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이제 그만하면 안 될까
살아보니 평법하더라, 지금 나는 최고의 방랑자다
갑자기 내가 좋아하는 매로구이에 술을 마시며 이 글을 쓴다. 나는 지금 왜 여기서 이것을 먹으며 술에 취하려 준비 중인가...결국 또 취하고 또 더 취해야 현실을 좀 빗겨 난 내가 나올 테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여기가 주문진 바닷가가 보이는 그 언저리라는 생각에 도취돼서 당연히 내가 먹는 이 술과 매로 구이가 특별하다고 나 자신을 세뇌하고 있다. 물론 이런 곳에서 이런 짓거리를 하는 게 한두 번도 아니면서 나는 매번 그 값어치를 매우 높게 매긴다. 그 이유는 내가 그럴 때마다 아주 특별하다고 나를 위로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진심으로 그것을 믿을지도 모르지만.. 과연 그런지는 나도 사실 모른다. 어차피 저 앞에서 회를 먹고 있는 내 아이들뻘 되는 젊고 싱싱하면서 향기 마저 풍기는 나와 다른 세상에서 사는 한 무리의 청춘남녀들을 시기 어린 눈으로 쳐다보며 술맛에 재미있을만한 이야깃거리가 들리는지 무관심한 척 곁눈질할 뿐이다., 사실 나와 이 아이들은 지리적으로 시간적으로는 같겠지만 과거에 그 시기에 나도 그랬던 것처럼 현재의 나와는 다른 삶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인생을 고민할 것이다.
나는 가끔 그런 이 아이들을 쳐다보며 내 자신을 그 시간대로 동일시하며 나이를 잊고는한다.
그렇게 이 들을 바라보면서도 과거가 그리워지는지 질투심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더욱 매로 구이에 청하를 끊임없이 들이킨다. 나도 그 들과 같이 되는 길은 술이 적당히 취하는 길이라 생각하면서.. 이게 술을 먹는 사람이라면 내 기분을 좀 알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나는 요즘 심각하다.
나이가 먹으니 모든 게 나를 마구 취급하는 느낌이 든다. 나 자신은 말 할 것도 없고, 하다못해 이 횟집에 여주인도 나를 막 대하는 것 같다. 주문받을 때 마스크 낀 상태에서도 느껴지는 그 입술 모양에서 나는 그냥 이 여주인을 불친절자로 낙인찍었다.
참 사람 낙인찍는 게 쉽다. 나는 항상 낙인찍고 다시 그 낙인을 지우려 노력한다. 일단 내게 마음 안 드는 행동이나 말을 하거나 표정만을 지어도 난 그냥 낙인을 찍어버린다. 그리고 불과 안주 하나 집어 먹을 그 사이에 내가 낙인을 올바로 찍은 것인지 확인하려 안달을 내고 검증에 착수한다.
그 결과는 아주 빠르고 신속하다. 하지만 이게 나의 큰 장점이라고 믿고 싶다.. 나는 이런 식으로 즉시 내가 내린 검증의 결과와 불과 몇 분이 지나 바뀐 내 느낌으로 그 사람을 검증하고 뿌듯해한다. "그래 이번에는 내가 또 경솔했군"하면서 쿨하게 인정하면 내 자신이 그냥 기분도 좋아지니까.. 마치 죄짓고 면책당한 느낌과 같은 것 같다.
참 별 그지같이 내가 북 치고 장구치고 다한다.
그래도 어쨌든 내 행위를 의심하고 검증해서 바로 잡는다는 것에 나는 만족한다.
어느덧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오게된 강릉 생활도 12개월 정도 된 것 같다.
요즘 내 생활은 1주일에 최소 2~3도시를 돌아다닌다. 서울에서 횡성, 강릉, 가끔 내 아이들이 살고 있는 제천, 이렇게 돌아다니며 일하고 밥 먹고 술 먹고 바다 보고 산과 강을 지나치고 하루하루를 보낸다.
