가서는 사회적으로 인간 취급도 못 받는 “창녀”인데...

우리가 정신적으로 "정상인과 비정상인"을 구별한다면 옥선이의 일은 절대 정상인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그런 일인데도 불구하고.. 이 아이는 내게 친구들도 안 하는 충고를 하고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우리는 골뱅이집에 멈춰 섰다. 가끔 친구들하고 맥주 생각나면 들리던 곳이어서 그런지 자동으로 발걸음이 이곳에 멈춰 섰다.

“옥선아 여기 골뱅이하고 면사리가 겁나 맛있는 집이니까 여기서 골뱅이에 맥주 한잔 때리자”라고 머릿속에 대사를 떠올리며.. 난 뭐가 좋은지 아까 심각했던 생각은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연신 헤벌 적 쪼개며 옥선이에게 아양을 떠는 귀여운 푸들 모양 허락을 구하려 하고 있는데.. “야 명진아 여기 들어가자”하고 옥선이가 먼저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아 오늘 왜 이런 거야.. 씨바 남자가 돼서 리드 좀 해서 멋져 보이려 하는데 뭔가 막 꼬이는 이 시추에이션이.. 어쨌든 내 마음하고 같은 결정을 한 옥선이가 먼저 가게 안으로 성큼 들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진짜 푸들 모냥으로 쫄쫄 뒤 따라가며 “옥선아 오늘 내가 다 쏠 테니까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알았지” 오늘 데이트를 위해 모아둔 용돈과 엄마에게 참고서 산다고 뻥까고 받아온 돈으로 제법 난 오늘 부자였다. 나름 오늘 쓸 돈을 계산까지 다 마치는 치밀함도 있었다.

1차로 2만 원, 2차로 나이트 가서 3만 원(기본 안주에 맥주)그리고 야식집에서 3차로 2만 원 등등.. 그리고 혹시나 여관비 3만 원도.. 그 생각에 헤벌쭉 웃는 나를 옥선이가 마치 정신 나간 놈을 쳐다보듯이 보면서 “명진아 뭐 하냐 빨리 주문해.. 뭐 먹을 거냐고.. 너 정신 줄 똑바로 안 잡을래, 뭘 그렇게 혼자 쪼개면서 생각하는 거니?”

“아니 오늘 널 만나서 이렇게 술 같이 먹는다는 게 현실인가 하고.. 너무 좋아서 그래.. 옥선아 진짜 너무 좋다.. 오늘 신나게 놀자 응”

우리는 드디어 술집에 들어갔다... “이런.. 옥선이하고 이런 날이 오다니..”그 수많은 초등학교 때의 흑역사를 말끔히 없애는 역사적인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

“옥선아 저기 창가 쪽에 앉자” 그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내 얼굴을 잘 생기게 해 줄 것만 같은 어두컴컴한 조명과 창가 쪽 무드가 좋은 자리가 눈에 띄었다.. 더구나 구석진 조용한 자리다... 슬슬 음흉한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역사적인 사건이 지금부터 시작이니.. 최대한 옥선이를 사로잡아야지.. 오늘 기필코 역사적인 날을 만들어 내 짧은 인생 동안 트라우마로 자리 잡은 모든 걸 날려버리리라.. 넌 오늘 내 거야”

술과 안주가 나오고 우리는 지나온 6년간의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물론 이런 이야기가 동창생이라면 당연한 것이지만 옥선이의 현재 직업을 보면 신중해야 할 순간이다.

“너 어디 살았니.. 옛날 그 집에서 이사 갔다는 말은 들었는데..?”

난 갑자기 옥선이네가 망해서 이사 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신중히 물어보았다.

“아빠 가게가 망해서 밤에 야반도주한 거 맞아... 그 후에도 여기저기 빚쟁이들로부터 도망 다니다 어느 날 아빠가 집을 나가셔서 아직 생사도 몰라.. 그때 생각하면 죽을 것 같았지만... 야 차명진 나 이제 이렇게 돈도 많이 벌고 괜찮게 살아.. 저축도 많이 해서 곧 적금도 타 ㅎㅎ”

웃으며 밝은 목소리로 그 말 하는 옥선이를 보는데 왜 그 목소리와 그 애의 모습에서 나는 슬픔을 느끼는지..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늘 배워왔지만 실재 이 사회는 옥선이 같은 직업여성을(흔히 말하는 창녀) 사람으로도 보지 않을 정도로 막장인생으로 취급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그런 슬픔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도 어쩔 수 없는 속물.. 아니 사회의 부속물이라는 생각에 나는 갑자기 내 머리를 쥐어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야 명진아 너 뭐 하는 거야 왜 갑자기 머리는 붙잡고 그래.. 술 마시더니 벌써 머리가 아픈 거야? 너 정말 술 약하구나.. 센척하더니 이 병신아”

내 속마음도 모르는 이 병신 같은 계집애..

