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보일경 (一步一景)
지족상락 (知足常樂)
숙려단행 (熟慮斷行)
일보일경 (一步一景)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
억지로 하지 말고 쉬어가면서 나를 살피고 돌보며 살라는 뜻이다. 그러려면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쉬지 않고 뛰어가면 새로운 풍경을 맛볼 수 없다. 인생은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도 괜찮다. 10년 후 20년 후 내 목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2,3년 치 계획만 세우되 최종 목적지는 몰라도 까짓 거 괜찮다. 어차피 인생의 완성은 죽음이 아닌가. 그러니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라는 말이다. 인생 좋아하는 일만 하다 죽기에도 너무 짧다. 세상의 속도에 너무 의탁해서 살지 말고 자신만의 속도에 맞추어 살아야 한다.
원효대사의 법어로
'심생즉종종법생(心生卽種種法生)하고 심멸즉종종법멸(心滅卽種種法滅)하라’는 말이 있다.
마음이 일어나면 갖가지 법이 일어나고 마음이 사라지면 갖가지 법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불안하다면 불안을 일으키는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마음을 버리면 된다. 욕망을 내려놓으면 불안도 사라진다. 외부 현실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참된 현실이 있다. 열반은 현실 안의 내적인 본질이다. 바깥세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내면 깊숙한 곳에 깊은 평화가 있다는 것을 항상 느끼고 살 수 있다면, 그것이 깨달음이다.
지족상락(知足常樂)
"만족할 줄 알면 항상 즐겁다."
자본주의의 본질은 욕망의 무제한 추구다. 그러나 제한 없는 욕망 추구는 필연적으로 결핍을 파국을 낳는다.
한국인들은 단순히 돈을 좋아하는 걸 넘어 돈을 행복의 필수요소로 절대시 하면서 돈을 숭배한다. 대한민국은 돈을 잘 쓰는(well-being) 것보다 많이 쓰는(buying is showing) 것, 돈을 버는 것 자체에 올인하는 사회, 불안이 돈에 절대 권력을 부여한 사회다.
그러나 돈을 쾌락이나 행복의 부수적 요소가 아니라 목적 그 자체로 여기는 순간 인간성은 실종된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 돈에 그렇게 매달리지 않아야 정상이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돈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모두가 돈이 더 많으면 더 행복하고 더 잘 살거라 믿는다. 있는 것 가진 것에 도저히 만족할 줄 모른다. 돈과 행복이 비례한다고 확신하는 태도가 한국인들과 다른 나라 사람들의 차이다.
행복의 기준치는 사람마다 다르다. 저마다 살아온 세계와 처한 상황에 따라 행복이 되기도 하고 불행이 되기도 한다. 행복과 불행은 달이 차고 기우는 것과 같다. 따라서 완벽하게 행복한 사람도 평생 불행한 사람도 없다. 누구나 각기 다른 상처와 아픔을 달고 사는 존재일 뿐이다. 그럼에도 사람은 자신의 기준에 빗대어 다른 이의 행복을 비교하고 남의 불행과 나를 저울질하여 위안 삼는 몹쓸 마음을 가졌다. 다 큰 어른이지만 여전히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서는 그저 나약하고 어리석은 존재인 것이다.
나는 자본주의에 역행하여 살기로 작정한 사람이다. 돈은 살아가는데 필요하지만 나란 사람과 인생 그 자체가 아니다. 행복은 단순해질 때 가장 넓은 가치를 끌어낼 수 있다. 소유가 주는 불안, 풍요가 낳은 공허는 소소하지만 단단한 만족으로 거듭날 수 있다. 욕망에 한계를 두는 것, 욕심에 선을 긋는 것만으로도, 족함을 아는 것, 만족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그리고 그것이 내겐 큰 행복이다. 행복을 감수성이라 말할 수 있다면 우리는 모두 행복 앞에서 동등한 존재다. 느낄 수 있는 사람 누릴 수 있는 사람 고마워할 수 있는 사람에 한해서. 그런 의미에서 타인의 행복과 불행 없이도 나는 의연하게 잘 살 수 있다.
숙려단행(熟慮斷行)
"사려 깊게 생각하고 행동은 과감히 행하라."
무언가를 이루려 할 때에는 말수를 줄이고 생각은 오래 깊게 행동은 앞세우는 게 좋다. 모든 일은 때가 있다. 때를 알려면 불안해하면 안 된다. 불안해서 조바심을 내거나 조급하면 일을 그르친다. 깊게 생각하되 때가 오면 주저하지 말고 결단을 내리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남들이 안 된다고 말할 때일수록 자신을 믿고 행동하는 흔들리지 않는 우직함이 필요하다. 그 남들이 나는 아니지 않은가.
동시에 두 가지 선택을 할 수는 없다. 그건 욕심이다. 하나를 결정했으면 다른 것에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후회가 없다. 꿈이라는 건 시간이 지날수록 때를 타고 빛이 바라기 마련이다. 꿈이 빛을 잃어 희미해진 다음에 후회해도 소용없다. 때를 놓치고 지나고 나서 후회한들 이미 늦다. 결국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