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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수술, 그리고 몸뚱이.......

1-3. 장애 그게 뭔데? 정신 줄 잡기

by 우철UP


아침에 눈을 떴다.

강도가 센 마약 진통제 때문인지 허리통증은 사라졌다.

그런데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던 내 다리는 만져봐도 느낌이 없다.

꼬집어 봐도 느낌이 없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건 생식기에 소변줄이 채워졌다.

소변줄은 나의 생식기를 보란 듯이 구속시켰고, 단단한 수갑처럼 나를 가두었다.

소별줄까지 채워진 마당에 뭐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을 직감처럼 느꼈다.

아내는 침대 옆에 간의 침상에 누워있었다. 밤새도록 간호했을 아내를 보니 너무 안쓰러웠다.

아내는 나를 보자 밝은 얼굴로 말했다.


"괜찮아 여보! 그동안 당신 너무너무 열심히 살았으니깐 잠깐 쉬어. 그리고 머리 안 다친 게 어디야! 이참에 푹 쉬어! 돈은 내가 벌면 되니깐 걱정 마 여보! "


아내의 말을 들으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냥 눈물만 흘렸다.

이 상태로 정말 하반신 마비가 된다면 앞으로 고생할 아내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런 생각이 드니 나 자신이 너무나 억울하고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했다.

아침 회진에 수술을 집도한 의사 선생님 오셨다.


“이만하길 천만다행입니다. 3m 높이에서 무의식 상태로 떨어지면, 대부분 머리가 먼저 떨어지는데, 머리 쪽은 멀쩡하니 엉덩이로 떨어진 것 같습니다. 엉덩이로 떨어지게 되면 고관절과 흉추 11, 12번이 대부분 부러지는데, 다행히 고관절은 멀쩡하고 흉추 뼈만 부러졌어요. "


"아.... 그래요...... "


”하지만 뼈만 부러지면 다행인데, 뼈가 부러지면서 프레스를 찍듯 신경을 눌러 버렸어요. 그래도 신경이 잘려 나가진 않았으니 조금 더 기다려 봅시다.” 라며, 약간의 기대 섞인 말을 해주었다.




의사 선생님은 또 수술은 아주 잘되었다는 것과, 운이 좋아 흉추 뼈가 부러지면서 뼛조각이 복부에 흩어질 수 있는데, 다행히 흩어지지 않고 부러진 자리에 그대로 있어서 갈비뼈를 절개하지도, 복부를 헤집어 놓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나쁜 소식은 마직막에 말씀해 주셨다.

뼈가 부러지면서 중추신경을 완전히 눌러 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추신경을 비롯해 말초신경 모두가 손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난 결론을 듣고 싶었다. 앞으로 내가 걷느냐 못 걷느냐 그것을 물어보았다.

의사 선생님은 내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중추신경 손상은 비가역성이기 때문에 예전 상태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난 가슴에서부터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아내는 옆에서 “괜찮아 여보, 살아 있잖아. 그리고 멀쩡하잖아.”

난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멀쩡하지.

그런데 이 상태로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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