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의 거리 자유로운 영혼
하나.
멜버른처럼 벽그림이 아름다운 도시가 또 있을까 싶다. 뉴욕에서 런던에서도 파리 베를린에서도 보았던 거리 벽화, 그라피티. 그중에서도 멜버른 벽화는 유독 눈에 마음에 남는다. 멜번하면 가장 먼저 벽화가 떠오를 것만 같다. 오다가다 벽그림만 보면 걸음을 멈추게 된다. 그리고 셔터를 누르게 된다. 아아, 눈이 정말 즐겁다.
멜버른 거리를 뒷골목을 그라피티만 모조리 찾아다니면서 전부 사진 찍어도 되겠다 그것만 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 같다 그것만 해도 신나겠다 싶었는데... 암, 이런 생각을 누군가 먼저 안 했을 리가 없지.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고 편하게 집에서 보라고 친절하게 멜버른 그라피티 사진집이 시중에 이미 나와있다. 그것도 그림이 바뀐 게 있으면 책을 갱신하여 여러권이. 쳇! 해서 사진 찍으러 돌아다니는 대신 사진책을 하나 샀다.
둘.
쓰레기통도 색깔을 입히면 예술이 된다. 멜버른 그라피티의 성소ㅡ Hozier st와 AC/DC lane. 하루가 멀다 하고 방문객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멜버른 이 거리 골목 전체는 시의회에서 아예 그림을 그리라고 예술가들에게 허가를 해준 공간이란다. 니들 맘대로 그려줘. 얼마나 흥이 났을까 얼마나 즐거웠을까 얼마나 행복했을까. 예술가들은 맘껏 예술혼 발휘해 좋고 시는 앉아서 관광객 끌어모아 좋고 사람들은 거리에서 예술 감상하니 좋고 도시는 색깔옷을 입어 좋고 일타쌍피 일석삼조를 넘어 다다익선. 삼층 높이 건물 벽에 그려진 한 소년이 오가는 행인들을 지켜본다. 저 높이에 어떻게 그림을 그렸지 했는데 시에서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던 것이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한때는 낙서로 공해로 비난받고 폄하되던 그라피티는 이제 당당히 도시 예술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어두침침하고 더러운 도시 뒷골목을 알록달록 찬란한 빛깔로 탈바꿈시켜 주는 것이 바로 이 그림. 무미건조한 도시에 자유롭게 폭발하는 색채의 향연. 남몰래 숨어서 밤에 새벽에 벽에 낙서를 하고 그림을 그린 자가 경찰에 체포되던 과거는 이제 안녕. 장 미셀 바스키아의 낙서가 예술로 전시장에 미술관에 입성한 후로 거리낙서 벽그림은 지금 당당한 현대미술 도시공간예술의 하나가 되었다.
셋.
해방촌 경리단 지하보도에 거리그림예술가들이 그림을 그리면 구청에서 나와 열심히 지운다. 그리고 벽그림을 지운 자리에 관에서 일부러 그린 촌스런 벽그림이 전시된다. 너무 촌스럽다. 어린애들이 만세 남산타워 지금은 용산시대 어쩌고 따위의 계몽적이고 교훈적인 상투적 이미지들을 나열한다. 누가 저 재미없는 그림에 락카로 북북 낙서 좀 멋지게 휘갈겨 주면 좋겠다.
이화동 거리 벽화 마을이 떠오른다. 자로 잰 듯 얌전하게 그린 벽그림. 자유로움은 1도 없는 것 같은 교훈적인 벽화. 사람들을 일부러 의식하고 그린 것 같은 관광객용 범생이 같은 낙서. 재미없다. 관이 주도하면 뭐든 새마을운동이 된다.
한국에도 재능 넘치는 그라피티 예술가가 많은데. 우리 예술가들은 언제쯤 이름을 찾게 될까. 한국에서는 언제쯤 벽그림이 단지 도시 미관을 해치는 낙서가 아니라 예술임을 인정받게 될까.
멜버른의 서울역인 플란더스 역 맞은편 플란더스 거리에 있는 호지어 골목은 벽그림 천국. 그라피티 파라다이스. 보헤미안 분위기 바와 술집. 사방 천지에 불꽃 튀는 색채. 잭슨 폴록 저리 가라 할 벽그림이 젊은이들 관광객들을 맞는다.
호지어 스트리트
뒷골목. 쓰레기통도 예술.
호지어 뒷골목 벽그림 앞은 사진 찍는 명소.
South Martket
시장 곳곳에 벽그림 그 아래 쉬어가는 의자. 그림그린 예술가 이름과 그림 설명 안내문까지 붙어있다!
피츠로이 거리. 어느 가게 현관문.
Queen Victoria Market.
빅토리아 시장. 벽면에 그린 벽화.
피츠로이 거리 건물 벽화.
Fitzroy. 피츠로이.
소화전 변신하다!
안녕하세요!
피츠로이 뒷골목 담벼락. 심심하던 벽돌담에 이야기가 생겼다.
피츠로이 건물벽 외관을 장식한 마법사!
Firefigters union.
네. 여기는 소방관 조합 건물 되겠습니다.
소방관조합에 어울리게 벽화를 그려봤죠. 어때요?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벽돌담에 흰색으로 벽화를. 붉은색과 흰색 그 사이 파란 점!
서울에 성수동 벽돌 주택 거리를 조성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70-80년대 붉은 벽돌로 지은 연립주택과 건물을 보존하면서 개발하겠다는 취지였는데. 50년 역사도 역사다. 부디 잘 계승되었으면 좋겠다.
가자 주류판매점 같은 주류소매점. 서구문화권에서는 술을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팔지 않는다. 오직 주류판매점이라는 BOTTLE SHOP에서. 서양인이 전주에 가서 마트에서 맥주사서 그 자리서 마시는 가맥집에 가면 기절초풍할 것.
주류판매점 문 닫은 날. 외관에 벽화. 낙서처럼 보이지만 누구도 지우지 않았다. 심지어 가게 주인조차도 그대로 내버려둔다. 한국 같았으면? CC TV를 설치하고 범인을 색출한 후 경찰에 넘기고 당장 지웠을 것. 미감의 차이와 다른 시선 사이에서 그 경계에서 사고한다. 어느 것을 더 좋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저 다른 것이다.
Hozier street.
전 세계 관광객들이 사진 찍느라 난리 부르스.
여기 앉아 있다 보면 전 세계 나라 말을 다 듣는다.
아이손을 잡고 온 부모. 아이가 묻는다.
"아빠 이건 무슨 그림이야?" "엄마 이건 뭐라고 하는 거야?" "내가 좋아하는 원숭이가 있어! "" 저건 마법사야." 부모와 자식이 벽화를 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다들 좋아라 사진 찍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동심으로 돌아가는 순간 그런 공간.
쓰레기통은 여전히 쓰레기통이지만
그림도 여전히 그림입니다.
서던 크로스 역 Southern Cross Station.
서울로 치면 용산역 정도. 남부 기차역.
벽화를 가장한 계단그림이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여름용 푸른 바닷물이 넘실거린다. 상품 홍보겸 자릿세 제공 시민들을 위한 눈요기.
The district dockland mall
놀이동산 쇼핑몰 아케이드에도 벽화가 인테리어로 당당히 한자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