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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에서 철학하다

간병일기

by 홍재희 Hong Jaehee



'살아있다는 건 몸이고 몸이 사라지면 죽는 것이다' 라는 자명한 진리를 체험하는 곳 - 병원.


둘러보면 온세상이 병자들 천지다. 생로병사를 여기만큼 생생하게 느끼는 곳도 없다. 이 곳에 있다 보면 사람이란 영혼도 정신도 뭣도 아닌 피와 뼈와 살 그리고 세포로 이루어진 몸이자 병이 기거하는 집이라는 진실을 깨닫게 된다.


스스로 거동하지 못하는 노인환자들은 대소변을 누워서 싼다. 그 순간 병실에는 지린내와 구린내가 퍼져나간다. 아기가 똥을 싸듯이 이제 노인이 아기처럼.


아기의 똥은 사랑스럽지만 노인의 똥은 역하다. 똑같은 똥인데 똑같은 똥 냄새인데 다 깉은 똥인데 똥의 주인이 누구나에 따라서 똥의 의미가 똥 냄새를다르게 받아들이는 모순 그 슬픈 아이러니.


자존심이 없는 아기는 부끄러움을 모른다. 똥을 싸고 시원해서 좋아서 방긋 웃는다. 그러나 난생 처음 기저귀에 똥을 싸고 스스로 가누지 못하는 제 몸을 남에게, 제 맨 엉덩이와 속살을 보여야 하는 노인은 수치심으로 운다.


그 순간 내 기억 속에서 이미 사라진 과거를 상상한다. 천진난만했던 어린 나를 눕히고 수백 수천 번 똥기저귀를 치웠을 어머니를 떠올린다.


그 옛날 당신이 기저귀를 갈며 키웠던 자식이 오늘은 당신이 찬 기저귀를 갈고 있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내 얼굴을 차마 바라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린 어머니. 어머니의 눈가에 맺힌 눈물의 의미를 묵상한다.


"나는 전적으로 신체일뿐 그 밖의 아무것도 아니며 영혼이란 것도 신체 속에 있는 그 어떤 것에 붙인 말에 불과하다."


"몸은 하나의 거대한 이성이며 하나의 의미로 꿰어진 다양성이고 전쟁이자 평화이며 가축의 무리이자 양치기."


-니체 <신체를 경멸하는 자들에 대하여>

「짜리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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