난 갑자기 소주를 주문했다. 그리고 옥선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물 마시던 글라스에 소주를 가득 채운 채 원샷을 해버렸다.

옥선이는 내 그런 모습을 보더니 “야 명진아 너 갑자기 왜 터프한 척하는 거냐.. 너 그러다 갑자기 훅 가면 나 너 책임 못 진다. 적당히 마셔 야~”

내 귀에다 대고 큰 소리로 옥선이는 말을 했지만 내 마음은 이미 그 생각에 빠져서 그냥 벌컥 또 한 번 원샷을 할 뿐이었다.

“야.. 너 정말 자꾸 그렇게 마실래?.. 너 취하면 진짜 나 너 길에다 던져버리고 간다... 그만 마셔~”

두 번째 그 애가 말을 하는 순간 난 이미 취기가 확 올라서, 흔히 말하는 맛이 가는 중이었다. 사실 난 술을 좋아하지만 그렇게 술이 아주 센 편은 아니었고, 이렇게 원샷을 하면 정말 빨리 맛이 가버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난 이미 자제력을 잃어버렸다.

“옥선아 나 기분이 좋다가 갑자기 슬프다.. 왜 그런지 몰라.. 근데..”

그때 옥선이는 내게 “명진아 넌 좋은 친구야.. 나 너 만나던 날 솔직히 너무 창피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좋았어.. 내가 이 일을 하면서 만난 유일한 친구였거든” 우리는 서로 눈을 쳐다보면서 그렇게 대화를 하고 있다.. 인생이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이 순간이 그렇게 멈추어진 듯하다.

“옥선아 나 정말 어릴 적에 너 사랑했어.. 내 운명의 여자라고 믿었거든.. 근데 너는 나를 거들떠보지 않아서 나.. 너무 힘들었어” 술이 어느 정도 많이 취하자 난 횡설수설인 듯 보이는 말이지만 내 속마음을 그대로 옥선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너를 가질 수만 있으면 난 내 인생이 가장 아름다워질 것이라 생각했거든... 그래서 너를 다시 본 순간 마치 운명처럼 느껴졌어, 우리 정말 이렇게 운명처럼 마주 보고 있는 게 아닐까?”

나는 내 솔직한 마음을 전달하려 애쓰고 있었고, 지금 말하고 있는 이 순간만큼은 그것이 운명이라 진정 믿고 말하고 있는 중이다. 난 너의 남자가 되고 싶었고.. 현재도 그렇다고.. 아무리 모든 사람이 창녀 하고 사랑한다고 반대한다 해도, 심지어 내가 처음 너를 처음 보았던 그때보다 더 간절히......

“명진아 너 정말 아직도 나 사랑한다고.. 그게 말이 되냐 나 창녀야.. 아무한테나 몸 대주는 창녀.. 몰라?"


"몸 대주는 창녀".. 그녀가 이 단어를 자신의 입으로 내뱉는 순간,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던 눈을 허공으로 돌렸다. 순간적으로 내 몸안에서 수분이 증발하는 느낌이었다. 그냥 슬픔이다.. 이런 게.. 바로 슬픔이다.. 시간이 천천히 흘러간다....


그러다가 갑자기 옥선이가 어색한 분위기를 벗어나려는지 "너 초딩때는 정말 별로 였어.. 근데.. 근데 지금은 키도 크고 멋지네.. 솔직히 난 네가 나를 막 좋아하는 게 느껴져.. 하지만 내가 하는 일 너 인정할 수 없을 거야.. 그러니 그냥 우리 편하게 지금처럼 가끔 만나서 노는 사이로 지내자.. 어?....”

아니야.. 그러면 안돼.. 난 속으로 이렇게 부르짖으며 빨리 옥선이에게 내 마음이 진심이라고, 증명하려는 마음이 다급해져서 급히 말을 내뱉었다. 나 또한 지금의 어색함을 떨쳐내려고...

“야.. 안돼 나 너 남자 친구 정말 하고 싶어 나 정말 옛날이나 지금이나 너 사랑해, 옥선아 나 네 하는 일 존중할게 나 아무렇지도 않게 만날 수 있어.. 나 정말이야.. 진심이야 옥선아 정말..”

