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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Liquid Love

온전한(ccomplete) 사랑

by 홍재희 Hong Jaehee




1.



외로울 때는 되도록 연애하지 말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




외로움에 사로잡혀 있을 때는 불안해서 심적인 여유가 없다.


나에게 어울리는 이를 알아보는 눈도 없을뿐더러


설령 내게 딱 맞는 이가 옆에 있어도 그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한다.


외로움에 지쳐서 눈이 멀고 귀가 닫히고 마음이 불안하여


스스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조그만 자극에 쉽사리 흔들리고 걷잡을 수 없는 충동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사랑을 찾으려고만 하고 연애를 하려는 절박함이 오히려 사랑을 도망가게 하고 관계를 망친다.


그러고 있을 시간에 자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 일상에 굳건히 발을 딛고 나에게 집중하면서 무언가 행동을 하면서 내 삶에 몰입할 것.


예를 들여 자신의 취미생활을 즐긴다던가 대외적인 활동을 한다던가


그것도 아니면 정말 나는 결혼이 목적이니까 결혼을 할 거야 결심하고 작정하고 선을 보거나 결혼정보회사를 찾아가거나


그러나 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아 나 진짜 만나고 싶다, 만날 수 있을까?' ' 아... 나 정말 절박한데.'


이렇게 백 날 말로만 고민만 생각만 하고 실제로는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그럴 때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적잖이 위험하다.


이러면 우연히 누군가를 만났을 때 ' 저 사람이 혹시 내 사람일까?' ' 이 사람이 내 짝일까?' ' 이 사람이 날 사랑해 줄까?' 이러면서 자꾸 기대만 하게 되고, 아주 사소한 것에 실망하게 되면서 그렇게 실망이 쌓여가면 외로움을 더 느끼게 된다.




연인을 통해서 자신의 외로움을 모두 해소하려들면 건강한 관계로 이어지기가 어렵다.


외로움과 절박함에 이끌려 연애에 매달리는 사람은 상대의 진면목을 보지 못할뿐더러 그러고 있는 자기 자신도 보지 못한다.


그저 짝이 생기기만 하면 외로움이 자신의 문제와 결핍마저 전부 해소될 거라 기대한다.


상대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지 못하고 결핍을 관계로 보상받으려 드는 것이다.


그러나 기대는 다시 의존을 낳는다. 상대에게 의존하게 되면 기대는 더욱 강화된다.


기대가 거부당하고 내가 바라는 보상을 받지 못할 때 관계는 어그러지고 악화된다.


단지 콩깍지가 벗겨졌을 뿐인데 내가 만든 환상이 깨진 것뿐인데


실망한 이유를 상처받은 이유를 사랑이 식은 이유를 내가 아닌 상대방에게 찾으려 들고 결과적으로 남 탓을 하며 미워하게 된다.


그런데도 그걸 널 좋아하니까 사랑해서라고 착각한다.






2.


모두가 고민한다. 성별 젠더 연령 직업 배경 무관하다.



ㅡ사업을 하든 직장을 다니던 뭘 하든 간에 과연 내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ㅡ친구, 동료, 애인, 가족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 모두 내가 과연 사랑받을 수 있을까?


ㅡ사랑받지 못하고 나 혼자서 소외되는 건 아닐까? 외톨이가 되는 건 아닐까?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특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꾸준히 예부터 고민하는 주제가 하나 있다.


항상 관통하는 공통된 주제, 바로 사랑.




타로점을 봐주다 보면 사람들마다 궁금해하는 질문이 있다. 바로,




'어떤 사람을 사랑해야 할까요?'






ㅡ제가 더 사랑하는 사람하고 사랑하는 게 나을까요?


ㅡ아니면 저를 더 사랑해 주는 사람하고 사랑하는 게 나을까요?


ㅡ 어떡할까요? 어떤 선택이 옳을까요? 어떤 사람을 만나야 행복할까요?





딱 까놓고 말하면 이런 말인데... 밥 잘 사주는 누나랑 사귀는 게 나을까? 아니면 예쁜 누나랑 사귀는 게 나을까?


