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종아리

by 우철UP

아침에 일어나면 한여름 전봇대의 전선줄처럼 늘어져 있는 종아리의 살가죽을 본다. 탄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늘어진 종아리이다.


신경손상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나타난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늘어진 종아리를 볼 때마다 어색하고 적응이 되지 않는다. 또 몸의 근육량이 줄어들고 있어 조금만 운동을 해도 쉽게 피로해진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곤 한다. 허벅지 근육량을 늘리고 싶지만, 이미 햄스트링 근력은 내 다리무게도 감당하지 못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엉덩이 근육은 어디로 실종되었는지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육의 피로도를 이겨내고, 근력의 한계치에 다다르게 되면, 늘어졌던 종아리가 다시 탱탱해진다. 그럴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무언가 대단한 걸 성취한 느낌이다. 그러나 주치의 선생님의 말은 ”근수축이 아니라 혈액 순환이 안돼서 종아리에 빵빵해진 겁니다. 이게 더 안 좋아요 “라고 말한다.


내 종아리는 점점 말라가고 있다. 하지만 오늘도 난 2시간 동안 혼자 운동을 한다. 그럼 또다시 종아리는 빵빵해진다. 근육이 빵빵해진 것이 아니라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하지부종이 일어나는 것이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의 끈은 놓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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