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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상단상

하고 싶은데 돈 못 버는 일과 하기 싫은데 돈 버는 일

재희는 혼란스럽다

by 홍재희 Hong Jaehee




어제 주문한 경추 베개를 베고 오랜만에 여덟 시간 내리 잤다.

책상에 앉아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편집하는 일상.

온몸의 뼈다귀들이 아우성이다.

생활 습관을 바꾸라 바른 자세를 유지하라 말은 많지만 쉽지 않다.

학창 시절 책상에 붙어 하루 종일 공부하고 독서실에서 엎드려 자고

의자 붙여 놓고도 새우잠 자고도 멀쩡했던 나날이 한바탕 꿈같다.

한의원에 마사지에 순례를 할 때마다 듣는 소리.

직업병이신가 보네요.

나를 글 쓰는 작가로 알고 있는 치료사가 그 돈 받고 글을 쓰느니

차라리 다른 일을 하면 돈을 더 벌겠다며 혀를 끌끌 찬다.

글은 그나마 돈이라도 받죠.

독립영화는 제 돈과 시간을 쏟아 부어 하는 데요,라고 대답했다.

돈도 못 벌고 매번 아파서 오는데도 계속하는 거 보면 정말 좋아하시나 봐요.

그런가? 그럴지도. 그런가 보다.

하고 싶은 거 할 때는 힘들어도 괴로워도 버틸 수 있으니까.

몰입하는 순간은 세상만사가 뒷배경으로 한 점으로 사라진다.





민수의 노래로 하루를 시작한다.

하고 싶은 걸 하고 살고파 고등학교를 때려치웠다는 스물넷 김민수.

솔로곡 '생일노래' '섬' '괜히'를 만들며 꾸준히 제 갈 길을 스스로 개척한 민수.

자신의 인스타에 곡 '섬'을 올린 게 계기가 되어 인디 레이블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소속 솔로 가수가 되었다.

께느른한 일요일 아침에 딱 어울리는 노래.

민수의 목소리는

흔들 그네에 누워 올려다본 파란 하늘,

뺨을 스치는 솜털 바람,

허공을 날아가는 홀씨,

두둥실 부풀어 오른 빵,

께느른 께느른 께느른한 마음,

나는 조각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네.



https://youtu.be/ed0CcFcBBMI?si=



<민수는 혼란스럽다>의 백미는 베이스 기타.

첫 소절부터 심장을 띠잉~~~~ 튕겨대는 소리.

두두 두두 두두두 두둠칫 두둠침 두루 두두루루루루루

베이스 소리가 정말 지린다. 하늘을 날아오른다.

내가 요즘 즐겨 듣는 삼인방. 민수, 박문치, 기린.

키보디스트 박문치, 박문치의 마냥 신나서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을 감상하는 건 이 음악의 덤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죽어라 돈을 못 버는 일과 하고 싶지 않은데 돈 때문에 억지로 하는 일이 있다면 둘 중에 어떤 걸 선택하겠는가.


니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쪽을 선택하는 사람이다.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생겨먹었다.


하고 싶은 게 뭔 지 분명한 사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사람은 그 자체만으로도 운이 좋은 거다.

세상에는 하고 싶은 게 없는 사람, 하고 싶은 걸 아직찾지 못한 사람, 그게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지 않던가.


그렇다면 하고 싶은 게 무언지 알고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고 있으니 돈이야 까짓거! 그래! 난 운이 좋은 사람이야.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제 멋대로 사는 민수와 박문치 베이스 기타에 모처럼 행복해진 오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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