사실 나는 어떤 쪽을 선택해야 될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지금 아무도 못 만나고 있다... 만나기가 두렵다... 이렇게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글쎄다. 나 역시 뭐가 옳다 그르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 다르니까. 사람마다 생각하는 행복의 모양이, 자신의 그리고 원하는 사랑의 모양이 다 다를 테니까.



인생에는 정답도, 모든 길로 통하는 지도도 없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각자 자신이 선택한 인생을 걸어가면서 경험하고 깨지면서 실패하면서 알아낸 것들, 자신이 스스로 깨달은 해답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러면 어차피 깨질 거니까 아무리 예방하고 준비를 해도 소용없잖아?라고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자신의 구체적인 목표, 또는 삶과 사람의 기준을 설정해놔야 하는 것이 또 인생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하찮고 시시하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이 질문,


사랑을 시작하고 끝내고 사랑하고 상처 입히고 상처받으면서도


그럼에도 또 사랑하고픈 모든 이들이 사랑에 대해 묻고 또 묻는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





3.


자신의 방어기제를 잘 알고 상대의 방어 기제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를 이해하려면 먼저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 개념부터 용어 정리부터 해야 된다.


그래서 나는 타로를 보려고 내 앞에 앉은 이에게 이렇게 묻는다.




"사랑이라는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사랑에 빠진다는 게 어떤 거라고 생각을 하세요?"



사랑? 음... 설레는 거요. 매일 보고 싶어 미치는 거요. 없으면 죽고 못 살겠는 거요, 나만 좋아해 주는 거요, 등등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거나 한마디 말도 못 하고 눈을 껌벅거리는 사람까지 대답과 반응이 다양하다. 죽고 못 살겠는 그런 사랑에 빠진다는 건 (내 표현으로는) 사랑에 취한다라고 말하고 싶다. 꽃향기에 취하듯 술에 취하듯 알딸딸한 상태로 평생을 지속했으면 좋겠다는 소리다.




쉽게 불타올랐다가 사랑이 쉽게 사그라드는 사람, 일명 금사빠, 금사식인 이들,


장기 연애를 하지 못하고 단발의 썸과 연애만 반복하는 이들이 있다.



사랑에 빠지면(취하면) 술에 취했을 때랑 비슷한 작용이 우리 몸에서 일어난다. 뇌에서는 도파민이라고 하는 신경 전달 물질을 마구 분출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도파민이라고 하는 호르몬은 활성화 물질이다. 누군가에게 반하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술을 마시면 잠도 못 자면서 밤새도록 얘기를 하면서 떠들 수 있는 이유 역시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설레는 마음, 내가 새롭게 사랑을 시작해서 막 두근거리는 마음이 얼마나 가던가? 안타깝게도 도파민은 그렇게 오래가지 못한다. 누구에게나 예외 없다. 사랑할 때 처음 봤을 때처럼 홀딱 반해서 가슴이 두 근 방 세근방 설레고 보고 싶어 미칠 것 같고 안고 싶고 자고 싶어 날마다 껴안고 싶겠지만. 도파민이 화수분처럼 빵빵하게 나와서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활기차게 사랑의 열정이 지속되면 좋겠는데 그게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는다는 것. 누구에게나 예외 없다는 것.




왜냐하면 지나친 사랑, 지나친 설렘 즉 열정이라는 사랑의 열병은 건강에 그렇게 좋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상대방만을 오매불망 자나 깨나 기다리는 일상을.


'자니? ' '지금 뭐 해?' 문자 하나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치자.


사랑해서 함께 애 낳고 살면서도 '여보? 자니?' 하는데 그때마다 막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린다면,


첫 만남에 눈이 마주칠 때마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었는데


사귀고 오래 살면서도 계속 눈을 마주칠 때마다 그때마다 계속 심장이 쿵쿵하고 주저앉는다면.


그가 내 옆에 없을 때 생각나서 도저히 다른 일에 집중할 수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병이다. 병. 병에 걸린 것이다. 이러면 오래 살 수가 없다.


마약을 한 것과 똑같다. 중독. 도파민에 중독된 것이다.


