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연예인 병

by 우철UP

드디어 3개월 만에 72시간의 외출이 나에게 쥐어졌다.

2박 3일간의 외출이 허락되자 비록 병원이지만 추석 분위기가 감돌았고 모두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어났다.


아내와 나는 간단한 짐과 약봉투를 챙겨 집으로 향했다.

들뜬 기분 그대로, 이 기분 그대로 즐겨야 하기에 집으로 곧장 들어가지 않고 외식을 하기로 했다.

뭘 먹을까? 맛난 메뉴를 래퍼처럼 쏟아 냈다.

그런데 막상 메뉴가 결정된 식당 주차장에 진입하는 순간, 계단이 가로막고 있었다.

아차! 휠체어로 진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모두 잊고 있었다. 다시 핸들을 꺾어 또 다른 식당을 찾았지만, 이번엔 주차장이 자갈밭으로 되어 있어 휠체어 진입이 쉽지 않았다. 결국, 이리저리 돌다, 고민 고민하다, 휠체어 진입이 가장 좋은 곳. 홈플러스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게 제일 무난한 듯했다. 지하주차장도 있고, 주차공간도 넓어 휠체어도 꺼낼 수 있으니 말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이상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전후좌우를 살피며, 사주경계를 하는 보초병처럼 무언가를 애타게 찾았다. 그게 무엇이냐 하면 바로 장애인 화장실이다. 나도 모르게 화장실의 위치를 본능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이것은 척수협회 정보메신저로 오셨던 그 목사님이 늘 하던 말씀이셨다. 외출 시 화장실 위치를 파악할 것!


여하튼 화장실 위치만 파악하고 샤부샤부를 모처럼 맛나게 먹었다. 얼마 만에 가족 상봉인가! 샤부샤부도 맛있게 먹었겠다 명절기분을 내기 위해 마트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그런데 나는 내가 휠체어를 타고 있어 스스로 위축되었고 누가 나를 바라보면 어쩌지. 하는 쓸데없는 남의 시선 의식하였다. 그래서 휠체어를 밀고 있는 아이들에게 계속 물어봤다. ’ 아빠 휠체어 미는 거 안 창피해?‘ 아이들은 아빠 휠체어 밀어주는 게 뭐가 창피하냐고 말한다. 그러면서 서로 밀겠다고 야단이다. 난 아이들에게 그 말을 계속 듣고 확인받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마음은 아주 나약하고 못된 것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다.


휠체어를 보고, 아이들도 개의치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나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제야 내가 연예인 병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 모든 사람들이 나를 쳐다볼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 몹쓸 놈의 연예인 병. 휠체어를 탄 연예인 병. 고쳐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유리멘탈이라..... 엘레베이터 안에서 사람들과 섞여 있으면 더 작아지는 것 같다.

앞으로 병원이 아닌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할 텐데, 정말 진정 사람들 시선을 즐길 줄 아는 연예인 병에 걸려야겠다. 그래야 그 틈바구니에서 버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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