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입원한 병동에는 척수손상 남자 환자가 4명이 있다. 처음엔 서로 눈치를 보며 다들 말을 걸까 말까 고민하는 듯했다. 하지만 남자들이란 서로 땀 흘리면 친해진다고 했던가! 평행봉에서 같이 운동을 하면서 자연스레 친해졌다. 서로의 나이는 제각각 다르지만 서로의 증상과 호전 양상을 이야기하다 보니 잠깐을 만났어도 서로의 마음을 터놓은 동기가 되었다.
4명 중 가장 신경손상을 덜 입은 행운아가 있었다. 그는 ’ 효자‘였다. 그래서 다들 조상님 덕에 신경이 덜 다쳤다고 이야기했다. 왜냐하면, 부모님 일손을 덜어 드리고자 휴가까지 내면서 밤나무 터는 일을 도와 드렸다가 안타깝게도 그만 사다리에서 떨어졌다. 허리뼈 골절상을 입었지만 다행히도 척수신경이 쇼크상태였기에 신경회복이 속도가 빨랐다. 그래서 평행봉에 모인 재활동기들은 이구동성으로 조상님 덕을 아주 톡톡히 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분은 허리통증으로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보셨다. 그런데 거기서 사달이 난 것이었다. 주사 한방 딱 맞았는데, 그것이 신경손상이 되었다. 안타까운 것은 의료분쟁에 휘말릴 소지가 충분하지만 그것이 주사 때문인지 아니면 질환 때문인지 명확한 인과관계를 찾아내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의료분쟁으로 끌고 가서 성공할 확률도 높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그분의 화병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들 평행봉에 모여 그분의 화를 잠재우고 그분의 하소연을 귀 담아 들어주는 방법밖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우리가 옆에서 많이 위로를 해줘서 그런지 처음보단 화가 많이 누그러지셨다.
또 한분은 척수에 염증이 생겨 마비가 일어났다. 보통 병으로 인한 척수손상은 사고로 인한 척수손상보다 더 우울해한다고 들었는데, 그분은 달랐다. 참 긍정적이고 밝았다. 그분은 늘 이렇게 말했다. ’ 어쩔 수 없죠. 받아들여야죠. 받아들이면 다른 세상이 보입니다.‘ 장애를 받아들이고 초월한 자세였다. 그래서 그런가. 평행봉에서 운동할 때, 다리 힘이 가장 약했는데, 지금은 다리 힘과 기능이 많이 회복되었다고 한다. 역시 해탈과 긍정의 힘은 무서운 듯하다.
이렇게 평행봉 재활동기들은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몸상태로 체크하고 격려와 응원을 함께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