질투, 시기, 애증, 집착, 분노, 우울, 증오, 등등 오만가지 부정적이고 격렬한 감정에 휘둘려서 심장이 타서 죽든 잠을 못 자서 죽든 먹지 못해서 죽든 여하튼 죽는다.


상사병으로 죽는 사람, 실연에 자살하고 사랑한다면서 상대를 죽이는 사람들이 왜 끝도 없이 이어지는지를 생각한다면.


로미오와 줄리엣, 카르멘과 호세, 햄릿과 오필리아, 오셀로와 데스데모나.


소설이든 영화든 동서고금의 모든 이야기들이 같은 이야기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우리 인류는 항상 생존을 위해서 진화돼 왔다. 따라서 사랑을 끊임없이 오래 하는 것보다 살아남는 게 더 중요하다. (요즘 연애도 사랑도 뭣도 하지 않는 이들이 많이 늘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생존이 너무 어려운 시대가 되었기에)


그래서 도파민이 한 번 분출된 다음에는 신경 전달 물질 중에 억제성 물질, 안정을 가져다주는 물질을 가비 시스템을 분비시킨다. 사랑에 식음을 전폐하다가도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먹게 되고, 활성화가 일어나는 게 억제형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기를 우리는 '권태'라고 부른다.



끌림과 매혹, 설렘, 열렬한 구애 후, 안정이 찾아오면 필연적으로 권태가 온다. 어쩔 수 없다.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선 진화론적으로는 어쩔 수 없이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 권태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사랑의 유효기간, 즉 도파민이 빵빵하게 나오는 유효기간을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3개월에서 최장 3년 정도로 잡는다.




결국 격렬한 떨림과 설렘, 매혹과 열정의 유효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소리다.


어쩌면 인간인 우리들은 호르몬의 노예인 것.


아, 허무하다. 그런 생각을 하면 사랑이란 것도 덧없게만 느껴진다.




그렇다면


70대 80대 90대 노부부가 평생 서로를 아껴주고 살아가는 그런 사랑은 과연 환상에 불과한 것인가?


수십 년을 동고동락하며 동반자로서 영혼의 지기로 지고지순한 사랑을 유지하는 커플의 사랑은 없는 걸까?



나이가 들어도 세월이 흘러도 서로를 위하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4.



나의 방어기제 너의 방어기제 - 서로의 방어기제를 알 필요가 있다.



우리의 몸 안에는 어쩔 수 없이 우리를 들뜨게 하고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는 난로 같은 시스템인 도파민도 있고, 치닫는 열정을 차갑게 식혀서 이성을 차리게 해주는 에어컨 같은 가바 시스템이 있다. 다시 말해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가 다시 벗겨져서 한 번 쉬었다가 권태기가 왔다가 또다시 같은 사람에게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계속 반복될 수만 있다면 상대와 지속적인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소리다. 그러려면 권태기라는 열정이 식어버리는 시기를 큰 후유증 없이 별로 티 내지 않고 다음 도파민 시기로 넘어가게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 여기서 우리의 방어 기세가 나온다.


방어 기제는 스트레스가 있을 때 우리가 취하는 행동 패턴이다.



권태기뿐만 아니라 사람 간에 갈등이 있을 때, 또한 인생에서 공허함이나 허무함이 느껴질 때, 좌절하고 분노하고 절망할 때, 실의에 빠지고 우울하고 무기력할 때ㅡ 스트레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느냐?



이것이 우리의 방어 기제다.




타로를 볼 때 이런 질문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사랑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지난번 연애는 사랑했는데도 또 헤어졌어요.


날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차였어요.


사랑하니까 참으려 했는데 더 이상은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헤어졌는데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절 안 좋아하고 저 좋다는 사람은 마음이 식더라고요.


왜 저는 매번 똑같은 연애를 반복하는 걸까요?"




왜 이런 연애만 반복되는지 모르겠다 고민스럽다면, 왜 항상 같은 식의 연애만 하는지,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왜 과거의 연애 방식을 답습하는지, 이번에는 다른 남자(여자)라고 믿었는데 막상 사귀고 나면 매번 과거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나의 방어 기제와 상대의 방어 기제를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서로 알아나가는 과정에서 둘 사이에 분명히 각자의 방어 기제가 충돌하면서 안 좋은 결과가 일어났을 것이다.




