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방인을 위한 잠언

여행자의 기록 18

by 홍재희 Hong Jaehee


살아있는 것들을 보라.

사랑하라.

놓치지 마라.

추위를 녹이는 불,

길 잃은 자를 안내하는 밧줄,

배고픈 자를 위한 밥,

그리고 슬퍼하는 자들을 위한 기도.

한 장의 잎사귀처럼 걸어 다니라.

당신이 언제라도 떨어져 내릴 수 있음을 기억하라.

너무 늦기 전에

삶이 끝이라는 언덕에 가 닿기 전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





생의 많은 시간을 길 위에서 보냈다.

먼 지역으로 자꾸만 멀리로 떠나며 돌아오길 반복하며 살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행복한 시간은 자연과 함께 있었던 여행.

이곳에서 나는 현실에서 느끼는 낯섦,

내가 태어난 나라에서 겪어야 하는 불협화음,

이방인처럼 겉도는 이질감을 느낄 이유가 없었다.

그 대신 자연은 내게 나직이 속삭여 주었다.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 내가 선택한 길이 잘못되지 않았는 것을.

나는 그 안에서 안식을 구하고 위안을 얻었다.

길 위에서 나는 내 삶에 대한 사랑을 품고 다시 돌아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