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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중 Aug 19. 2023

브런치에서 알람이 왔다

라는 문장으로 글 완성해 보기


사무실에서 거북목을 하고 키보드를 두드리던 평범했던 어. 서류로 널브러진 책상 구석에서 충전 중인 핸드폰이 시끄럽게 진동했다. 또 광고문자인가. 화면을 켜보니 브런치에서 알람이. 웬일이지. 누가 내 글에 좋아요를 눌렀나? 살짝 상기된 볼을 하고 알람표시를 눌렀다. 그러자 뜨는 알람내용. 흠. 좋아요가 아니네. 화면을 다시 꺼버리고 모니터로 눈길을 돌렸다.


어느새 퇴근. 거북목을 사람목으로 만들기 위해 필라테스도 하고, 연이은 칼부림 소식에 주춤했던 산책도 했다. 4평짜리 자취방에 드디어 도착. 벌써 9시다. 짧은 장마 탓에 아직 꺾이지 않은 8월 더위로 땀에 흠뻑 젖은 몸뚱이를 곧장 화장실에 처넣었다. 이래저래 후다닥 씻고 주름 개선을 위해 레티놀도 바르고 여드름도 짜고 이뻐지기 위해 애를 쓰고 나니 10시. 침대에 쿵하고 몸을 날렸다. 무거운 내 몸의 무게에 매트리스가 고통스러워하며 나를 무자비하게 튕겨냈다. 하지만 아주 낮게만 몸이 들렸을 뿐. 왜냐하면 난 무거우니까.


도 없고. 취미도 없고. 오랜만에 프랑스 음악이나 들어볼까. 음악 어플에서 적당한 플레이리스트를 찾아서 틀었다. 블루투스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남이 열심히 골라놓은 음악들은 하나같이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역시 뭣도 모르는 나보단 전문가가 고르는 음악이 최고지.


하릴없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아직 남아있던 브런치 알람. 다시 눌렀다.


‘오늘 떠오른 문장을 기록하고 한 편의 글을 완성해 보세요. 글쓰기도 운동과 같아서 적게라도 매일 쓰는 게 중요하니까요.’(내가 이해한 방식대로 내용 적당히 수정함)


그래. 결심했다. 후진 글이라도 끄적여보자! 그리고 딥슬립.


눈 떠보니 토요일 아침. 켜져 있는 스탠딩 노란 조명. 안 끄고 자버렸던 프랑스 음악, 몽글몽글한, 뜻은 알 수 없는 프랑스 여가수의 노랫가락. 아 맞다. 브런치 글 쓰려고 했지. 운동이라잖아. 거북목을 곧게 펴주는. 오늘 떠오르는 문장? '브런치에서 알람이 왔다.' 그리고 글 완성. 으하하. 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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