예를 들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혼자서 산에 가는 사람이 있다 치자.


이것이 방어 기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만취해 가지고 술을 마신다면 그것이 방어 기제다.


갈등과 충돌이 생길 때마다 핸드폰을 꺼놓고 잠적하는 사람이 있다.


자신을 가만 내버려 두기를 바라는 사람, 혼자 있기를 원해서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다.


갈등이 생길 때마다 아무 말도 안 하고 입을 꾹 다무는 사람도 있다.


반면 스트레스가 생길 때마다 인간관계가 어려울 때마다 남 탓을 하고 이간질을 하는 사람도 있다.


스트레스를 풀 상대가 있어줘야 안심이 된다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스트레스를 받아줄 사람, 하소연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


이 모든 것이 그 사람의 방어 기제다.




방어기제가 서로 맞는 사람, 어울리는 사람, 결이 비슷한 사람과 만나야 오해가 생겨도 풀기 쉽고 소통에도 문제가 덜 생긴다.




예를 들어서 어떤 사람이 나는 갈등이 생기면 꼭 눈을 마주치면서 그 즉시 속을 털어놔야 해, 무조건 서로 얘기를 해야 된다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이 사람이 갈등이 생기면 혼자 있어야 하는 사람, 홀로 산에 가야 하는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고 치자.




자, 과연 어떻게 될까?


사랑이 쉽게 순조로이 흘러가겠는가?


어렵다. 어려울 것이다.





데이트를 갓 시작했을 때나 연애 초기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


'자, 이제 나를 사랑해 주니까 이제 나랑 연애를 시작했으니까 앞으로는 산에 가지 말고 나랑 얘기해야 돼! '라고 약속을 하고 굳게 다짐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도 3개월 안에 상대는 혼자 산에 갈 확률이 상당히 높을 것이다.


어쩔 수 없다.


그런 것이다. 이게 팩트다.


그 누구 때문도 아니고 오로지 자기 자신 때문에 산에 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도파민이 펑펑 나올 때 헤어지는 커플은 없다.


열정의 호르몬이 뿜어져 나올 때는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무슨 짓을 해도 좋은 점만 보인다.


그가 뭐라든 뭘 하든 그의 모든 게 뭐든 다 좋아 보이는 법이다.


저 하늘의 별을 따 달라해도 목숨 바쳐 다 들어주겠다고 할 판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도파민이 줄어들 때 권태가 찾아올 때 콩깍지가 벗겨질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갈등 상황에 직면했을 때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눈여겨봐야 한다.


배고프고 아플 때 화날 때 어떻게 하는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 직면했을 때, 짜증이 치솟는 상황에서 어떤 언행을 보이는지, 친구들, 동료들, 부모와 갈등이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등등.




상대의 방어기제를 잘 보고 맞춰봐야 한다.




한 사람의 방어 기제는 오랜 기간 동안 형성되고 습관이 되고 하나의 품성이 되고 그 사람의 문화와 정체성이 되기 때문에 쉽게 바뀌지도 않고 변화하기가 생각만큼 용이하지가 않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나 자신의 방어기제가 무엇인가 즉 내가 누 군인가를 알아야 하고,


이 사람이 나랑 맞는 사람인가 안 맞는 사람인가를 파악하려면 그의 방어기제가 무엇인지를 또 알아야만 한다.






5.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그래서 어떤 사람하고 사랑하는 게 좋은 것인가?


어떤 게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단정 지을 순 없지만 그래도 이건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사랑하기는 좀 힘들어 보이는, 사랑할 준비가 안 된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하여.




첫째ㅡ 사랑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에게는 사랑의 의미가 희생이나 복종, 동정 또는 연민이다.


그래서 상대를 안타깝게 여기고 애처롭고 불쌍하게 보는 마음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면 아무리 열심히 사랑하려고 사랑해 주려고 사랑받으려고 노력을 해도


노력을 하면 할수록 자꾸 결과가 나쁜 결과로 빠져든다.




