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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할 자유와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자유

여행자의 기록 16

by 홍재희 Hong Jaehee



누구나 인생의 비상을 갈망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가족이라는 덫에 더 깊이 파묻고 산다. 가볍게 여행하기를 꿈꾸면서도 무거운 짐을 지고 한 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만큼 많은 걸 축적하고 산다. 다른 사람 탓이 아니다. 순전히 자기 자신 탓이다.




누구나 자유롭기를 바라지만 의무를 저버리지 못한다. 경력, 집, 가족, 빚. 사실 그런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발판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안전을, 아침에 일어날 구실을 제공하니까. 선택은 좁아지지만 안정을 준다. 누구나 가족과 가정이 지워주는 짐 때문에 막다른 길에 다다르지만, 우리는 기꺼이 그 짐을 떠안는다.




앞으로 며칠 후면 비행기를 타고 먼 이국 땅에 당도할 벗을 생각 한다. 안정보다는, 가족보다는 비상을 갈망하는 그에게는 이제 매일이 선택일 것이다. 회사에서 인사이동으로 좌천된 선배와 동료들을 보고 덜컥 두려움에 휩싸인 벗을 생각 한다. 안전을 집을 빚을 대출을 담보로 유지한 평화로운 일상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진실 앞에서 그에게는 이제 매일이 치열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현실이 남루하고 지루할수록 변화를 갈망한다. 현재의 자신이 아닌 다른 자신을, 다른 삶을. 그런데 정작 그토록 가지고자 열렬히 욕망했던 물질적 안정과 안전한 집을이루고 나면 이제 그 모든 것들이 권태와 속박으로 버거운 짐으로 자신을 구속한다고 여긴다. 그 모든 것을 자신이 선택해 놓고서도 현실을 부정하려 든다. 그러나 사람은 현재의 자신을 싫어하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된다. 그리고 가진 걸 모두 잃게 돼서야 그토록 버리고 싶어 했던 것들을 필사적으로 되찾으려 하는 법이다.




물질적 안정이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그저 지나가는 과정뿐이라 여기고 싶지만 그렇게 살기란 쉽지 않다.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 깨닫게 된다. 자기 자신의 등에 짊어진 건 그 물질적 안정의 누더기뿐이라는 걸.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소멸을 눈가림하기 위해 물질을 축적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축적해 놓은 게 안정되고 영원하다고 믿도록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결국 인생의 문은 닫힌다. 언젠가 그때가 되면 그 모든 걸 내려놓고 표표히 떠나야한다.




우리에게는 오로지 선택할 자유 그리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자유는 꿈꾼다고 해서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상상은 자유이나 행하는 자만이 자유롭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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