이런 생활이 내 나이 이제 50대 중반이 되니 솔직히 힘들다. 힘든 것 중 가장 큰 이유는 상실감과 외로움이다.
상실감은 나이가 더 드는 노화현상에서 비롯된 거니 어쩔 수 없다. 물론 운동을 하면 좀 나아지겠지만..
나의 근본적인 노화문제인 심리적인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 같다. 누구 말대로 삶의 잣대를 옮기고 나이에 맞게 생각하고 그 나이에서 찾는 고귀한 아름다움을 찾으면 인생이 행복할 거라 하는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방법도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요즘 많이 듣는다.
개뿔, 난 그냥 내가 생각해봐도 젊다가 늙음으로 가는 내 인생이 아무리 봐도 아름다울 게 없다. 그냥 늙어가니까 점점 열정이 사그라지는 것만 느껴진다. 밤에 자다 오줌도 누러 가는 게 다반사고 눈도 침침해서 이제 과자봉지에 적힌 글도 안 보이고, 배는 점점 앞으로 튀어나오고 허리가 들어가는 내 체형이 뭐가 아름다운가.. 그렇다고 정신적으로 안정감이 들어서 청춘일 때보다 심리적인 편안함을 느끼지 않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그냥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냥 대부분 인정하고 포기하고 사니까 그런 거지 뭐가 심리적 안정감이냐"라고..
일도 그날그날 상황에 맞게 한다. 그래서인지 아침에 눈뜨면 항상 내 자신에게 묻는다.
"나 지금 일하고 돈 벌고 있는 게 맞냐"
내 물질적욕구에 대한 노동 생활이 헷갈리기도 하다. 어쩌다 재수 없으면 한 달 내내 1원 한 장 안 생긴다.
그러다 일한 결과보다 내가 속한 비즈니스 상황이 남들에 의해 나아지거나 변화가 생길 때 돈이 생긴다.
내가 사업에 여러 차례 망한 후 돈이 생기고 안 생기고는 내가 아닌 내 주변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처음에는 이런 현상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지만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물론 때때로 확 다 때려치우고 사회인 계급장을 떼고 자연인으로 돌아갈까도 수 없이 생각했지만 아직은 미련이 남아있어서 그런지 현 상황을 잘 받아들이고 다시 꼭 찾아올 기회를 기다리려 마음먹었으니 내가 철이 들어도 참 많이 들은 것 같다.
내일 아침에 이 술에서 깨고 나면 평상시처럼 나는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인생 뭐 별거 없는데 나만 특별하다고 왜 이리도 지랄하냐"라고..
여태껏 별 짓을 다 해보고 수많은 경험을 했다고 무용담을 늘어놓았지만 사실 그 모든 게 다 별게 없다는 거라는 것을 내가 제일 잘 느끼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오늘도 술을 마시는 이유가 솔직히 예전에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평범함"이 그리워 서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어떤 물질적 차이나 사고의 차이 혹은 사회적 계급의 차이도 결국은 그냥 사는 방식이 다른 것일 뿐이란 것을 잘 안다. 누구나 똑같은 하루를 살고 일 년을 살고 평생을 살다 간다. 거기서 그 기간 동안 생기는 에피소드만 다를 뿐인데 우리는 이 "에피소드"에 평생을 바쳐 살다 아주 공평하게 이 세상을 떠난다.
이런 관점에서 나도 살아보니 모든 게 비슷해져 간다고 느껴진다. 물론 돈이 없어 괴롭고 힘들고 눈물도 나겠지만 그것 또한 누구 말대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 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말하지 않는가.
"평범"한 게 진짜 어려운 거라고.. 왜냐면 살아보니 사실 별반 차이 없는 게 우리네 인생이라는것을..
다 들 그렇게 생각만큼은 나이가 들어보면 하는 것 같다.
물론 현실에서는 다 들 악착같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