반대로 좋은 연애, 좋은 관계란 서로 대등한 위치에서 대등한 조건으로 동맹을 맺고 오버래핑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그렇지 않고 일방적으로 한쪽에게 강요하고 요구하고 한쪽은 일방적으로 기대에 맞추려고 따르는 것, 상대로부터 뭔가를 억압, 수탈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동맹이 아니다.


이는 오히려 식민 지배다. 내 욕망과 이기심으로 상대를 구속, 통제, 지배하는 것이다.


사랑과 관심이라는 미명하에 자신의 욕망과 결핍만을 충족시키려 드는 것, 상대의 복종과 굴종, 희생을 통해 자신의 부족한 자존감을 채우고 상실을 메우려 드는 허약한 자존심에 불과하다.




사랑은 상대방을 얻기 위해, 소유하기 위해, 쟁취하기 위해,


열등감을 감추고 나의 위신을 세우려고,


나와 네가 하나가 한 몸이 되기를 바라며,


보상받기 위해서 역으로 나를 버려가면서까지,


자신을 굽히고, 숨기고, 참고, 버티고, 견디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그게 아니다. 더도 말고 존중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존중이란 상대에게 맞춰주는 게 아니라 상호중립을 의미한다.


그런데 말이 좋아 존중이지 좋아 죽는 사이라고 해도 서로를 존중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저절로 맞춰지는 건 아니다.


모든 사람은 각자 자신만의 해석이 있고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며 이 같은 태도가 갈등을 부른다.


우리는 각자의 관점으로 현상을 다르게 보는, 서로 다른 현상학적 장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존중하려면 '너도 맞고 나도 맞다'라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너는 그렇게 느낄 수 있고, 나는 이렇게 느낄 수 있다'라고 인정하는 것이 바로 존중이다.


'어, 그래, 네가 맞아. 다 네 마음대로 네 뜻대로 해.‘라는 건 존중이 아니다.


'아, 네 생각이 그렇구나. 잘 알겠어. '라고 배려하는 마음이 존중이다.




나도 괜찮은 사람이지만 너도 무척 괜찮은 사람이네.


어쩜! 그런 생각을 모습을 보일 수가 있지, 배울 점이 있네.


좋다, 멋있다, 괜찮다, 고맙다는 마음이 우러나오는 것.


다시 말해 존중이 관계의 밑바탕에 굳건히 자리 잡아야 한다.


존중이 존중을 부른다.


이렇게 서로 존중해 주고 적당한 거리를 형성할 줄 알아야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ㅡ 상대의 안전을 해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이런 파트너가 있다 치자.



내 남자 친구/여자 친구는 사람들 앞에서 나를 무시해요. 말을 함부로 해요. 절 가지고 놀아요. 하대해요.


하지만 그(그녀)가 절 많이 좋아하니까 날 좋아해 주니까 기분이 나빴지만 참았어요.


내 애인은 화만 나면 화를 못 참고 내 앞에서 손가락질을 하고 막 욕을 해요. 뭘 집어던지기까지 했어요.


그 바람에 다쳤어요. 그래서 여기 상처가 생겼잖아요.


그래도 사랑하니까 난 괜찮아요. 미안하다고 다시는 안 한다고 했으니까. 난 감수할 수 있어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이런 걸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뜯어말리기는 상당히 힘들다.


뭐에는 뭐만 보인다. 도긴개긴. 끼리끼리 만나기 때문이다.




사랑을 하게 되면 나와 상대의 육체적인 안전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안전, 특히 가까워지고 친밀해지면 서로 간의 비밀을 공유하게 된다.


우리 둘의 비밀이라고 털어놨는데, 서로의 사생활 밑바닥, 즉 깊숙한 감정을 공유했는데, 아무에게나 장소를 따지지 않고 쉽게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는 사람들, 만나고 사귀는 상대의 단점과 결점과 치부를 모르는 남에게 생각 없이 늘어놓으면서 탓하고 흉보고 헐뜯는 사람들, 사회적 안전망을 해치고 선을 넘는 사람들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이 있다는 걸, 존중의 의미에서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 또는 배운 적이 없는 사람이다.