난 갑자기 휴가 나온 군바리처럼 큰 소리로 주변을 신경 쓰지도 않고 소리쳤다.

“옥선아 정말 사랑한다!”

그 순간 가게에 있는 모든 손님들이 우리를, 아니 나를 쳐다보고 있지만 난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한번 큰 소리로 말을 했다.

“사랑한다 옥선아!”

그 순간 멍하니.. 아니면 어이가 없어서 그런지 물끄러미, 그러나 왠지 진지한 표정의 그녀가 나에게 말을 한다.

“이 미친놈.. 너 옛날이나 지금이나 미친놈 맞네... 너 진짜구나.. 이 병신”

그 말이 끝나고 우리는 말없이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그렇게 시간이 순간 정지된 채로 지나가다 옥선이가 침묵을 깨고 내게 말을 한다... 과연 무슨 말일까.. 난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술이 많이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난 정신이 말짱했다. 그녀가 입을 뗀다. “명진아 나도 너 좋아해.. 너 정말 나 사귈 자신 있으면 나도 너랑 해볼게!” 아~ 몇 초도 안 되는 이 기다림에서 옥선이의 말이 들리는 순간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옥선아 나가자.. 우리 더 신나는 곳으로 가서 오늘 정말 즐겁게 놀자~! “

난 마치 뽕 맞은 애처럼 들떠서 큰 소리로 그녀에게 말을 하는 동시에 팔을 잡아당기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는데.. “명진아 아직 안주도 많이 남았고 시간도 이른데 좀 더 있다 가면 안돼?”

난 이미 기분이 업되어서 그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냥 왠지 무조건 밖으로 나가서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옥선이의 손을 잡고, 아니 팔짱을 끼고 걷고 싶을 뿐이었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에게 우리가 연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아냐 나가자 지금.. 좀 있으면 해가 질 거니까 어디 갈지 정하자.. 난 오랜만에 나이트 콜!...”뭔 개소리냐 맨날 가는 “죽돌이”면서..

 “야 아직 일러 지금 가봐야 사람도 없고 재미없어..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야 우리 신나게 놀지, 안 그래?” 옥선이가 이렇게 말을 하자마자 나는 번개같이 대답한다. “에이 그래도 그냥 가서 죽 때리자”

나도 그녀 말이 뭔 말인지는 안다.. 사람 구경이 나이트 가는 가장 중요한 맛 중 하나인데.. 내가 너무 흥분했구나.. 근데 오늘은 난 옥선이와 둘 만 춤추고 놀아도 상관없을 정도로 기분이 아주 슈퍼 업이 되어있다. 그래서인지 내 화려한 프로페셔널한 나이트 문화에 대한 지식도 헌신짝 버리듯이 잊고서 지금 이 지랄발광을 하는 거다.

나이트 가서 자랑질하려고.. 그리고 최대한 밀착해서 부루스타임을 즐기며 어쩌면 스킨십의 가장 정점인 키스도 꿈꾸며... 그런 다음 나와서 무드 있게 어느 적당한 장소에 가서 오늘의 꿈같은 밤을 기대하며... 이런 씨바 나 겁나 속물이네... 그래도 나란 존재는 여자 알기를 "돌"보기 하면서 절대 유치한 뻐꾸기 날리는걸을 혐오하는데 오늘 이 시추에이션 때문에 내가 아주... 그래도 좋아.. 난 오늘 꼭 진도 나갈 때까지 유치 빤스라도 이대로 쭉 나가리라 다짐한다.

“옥선아 그럼 나가서 좀 걷다 한잔 더하고 9시쯤 들어가자.. 어때?”

“어 좋아 어디로 갈래.. 까짓것 너 파전 이런 거 좋아하는 것 같으니 막걸리에 파전 먹으러 가자”

이런.. “이렇게 좋을 데가..”라며 난 그 애가 이미 내 마누라가 돼서 날 배려해준다는 상상에 히죽거리며 혼자 김칫국물 들이키며 상상의 나래를 편다.

그래 우리는 지금 연인 사이다!

“오케이 콜!”

나는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의 팔을 잡아끌고 가게를 나와 무작정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아까 들어가기 전과 지금은 밖의 풍경과 사람들이 달라 보인다. 모두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야 이놈 능력자구나 저렇게 이쁜 여자 친구 하고 데이트도 하고” 뭐 이런 생각의 늪에 빠져 괜히 히죽거린다. 그녀에게 그러면서 말을 슬쩍 내비친다. 내 속마음을.. “야 팔짱 끼고 걷자.. 나 너무 이런 거 해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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