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해변

멜버른에서 보낸 한철

by 홍재희 Hong Jaehee



시장통 풍경 시장에서 마주친 사람들. 하나.



외국 나가면 꼭 가보는 곳 목록. 술집과 책방(도서관) 그리고 시장. 마트 구경도 재밌지만 사람 사는 일상이 숨 쉬는 곳은 뭐니 뭐니 해도 시장. 삶은 역시 먹고사니즘. 장 보면서 흥정하고 군것질하는 재미. 여기도 문 닫는 시간에 떨이. 주머니 가벼워도 발품 잘 팔고 부지런하면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싸게 살 수 있다는 생활의 지혜.



일요일 퀴어 축제 가는 길에 들른 시장. 사우스마켓 South Market 한국으로 치면 남부시장쯤 되겠다. 멜버른 강남 쪽에 사는 이들에게는 친근한 재래시장일 듯. 멜버른 최대 재래시장인 빅토리아마켓보다 좀 더 작지만 깔끔하니 정제된 분위기. 쇼핑몰 건물 안에 재래시장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느낌. 빅토리아시장에 비하니 청과물 가게 물건도 더 싱싱하고 진열도 아주 잘해놓았다. 하지만 물건 값이 조금 더 비싼 듯. 예쁘고 아기자기하지만 뭐랄까 나는 빅토리아 시장이 더 친근하다. 자고로 시장이란 시끄럽고 왁자지껄하고 지저분해 보이기도 하고 정신없어야 시장스럽다. 주말에 수레 끌고 또 시장 와야지.... 그게 낙이다.





킬다 해변 이모저모. 호주의 웬만한 대도시는 전부 항구다. 호주 대륙 중앙이 사막이다 보니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는 다 바다와 만을 끼고 발달했다. 멜버른은 시내에서 트램으로 삼십 분 거리에 이 같은 드넓은 해변이 있다. 킬다 해변이다. 서울로 치면 강남 개포나 양재동 정도에 해변과 해수욕장이 있는 것. 부산 해운대 광안리 같은 곳이 펼쳐진다. 야자수가 점점이 흩어져 있는 풍경은 제주 어드메 해수욕장 아니면 하와이 와이키키. 야자수 그늘 아래 하늘을 올려다보며 바람 솔솔.



이 좋은 장소에서 딱 하나 어이없는 흠. 공공장소 밖에서는 해변에서조차 술을 마실 수 없다. 이 문화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게 해운대 해수욕장에 치맥 배달 해변가 편의점 파라솔 아래 맥주잔 기울이는 게 얼마나 문화충격일지 해방감일지 상상해 본다면. 백인문화권에서는 술을 몰래 마셔야 한다는 게 딱하다. 내 옆에 앉아 있던 백인 게이 할아버지 둘. 가방에 봉지에 술병을 숨긴 채 컵에 따라서 술 아니라 음료수인척 주거니 받거니. 누가 봐도 이미 얼굴은 불콰하다. 다들 눈 가리고 아웅.




퀴어축제장에서 맥주병 들이키다 단속에 걸린 젊은이들. 안전요원들에게 얌전히 맥주병 상납. 고분고분 순한 양이 따로 없다. 굽신굽신 거리며 한 번만. 못 이기는 척 눈감아준 안전요원 앞에서 미친 듯이 원샷 ㅋㅋ 여자가 다 못 마시고 헉헉거리자 이미 한 병을 원샷한 남자가 건네준 병을 받아 원샷킬. 애쓴다. 경찰이었으면 벌써 끌려갔거나 벌금행이었을 걸 다행으로 여기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