여하튼 물리적으로나 심적으로 언행으로 남의 안전을 위협하고 해치는 사람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본인이 담아두고 가꾸기에는 준비가 부족한 상태라 봐야 한다.




아직 사랑을 하기는 좀 덜 된 인간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성숙한 방어 기제를 갖춘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상대를 알아보겠다고 상대방의 나에 대한 마음을 떠보겠다고 테스트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식이다. 지금 만나는 이 사람은 이럴 때 나한테 어떻게 할까? 내가 이렇게 해도 이렇게 해줄까 말까? 이렇게? 저렇게? 하면서 테스트를 한다. 스트레스를 받게 하면 어떤 방어 기제가 나올까? 라면서 관계 유지라는 조건을 걸고 상대를 시험한다. 이유야 자기 불안 때문이던 상대에 대한 의심이던 간에 상대방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고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다. 소위 의도적인 밀당이다.



그래서 일부러 약속 시간에 늦게 나가고, 질투를 한 번 유발해 봐야지 이러면서 양다리 걸치거나, 상대가 싫어하는 행동을 한다. 그러고 나서 자, 이제 저 사람이 어떻게 나오나, 내가 원하는 모습, 내가 좋아하는 행동을 하나 안 하나, 이걸 하면 날 좋아하는 게 맞다 아니다라면서 과연 성숙한 방어 기술을 가지고 있나 없나를 따지고 든다. 그러면 자존감이 낮고 사랑과 관심 애정에 목마르거나 사랑받는 것에 굶주린 사람, 상대에게 꽂혀 있는 사람은 알게 모르게 또는 제 발로 자청해서 시험에 걸려든다.




그런데 문제는 만약에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상대가 유치하고 미숙한 모습을 막 보인다 치면,


그러면은 내가 그 사람이 싫어서, 좋았던 감정이 호감이 확 식어버려서 결국 떠나게 되는 거다.


내가 정해놓은 기준 선이라는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쟨 아니야, 별로, 이런 식이다.


그런데 말이다. 테스트를 통과한 성숙한 사람이 있다 치자. 아주 똑똑하고 지혜롭고 성숙한 사람이다.


그러면 그 사람이 테스트하는 당신을 과연 좋아할까? 존중할까?


상대를 테스트를 하는 것 그 자체가 당신의 미숙한 방어기제이기 때문에


테스트를 가뿐히 통과했더라도 이번에는 성숙한 그/그녀가 당신을 떠나게 될 것이다.




내가 너의 방어기제를 지켜본다면 성숙한 그도 나를 똑같은 선상에서 바라본다.


그러므로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성숙한 방어 기제를 갖춘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렇다.


뭣보다 내가 먼저 성숙한 방어 기제를 갖춰야 한다.




6.


그러면 어떻게 해야 성숙한 방어 기제를 갖출 수 있을까?




먼저 '세련되게 표현해야겠다'라고 자기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러면 세련되게 표현하는 건 뭔가?


그냥 무조건 감정이나 기분을 억압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렇게나 마구 남이 다치든 말든 안전을 해치면서 표현하는 것도 아니라면, 과연 세련된 표현이란 무엇인가?


세련된 표현의 키워드는 여섯 글자다.


'내, 가, 원, 하,는, 건'



.

서로 스트레스가 올라온 상황이기 때문에 주어가 '너'가 되면 안 된다.


너 왜 그래? 네가 이렇게 했었어야지,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네가 그랬잖아.




이런 방식은 상대에 대한 비난이 되고 싸움으로 번진다.


이래서는 서로에게 어떤 변화도 이끌어낼 수 없다.




반대로 내가 원하는 건 이것이다.라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있잖아. 내 방어 기제는 혼자 있는 거야.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한 5분이건 10분이건 혼자 있어야 돼.


그 순간은 누구 하고도 말을 섞고 싶지 않아.


숨을 크게 쉬고 심호흡을 하고 그저 침묵하고 싶어.


그때 누가 갑자기 감정적으로 밀고 들어오면 힘들어.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 건 한 10분만 날 건드리지 말고 뭐라 말하지 말고 기다려줘."


