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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단상

나는 생각한다

by 홍재희 Hong Jaehee




평범한 사람들은 비범한 사람들의 삶에 자극받아 흔들리곤 한다.

하지만 비범한 사람들은 종종 평범한 삶 때문에 무너지곤 한다.

평범하지 않고 특별할 것 완벽할 것 잘날 것

그리고 비범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이 사회 이 도시에서 우리 대부분은

기실 비범한 자들의 지옥을 거쳐 평범한 것들의

세계로 다시 돌아오는 그런 여행자들에 불과하다.



나는 생각한다.



자신감이든 자존심이든

지나치게 강한 것은 종국에는 부러지기 마련이며,

곧은 것도 언젠가는 휘어지기 마련이라고.

일대 분심을 일으켜 하나의 길에 몸을 던지고 치열하게 자기 길을 가는 자도 있겠지.

그런 자에게는 눈물이 있고 광기도 풍자도 역설도 있음이다.

이는 한편으로 이 세상에 결코 지거나 억눌려 살지 않고 맞서서

자기 자신을 살려 내겠다는, 절대로 지지 않겠다는 마음일 것이다.

나도 그랬다.

지금도 여전히 또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나는 또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그냥 순수한 '바보'가 되고 싶다고.

그저 겸허하고 소박하게 살다 가고 싶다고.

화가 나건 신경질이 나건 질투가 나건 시기심이 생기건

결과에 마음 졸이건 분노에 휩싸이던 경멸하던 그런 것은 바보에겐 없다.

바보에겐 자기 안에 어느 틈에 만들어진 아상과 환영, 집착, 기대와 욕망, 욕심,

끊임없이 비교하고 검사하고 자신을 내모는 부질없는 싸움과 사슬, 족쇄, 분투,

자기 감옥과 자기 검열 그리고 자존심과 강박관념이 없다.

그 모든 것이 뜻도 없으며 부질 없다.



나는 다시 생각한다.



절망없는 자만은 유치함이며 자만 없는 절망은 비굴함이라고.

자만심과 절망을 왔다갔다 해야만 우리는 균형 잡힌 겸손에 이를 수 있으며

그럴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

자신의 무능력과 나약함을 받아들여야만

자격지심 대신 자기 수용이 바탕이 될 때에만

동시에 자신의 능력과 강함도 알게 될 테니까.

제대로 겸손이라는 감정을 느껴본 사람은 누구나 다 안다.

겸손할 때 겸손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지배하는 해묵은 편견과 허영

그리고 자만심에서 자유로워진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아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사이,

그 차이와 한계를 깨우치는 것이다.



나는 연거푸 생각한다.



나는 완벽한 사람이 되는 게 인생의 목표가 아니다.

그것은 인생의 핵심이 되지 못한다.

나는 그저 있는 그대로가 되는 것,

더이상 어떤 것과 싸우거나 저항할 필요가 없는 상태가 되는 것,

더 이상 자기 자신 이외의 어떤 것이 되거나 비범해지지 않는 것을

바라고 꿈꾸며 그렇게 되고 싶고 또 그렇게 살고 싶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가 된다는 말은

있는 그대로를 인정한다는 말이며

나 자신을 생긴 그대로 있는 그대로 못나면 못난 대로 잘나면 잘난 대로

그 모두를 인정한다는 말임과 동시에

내가 아닌 타인도 나와 똑같이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말이다.

나는 상대방을 변화시키려고 시도하지 않는 것이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만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사랑은 매우 드물며

그래서 나는 무척 슬펐다.

이타심은 결국 이기심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이유는

나의 존재가 그 사람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일 뿐이다.

사람들은 상대를 바꾸려고 하면서

상대에게 그걸 인정 받으려고 하면 할수록

좌절을 겪게 되는 데 이는 바로 잘못된 시발점이다.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려고 하지만

그건 당신이 상관할 바도 아니고 할 수도 없다.

남들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길 원하면서

정작 자신은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는 자는 행복하지 않다.



나는 곱씹어 생각한다.


행복은 이미 거기에 있다.

고생 끝에 얻는 행복이 대체 어떤 행복인가?

그게 대관절 무슨 행복이란 말인가?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이 세상을 바꾸고 자신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무언가를 열심히 해야만 하고

이런 저런 목표 지점에 도달해야만

완성하고 인정받고 달성해야만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고.

하지만 힘겨운 노고나 불행한 과정과 극기와 인내를 반드시 전제로 하는 행복,

올지도 안 올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의 행복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매우 부조리하고 불합리하며 매우 비경제적인 행복.

이 자체가 모순이 아닌가.

행복이란 과정이나 결과가 아니라 '본성'이 아닌가.


그리하여 나는 생각한다.



행복하려면,

더 이상 자기 자신이 아닌 어떤 것이 되거나 비범해질 까닭이 없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원하지 않는 삶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게 진짜 두려운 것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을 게속 살아야 하는 것이다.



"떠올릴 때마다 약간 두렵고 긴장되고 떨리는 일, 그게 바로 당신이 원하는 것이다. 와~잘하면 완전히 인생을 망칠 수도 있겠다는 걸 하는 일이 바로 당신이 찾아 헤매던 모험이다. 두려움이라는 친구를 멀리하는 데 시간을 쓰지 마라.
용기라는 새 친구를 초대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라."
- 팀 페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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