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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cha Feb 17. 2022

좀 이제 그만하면 안 될까

#1- 살아보니 평범하더라, 청량리시장 연탄구이

나는 나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몰라 늘 가슴 벅차다.

그래서 나의 현재는  무엇인가를 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지금도 평생 진행형인 내 인생에 꽃을 피울 날을 기대하며 또 무엇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내 별명이 "또 해?"가 되었다.

난 항상 내 이야기와 관계된 세상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러다 보니 항상 일 때문에 생기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나는 항상 나의 종말이 궁금한 사람이다.

그런 이유로 내가 생각하는 인생, 내가 원하는 세상을 저버리지 않고 항상 최대한 무엇인가 되려 노력한다.


래도 나는 꽤 낭만적이다.

요즘에 겼던 연탄구이 돼지 숯불구이를 지금 먹고 있기 때문이다.

16살 때처럼 혼자 낮술을 먹고 싶어 들른 청량리시장, 그곳의 연탄구이 돼지갈비는 6.000원이다.

이 안주 하나면 나는 막걸리 3병은 거뜬하다.

덤으로 내 행복도 슬그머니 찾아온다. 물론 너무 취하면 개판되지만..


여기 청량리가 고향이지만 어릴 적 이 동네를 너무 떠나고 싶었다.

온갖 양아치들과 말도 안 되는 소설이 써지는 특별한 동네였고 내 질풍노도의 시간을 여기서 보내는 바람에 내 인생이 정말 정말 꼬여버렸다고 아직도 믿고 있다.

오래전 처음 교수가 되고 난 후 정말 내가 느낀 감정이다.

일종의 내가 살아가는 방식처럼 저마다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려고 난리인 별의별 다양한 병맛들이 사회에 넘쳐난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진짜 가지가지한다고...


처음 입사해서 내가 느낀 것은 학생들 가르치는 것 이외에 뭐가 그리 복잡한지.. 사회생활이 무엇이길래 학교에 조직에 충성하는지.. 특히 일반적으로 꽤 괜찮다고 말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봉급쟁이들은 다 이렇게 병맛 같은지, 천년만년 한 직업을 고수하며 안정된 직업을 가졌다고 자부하면서 고개를 뻣뻣하게 드는 게 나는 이해가 안 되었다. 그 당시 나에게는 안정적이고 미래가 뻔히 보이는 이 직업이 너무 버거웠는데..


난 처음부터 내게 너무 안 맞는 직업인 탓인지 적응이 너무 안 되었다.

시간강사일 때와 너무 다른 전임강사의 업무 적응이 안 되었고, 그래서인지 교육에 대한 철학이 빈약한 나에게는 시간이 지날 수 록 하루하루가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결국 나는 이 지루함과 미래에 대한 두근거림이 없는 내 심장을 살리려고 자진해서 사표 냈다.

그날부로 내가 그토록 원했던 직업을 접었다.

물론 내 과거와 현재가 불량한 탓이란 것 때문에 생긴 일이다.


하지만 이 나이 먹어도 아직도 나를 모르겠다. 도대체 뭘 하려 하는지.. 뭘 원하는지..

이미 너무 많은 일을 경험하고 괴롭다고 발부 둥치는 내가 너무 싫은데..

더구나 이 빌어먹을 늙어버린.. 내 몸뚱이는 볼 때마다 화가 치미는데.


그래서인지 가끔은 더 늙어버리려고 술을 먹고 화를 자주 낸다.

나에게 주는 일종의 벌이고 복수이다.


이 청량리를 나는 사랑한다. 내 고향이고 내 지금의 삶에 그지 같은 영향을 끼친 개똥 같은 동네이니까.

이 빌어먹을 내 인생을 만드는데 아주  공로를 세운 이 동네 청량리에 왔다.

그런데 이 동네는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왜 이리 똑같고 나도 똑같은지, 결국 나는 여기가 어울리는 그런 사람이었던 건지..


나는 꽤 잘 나갈 수 있었다.

내가 잘 안 나가려고 기를 쓴 덕에 지금같이 돼버린 것 같다.

뭐 지금 외롭고 별 그지 같은 감정이 나를 매일 괴롭히지만 내가 잘 난 맛에 그러려니 하며 그냥 견디며 산다. 그런 탓인지 매번 그 외로움을 견디려고 상상에 빠지고 그 상상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한다.

그 새로움은 때때로 나에게 가슴 두근거리면서 도전할 일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이 오랜만에 꽤 그렇게 진행되고 있다.


오늘 나는 행복하다.. 꽤

건강이니, 뭐니 여러 이유로 나를 억압했는데 오랜만에 들른 고향에서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마스크를 껴서 정확히 어떤지 모르겠지만 아주 앳되보임에도 불구하고 나이 든 손님들 사이에서 능숙하게 주문 및 서빙을 하면서 열심히 일하는 여자아이를 향해 속으로 감탄까지 하면서 연신 막걸리를 들이킨다.


그런데 난 오늘도 아주 지겹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오늘 가슴 두근거린다.

너무나 지겹고 죽지 못해 살지만 가슴이 두근거림이 있어서 그런대로 외로움도 날려버리고 상상 속에서 나를 바라본다.

난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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