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단, 짜증 내지 말고 화내지 말고 욕설과 자기 비하를 하지 말고.






반면에 이런 방어기제의 사람도 있다.



"나는 무슨 일만 있으면 힘들면 괴로우면 일단 말을 해야 돼.


무슨 말이든 말을 한 2천 단어 뱉어야 돼.


안 뱉으면 죽을 거 같아.


그러니까 그때 내 옆에 있어줘.그 때 누가 없으면 너무 외로워.


내가 힘들어서 얘기할 때 내가 원하는 건 하나야.


그냥 끄덕끄덕만 해줘. 이때만큼은 그냥 내 편을 들어줘."




이렇게 얘기를 해줘야 한다.


나와 다른 방어기제를 지녀서 나를 단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상대가 있다 치자. 그런 사람에게는


'제발 해결책을 제시하지 말고 잠시 들어주면 좋겠어, 그건 네 잘못인 것 같아, 너도 문제가 있어, 이런 말 대신에, 있잖아, 이럴 때 내가 원하는 건 이거야, 부탁해'라고 반복해서 말해야 한다.


징징 대는 게 아니라 짜증을 내고 화를 성을 내는 게 아니라 차분하게 설명을 해줘야 된다.






어려운가? 맞다.


사랑을 제대로 하려면 서로 노력도 해야 되고 타협도 해야 한다.


어쩔 수 없다.


자신의 방어 기제를 바로 단시간에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조금씩 조금씩이라도 변화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사랑을 하는 동안 사랑을 하면서 사랑도 이룰 수 있고 나의 방어 기제도 성숙하게 만들 수가 있는 것이다.




아아, 진실로 제대로 된 사랑을 하는 건 힘든 일이다.


사랑에 빠지기는 쉽지만 사랑을 일구고 가꾸기는 정말 어렵다.


그래서 사랑을 지속적으로 한다는 건 아주, 아주, 힘든 일이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나마 인생에서 다행인 것은, 평생을 살면서 한 명만 걸리면 된다는 사실이다.


나랑 방어 기제가 통하는 사람이 2명, 3명 10명, 20명이 된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서로의 관계를 유지하고 정립하느라 괜히 머리만 복잡해지고 골치 아파진다.


그런 사랑은 '일생에서 단 한 명만 걸리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희망을 버리지 말고


나와 결이 맞는 사람,


나의 방어기제를 이해하고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사람,


알아나가고 배려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상대의 편에 서서 공감하려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


그런 사랑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찾아보기를.











7.


타로점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줄 때마다


사랑의 유효기간이 통조림 유통기간보다도 짧은 3개월에서 3년이라는 말에 다들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볼멘소리로 푸념하기를 그럴 거면 도대체 사랑을 왜 합니까? 어차피 식고 결국 헤어질 텐데... 라면서.




하지만 또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생각해 보세요.


이것도 다행스러운 일이죠. 아세요? 포유류 치고는 아주 아주 긴 거랍니다.


곤충 같은 경우는요, 교미 끝나면 막 잡아먹어요. 안 그래요?


적어도 호모 사피엔스 인간인 우리는 그렇지는 않잖아요.


(물론 아주 드물게 곤충처럼, 충동과 욕구의 변연계만 있는 파충류로 살아가는 사이코패스, 또는 공감능력이 결여된 소시오패스, 자기 밖에 모르고 타인을 조종하는 나르시시스트도 있긴 하지만)




기억하세요.


사랑은 (추상) 명사가 아니에요. 동사지.


사랑은 우리에게 '일어난' 어떤 일이 아니라


우리가 '해야 하고' '행하는' 어떤 것입니다.


그래요.


사랑은,


'하는' 겁니다.




'완벽한' 사랑이 아니라 '온전한' 사랑을 하세요.


나를 온전히 나로서


그를 온전히 그로서


사랑하는 겁니다.


내가 온전히 나일수 있게


나답게 살 수 있도록 해주어서


네 덕분이라 고마운 사랑.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하는


따뜻하고 온유한 사랑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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